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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ktakl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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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지나가기 전에 회상하는 연극 <아연 Cinkas> 월초에 커피와 까르토슈까(https://ashland.tistory.com/1259)로 묵직하게 당충전하고 보았던 연극 '아연 '. 화학 원소의 그 아연 맞고 리투아니아어로는 찐카스 (Сinkas)이다. 리투아니아 연출가 에이문타스 네크로쉬우스의 작품이고 원작은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아연 소년들'이다. 아프가니스탄에 보내졌다가 주검이 되어 아연관에 담겨 돌아오던 소년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크라이나 태생의 벨라루스 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구소련 국가인 리투아니아에서도 당연히 인기가 많다. 작년에 빌니우스 문학 페스티벌에서 한 인터뷰에서도 그렇고 러시아와 함께 전쟁의 원흉으로 취급되는 고국 벨라루스가 러시아에 점령당한 가장 억울한 식민지일 뿐이고 벨라루스의 대통령 역시 루카쉔코..
공연 전의 커피와 까르토슈까 빌니우스의 야우니모 테아트라스 (Jaunimo teatras)내의 카페. Jaunimas는 청춘, 젊음을 뜻하는 단어로 '청춘 극장'이 되려면 Jaunimo로 2 격 변형을 해야 한다. 이 극장은 새벽의 문과 필하모닉 근처의 구석진 곳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지만 그 내부가 의외로 커서 속에서 미로처럼 구불구불 이어진 극장을 빠져나와 구시가 한가운데 다시 서면 늘 어딘가로부터 툭 떨어져 나온듯한 낯선 기분이 든다. 그것은 아마 장소적 특성 때문만이 아니라 공연을 보기 전과 그 후에 빠져나가고 채워지며 대체되는 에너지가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느 극장에든 카페가 있고 또 오랫동안 그 카페에서만 전해져 내려오는 디저트나 칵테일 같은 것들이 있으며 그것들은 세대를 구분하지 않고 공유되고 ..
2월에 떠올리는 12월의 바냐 삼촌 어느새 2월이 되었다. 12월 초에 슬로베니아 연출가의 리투아니아어 연극 바냐 삼촌을 보고 왔다. 이 작품은 작년 가을의 빌니우스 국제 연극제에서 상연이 되었는데 너무 금방 매진이 돼서 아쉬워하던 차에 빌니우스 소극장 공연이 다시 잡혀서 가까스로 표를 구했다. 리투아니아에서 뭔가가 아주 금방 팔려버려 못 사거나 하는 것이 있다면 오로지 연극 티켓이 아닐까 싶다. 리투아니아의 창작 연극들이 꽤 많이 있지만 그 틈에 가장 자주 올라오는 고전 작품은 역시 체홉의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체홉의 소설들이 희곡보다 훨씬 더 깔끔하니 재밌지만 작가의 재치나 유머는 살짝 지루해지려는 좀 더 옛스러운 희곡의 분위기도 결국은 참지 못하고 뚫고 나온다. 연초에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일부러 찾아 보았다. 솔직히 상당..
어느 12월의 극장 만약 이곳이 뉴욕 브로드웨이의 어느 극장이거나 파리의 바스티유 극장이거나 하면 이 장면은 뉴요커나 파리지앵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그런대로 설득력 있는 풍경일까. 왠지 그건 아닌 것 같다. 내가 그곳이 아닌 이곳에 살고 있어서 이렇게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들 앞에 굳이 지정학적 수사를 붙인 후 마치 내가 아는 사람인 것처럼 감정이입 하는 것이 의외로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것에 놀라곤 한다. 나에게 이런 장면은 명백히 올가 혹은 옐레나, 아그네, 그레타 같은 이름을 떠올리게 한다. 바르샤바의 쇼팽 연주회에서 마주르카를 연주하던 피아니스트도 그렇다. 이들 모두를 가둬 버리는 아주 깊고 넓고 차가운 호수가 있다. 파리에서의 1년에 대한 향수를 호소하며 꿈에 젖던 하얼빈의 러시아어 시간 ..
12월의 11월 연극 회상 술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 왜 마셨는지를 기억할 수 있을 만큼의 빈도로 마시고 싶다. 그러려면 좀 뜸하게 마셔야 하고 어처구니없는 주종이어도 명확하면 된다. 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술을 대하는 자세와 감성은 또 그 나름대로의 진심이 담긴 채로 나와는 다르겠지만 애주가의 영혼과 체질을 가지지 못한 나로선 딱 그 정도가 좋다. 11월의 마지막 일요일, 연극보기 전에 진 한 잔을 마셨다. 술을 정말 거의 마시지 않으면 어떤 현상이 생기냐면 대략 이렇다. 드라마의 새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지난 시즌의 내용을 잠깐 되짚어 줄 때 내 기억들이 과거의 어느 지점으로 재빠르게 되감겨 들어가며 수렴될 때의 느낌이 있다. 눈앞에 놓인 한 잔의 술이 바로 이전 술의 맛과 향과 추억을 마치 방금 전에 마신 것인 양 아주 명료하..
연극 백치 얼마전에 본 연극. 텍스트 연극이라기보단 발레 연극. 그냥 현대 무용극이라고 해야하나. 모르겠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를 대사없이 춤동작만으로 구현해낸 연극이지만 그렇다고해서 현란한 발레 동작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투아니아 안무가 안젤리카 홀리나의 또 다른 작품, 그녀의 작품 중 가장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안나 카레리나를 8년전에 본 적이 있다. 과연 몸 동작 만으로 그 방대한 소설을 표현해내는 것이 가능한가 라는 의문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한편으로 춤을 통한 은유를 극대화 하기 위해 완벽하게 절제된 색상과 소품 그리고 예민하게 배치된 클래식 음악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구경하는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러시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말고도 오델로, 카르멘 같은 작품이 있지만 안나 카레리나의 영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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