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25) 썸네일형 리스트형 India 03_ Varanasi 1월과 2월은 머리 한켠을 인도 여행에 비워주기로 결심했으니 매일 오늘의 날짜가 찍힌 사진이 있는지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14년전의 오늘 나는 이 곳 바라나시에 있었구나. 인도인들이 죽어서 화장되어 뿌려지기를 원한다는 강 가, 갠지스 강변을 따라 쭉 걷다보면 화장터, 버닝가트가 나온다. 화려하기 짝이 없는 형형색색의 헝겊에 휘감겨져 차례대로 운반되어 들어오던 시체들. 마치 영원히 사라졌음이 인정되기 직전 다시 한번 세상 공기에 맞닿으려 안간힘쓰며 솟아 나와있던 누군가의 얼굴과 발들.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시체들 곁에서 튕겨져 나온 뼛조각이라도 있을까 미련에 차 서성거리던 개들. 낯선 장면, 낯선 냄새를 맡고 삐죽삐죽 삐져나오는 상념들이 사라질까 초조해하던 여행객들. 화장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에 맞서 .. 생각하며 끄적이며 꿈꾸며 아카데미 시상식이 좋은 영화를 고르는 절대적인 기준은 분명 아니지만 1월이 되면 2월의 수상 결과를 예측하며 습관적으로 후보작들을 찾아 보게 된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고작 다운로드를 해서 보는것이지만. 우선은 와 와 를 봤고 은 리들리 스콧트의 영화이니깐 진작에 찾아 보았는데 후보에 올라있다. 는 다분히 오스카를 겨낭해서 만든 전략적인 영화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작년 감독상 작품상 수상자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2회 연속 감독상 수상이라는 그럴듯한 타이틀에 혹해 메가폰을 잡고 이제는 그저 헐리우드가 키운 온실속의 화초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작년에 큰 이슈가 되었던 의 톰 하디가 출연하는것 만으로도 뭐랄까 로버트 알트만의 속에서 묘사되는 그렇고 그런 할리우드의 영.. India 02_Orchha 남은 1월과 다가오는 2월에는 14년전의 인도 여행을 회상해보기로 했다. 40일간의 인도 여행을 다녀와서 그 해 1년동안 다음 블로그에 인도 여행기를 썼었는데. 하루간의 여행을 네 다섯번의 포스팅에 시시콜콜 나눠쓰면서 돌아와서도 꼬박 1년을 나는 마음속에서 인도를 다시 여행했다. 그때 썼던 지독히 개인적인 여행기는 애석하게도 아주 일부분만 남아있다. 여행기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특정한 감정들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았기에 일년이 지나 이년이 지나 읽어보았을때 여행기속의 풋풋함과 애절함을 과거 그 자체의 날것으로 공감하고 인정할만큼 내 감성은 성숙하지 못했고 그래서 누군가의 이름을 지우고 동선을 지우고 솔직한 형용사 몇개를 지우고 넘쳐나는 감탄사들을 지우고 나니 내가 스물 무렵에 썼던 객기로 가득찬 여행기는 더.. India 01_산닥푸 Sandhakphu 오늘, 1월17일. 14년전 인도행 비행기에 오르던 날짜이다. 홍콩에서 델리행 비행기로 환승을 하며 짐도 자동적으로 옮겨진다는것을 망각한채 내 짐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으로 꽁꽁 얼어 붙었었던 철없던 그 시절, 처음 번 큰 돈으로 처음 떠난 여행. 따지고보면 하루하루의 날짜는 일년이라는 촘촘한 그물망에 가두어 놓고보면 365분의 1이라는 적지 않은 확률을 뚫고 우리의 기억에 남는다. 조금 더 낡고 헐겁고 성근 평생이라는 그물망속에서 그 하루가 어느 정도의 확률을 뚫고 우리에게 왔는지는 죽기전까지는 알기 힘들다. 80세 정도의 평균수명을 고려해보면 29200분의 1의 확률. 살아 온 날을 세어보면 대략 12500분의 1이라는 확률에 들어맞아 내 뇌리에 남게 된 그 날. 그렇게 점점 틈이 커지는 기억의 그물망속.. 