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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22_예술가에 대한 정의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 Šiuolaikinio meno centras- 10여년 전, 빌니우스를 여행자의 발걸음으로 누빌 수 있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았다. 예정된 일정은 2박3일. 리가에서 빌니우스에 도착하자마자 망설임없이 다음 예정지인 바르샤바행 버스표를 샀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우연과 필연으로 엮인 미래의 모든 가능성을 헌 짚신짝 버리듯 내팽개치고, 새로운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다음 도착지의 티켓을 미리 구입 한다는것. 내가 몹시 상상이 결여된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고 있던 인생에 대해서야 더 말할것 없었다. 그나마 티켓을 버릴 한 조각 용기가 있었던것은 지금 생각하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에겐 빌니우스에 조금 더 머물고 싶은 동기가 생겼고 내친김에..
리투아니아의 자린고비 이야기 간장 한번 찍어 먹고 천장에 걸어 둔 굴비 한번 쳐다보며 밥을 먹는다는 한국의 자린고비 이야기를 언젠가 남편에게 해준적이 있다. 부채를 가만히 들고 부채가 닳을까 아까워 부채 대신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이야기도 덤으로 해줌. 음식을 적게 먹다보니 확실히 치즈며 버터며 크림을 주로 이용하는 느끼한 음식들이 갈수록 맛있어짐을 느낀다. 이것은 뭐랄까. 고추장에 익숙치 않았던 외국인이 매운 맛이 두려워 밥을 비빌때 커피 숟가락 만큼 고추장을 넣다가 고추장의 진면목을 깨닫고 밥 숟가락으로 고추장을 퍼대기 시작하는 변화와 비슷한걸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런 외국인이 있다면 말이다. (글을 다 쓰고 네이버에서 자린고비를 검색해보니 자린고비는 심지어 간장 조차 찍지 않고 그냥 굴비를 올려다 본단다. 간장을 낭비하는 자린..
Vilnius 21_없는 것 없는 중고 옷 가게 빌니우스 거리를 걷다보면 흔히 발견 할 수 있는 중고 옷 상점들. Humana, 50c 같은 간판을 달고 있는 체인점들도 구시가지내에 서너군데 있을뿐만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작고 야무진 가게들도 많이 있다. 나는 옷을 즐겨 입는 옷쟁이가 아니라 보통은 옷이 필요하다 싶을때에야 큰 결단을 하고선 옷을 사러 가는 편인데 물론 그렇게 필요에 의해 옷 가게에 가면 적당한 옷을 찾기가 힘들다. 꾸미기 좋아하는 내 친구중 몇몇은 주기적으로 재미삼아 이런 상점들을 방문하는데 그들 대부분 깔끔하니 옷을 잘 입는다. 비싼옷도 새옷도 아니지만 상황과 날씨에 맞게 이렇게 저렇게 잘 갖춰 입는 모습이 보기 좋다. 뭔가에 애정을 가진다는 것은 옷입기에도 예외는 아닌것 같다. 단순히 누군가에게 예뻐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
병뚜껑 쉽게 따는 법 이라는 글의 제목을 정말 자주 본다. 근데 너무 어렵게 딴 다는 생각이 든다. 아님 내가 적으려는 이 방법은 이미 다들 알고 있는 방법일 수도. 내가 살고있는 리투아니아는 겨울이 길기 때문에 여름철에 나오는 각종 베리나 과일들을 잼이나 쥬스로 만들어서 보관하고 숲속에서 채취한 버섯 같은것들을 비롯해서 각종 채소들도 피클로 만들거나 통조림화해서 겨울에 하나씩 꺼내 먹는 경우가 많다. 상점에서 파는 병에 담긴 식품 말고도 집에서 병조림을 만드는것이 일상이다. 그래서 소독한 병에 뜨겁게 조리되어 담겨 단단히 잠긴 병을 열어야 하는 것도 일상적인 일이다. 딴 거 없다. 뚜껑 아래에 군데 군데 패여진 홈에 작은 숟가락을 넣어서 숟가락을 병쪽으로 누르며 뚜껑을 들듯 힘을 주면 뿅 소리가 나며 바람이 빠진다. 손으로..
Vilnius 20_거리의 미니 도서관 주말에는 첫눈이 내렸다. 물론 내리면서 녹아 버리는 눈이었지만 이제 정말 겨울이구나 하는 생각에 한 겨울에 펑펑 내리는 눈보다 오히려 더 춥게 느껴졌다. 토요일 오전이면 집 근처의 상점들도 둘러 볼겸 혼자 나선다. 거리를 걷다가 빌니우스 중앙역에서 갈라져서 나와 구시가지로 연결되는 가장 큰 대로인 V. Šopeno 거리에서 재밌는 상자를 발견했다. 이 거리는 일전에 소개한 스트리트 아트가 그려진 건물이 있는 거리이고 그 스트리트 아트의 건너편에 이 상자가 붙어 있었다. 스트리트 아트 관련 글 보러가기 멀리서 봤을땐 건물의 전기 단자 같은것을 감추기 위해 만들어진 상자에 임대 광고나 구인 광고 따위가 붙여져 있는 걸로 생각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그럴싸하게 색칠도 되어있었다. 알고보니 누구나 열어서 책을 빌..
핀란드 1유로 동전 얼마전 남편이 동네 카페에서 에클레르 하나를 사가지고 왔다. 맛있으면 맛있는만큼 먹고나면 허무한 에클레르. 속이 꽉 찬 느낌이 들어 콱 깨물면 순식간에 입속에서 사라져버리는 크림의 매력이 있지만 그만큼 잘 만드는 빵집도 드물고 모든 빵집에서 파는것도 아니고. 이 동네 어귀의 카페는, 직접 구운 빵을 파니 베이커리라고 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들르고 지나갈때 창너머로 눈 인사 할 수 있는 상냥한 직원이 일하는 곳이다. 에클레르를 한개만 사가지고 왔길래, 왜 두개사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두개를 사려고 2유로를 꺼내서 동전을 보니 내가 한번도 본 적 없을 1유로짜리 동전이었고 게다가 디자인과 주조연도를 보고는 쓸 수 없었다고 했다. 동전을 보면 항상 뒷면부터 확인하는 나를 자주 보아온..
[Rocky] 실베스타 스탤론의 록키를 복습하다.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찾아서 보면 완전 처음 본 듯 생소한 영화들이 있다. 제이크 질렌할이 복서로 분한 를 보고 예전에 본 복서들의 영화들을 하나씩 찾아보기로 했다. 우선 록키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누구라도 느꼈겠지만 사우스포의 플롯 자체가 록키를 향한 오마쥬였기때문이기도 하고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최근에 실베스타 스탤론이 록키 1,2편의 상대 복서였던 아폴로 크리드의 아들의 트레이너로 나오는 영화를 찍었다기에 더더욱 록키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우스 포는 선배 복싱 영화들과 비교하면 뭐랄까 맷집이 부족한 영화였다. 동네 복서들의 시큼한 땀냄새로 뒤범벅된 촌스러운 동네 도장의 절박함 대신 많은 이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섥힌 돈 냄새로 퀴퀴한 라스베가스의 현란한 자선 경기장 ..
[리투아니아생활] 약식 만들기 약식을 드디어 만들어 먹었다 오래전부터 만들어 먹겠다고 벼르던 약식이지만 역시 단순히 먹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 먹을만큼 부지런하지 않은가보다. 결국 아이의 백일이라는 동기부여로 몇조각 만들어 먹는데에 성공했지만 결국은 나를 위한 음식. 뭔가 허전해서 설탕 파우더로 날짜를 뿌렸는데 약식이 아직 식지 않은 관계로 뿌리자마자 녹기 시작해서 당황했다. 약 이년전에 식당 식재료 구입때 덤으로 끼워서 한봉지 구입해놓은 타일랜드 스위트 라이스. 역시 유통기한 만기에 임박해서 드디어 개봉했다. 혹시 망칠지 몰라서 1/5정도만 사용했다. 약식은 나에게 떡중의 떡, 완전 소중한 떡이다. 한번 만들어 먹어 보니 외국인 친구들에게도 소개하기 좋은 매우 고급스러운 한국식 디저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많은 종류의 떡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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