헨리 밀러의 The Colossus of Maroussi 지난번에 중고 상점에 들렀을때 여행 가방 속에 한가득 담겨져 있던 서적들. 혹시 유용한 책이 있을지 몰라 습관처럼 뒤적여 보지만 보통은 허탕을 치고 마는데 그날은 색다른 표지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때까지만해도 저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책 표지가 눈에 들어왔던 것은 아마도 6번이 적혀있는 저 그리스 요리책 때문이었을거다. 딱 눈에 띄지만 역시나 파란색 하얀색을 섞은 디자인이다. 이것은 언젠가 구입한 Phaidon (어떻게 읽어야 할까. 페이동?) 출판사의 요리책 속에 끼워져 있던 출판사의 요리책 리스트였는데 이 출판사의 두툼하고 묵직하고 느릿한 백과사전 같은 느낌이 너무 좋아서 긴 시간을 가지고 한권씩 구입하면 참 좋겠다 싶어서 가지고 싶은 순위를 매겨서 보관하고 있었다. 6권의 책을 .. [리투아니아생활] 외국인 시어머니 댁 속의 한국 풍경 시어머니는 빌니우스에서 버스로 2시간 정도 걸리는 파네베지라는 도시에 살고 계신다. 인구수로 따지면 리투아니아에서 다섯번째로 큰 도시이지만 한국이라는 좁고도 큰 나라,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자란 나에게는 빌니우스도 한 나라의 수도라기 보다는 지방의 소도시처럼 느껴지고 지방의 소도시 파네베지는 한적한 시골처럼 느껴지는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리투아니아의 진짜 시골에 가면 파네베지도 빌니우스도 얼마나 도시스러운지 모른다. 아기를 낳기 두달 전을 마지막으로 장장 7개월간 방문하지 않았던 시어머니댁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처음으로 아기와 버스를 타고 방문했다. 내가 빌니우스를 여행할때 맸던 배낭속에 아기 기저귀를 넣고 셋이 되어 파네베지를 향하는 마음은 뭔가 감격스러웠다. 여행을 중단하고 리투아니아에 머물던.. Vilnius 24_빌니우스의 크리스마스 장터 토요일 이른 아침. 사람도 차량도 없는 구시가지를 혼자 걷는것은 나의 작은 일상이 되었다. 텅 빈 구시가지와 구름 낀 하늘은 온통 내 차지이다. 집과 식당 중간 쯤, 로맹 개리의 조각이 있는 이 골목의 고풍스런 건물에 매번 크리스마스 조명을 달린다. 이 사진을 찍고 나는 장갑 한 짝을 잃어버린것을 알아챘다. 거리 이곳저곳에 크리스마스 관련 용품 광고가 눈에 띈다. 크리스마스는 다른 서양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리투아니아의 최대 명절이다. 올해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부터 27일까지 4일 연휴이다. 리투아니아에서는 24,25,26 3일이 기본적으로 크리스마스 공휴일이다. 크리스마스 당일보다는 24일 저녁을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기념한다. 크리스마스 어드벤트 캘린더과 곰인형 광고. 곰인형 들고 크리스마스를 기.. Vilnius 23_빌니우스와 몽마르뜨 이른 아침 거리를 걷다 들어선 좁은 골목에서 발견한 손잡이. 빌니우스도 누군가에게는 여행지인게지. 휴가철이 아닌 주말이 아닌모두가 일하고 있는 시간에 걷는 여행지의 거리에는 아주 개인적인 자유와 쓸쓸함이 있다. 이 거리 구석구석에 아름다운 조각들이 많아서인지 이런 손잡이가 있는것도 퍽이나 당연해보였다. (빌니우스 구시가지의 Stiklių 거리) 그리고 몇 해 전 몽마르뜨 언덕을 내려오던 길에서 마주쳤던 손잡이가 떠올랐다. 8월의 파리는 그렇게나 따뜻해서 사계절 내내 손을 내밀고 있는 그 손잡이가 처량해 보이지 않았는데, 빌니우스의 손잡이는 날이 점점 추워지는데 장갑도 없이 손이 얼면 어쩌나. 몽마르뜨의 손잡이엔 수줍게나마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었는데. 가슴에는 아기가 잠들어 있었고 한손에는 음료가 들려져.. 이전 1 ··· 91 92 93 94 95 96 97 ··· 1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