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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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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12 9월 들어 의외로 따뜻한 날씨가 계속된다. 26도 남짓한 온도지만 9월의 최고 온도 기록을 깼다고도 한다. 9월 1일이 되면 꽤나 드라마틱하게 날씨가 추워진다. 물론 그것도 결국은 정해진 수순이니 그 바뀐 날씨는 놀라울 것이 없는데 추위를 납득할 수 있을 때의 더위는 딱히 반가운 존재는 아니다. 의외의 더위에 맞서는 가장 즐거운 방법은 그저 의외의 추위를 회상하는 것. 내 생애 가장 의외로 추웠던 시기라면 다르질링에서 트레킹을 했을때. 이집트 사막에서도 단체 사막 투어를 온 사람들이 넘겨준 담요가 아니었으면 아마 얼어 죽었을 거다. 트레킹 지역의 숙소들은 딱 보기엔 아늑했으나 모두가 잠든 밤엔 사정없이 매서워졌다. 겨울이어도 난방이 딱히 되지 않는데다 부족한 조명. 밤이 되면 바깥의 바람 소리 외에는 들..
India 11_구름 아직 걷지 않은 길도 지나쳐 온 길도 대부분은 구름으로 자욱했던 곳. 길 위의 내 발 정도는 선명하게 보였다.
India 10_인도와 네팔사이 1월이 되면 어김없이 생각하게 되는 인도. 자동 필름 카메라를 썼기 때문에 현상한 필름을 스캔한 사진이 80장 정도가 남아있는데 일 년에 한두 장씩 올린다고 치면 30년간은 거뜬히 회상할 수 있겠구나.ㅋ 그나저나 30년이 지난다고 치면 반세기 전 여행을 떠올려야 하는 건데 과연 나는 기억이나 할 수 있을까. 아니 당장 내일 일도 알 수 없는데 사실 30년 지나서 꼭 살아있으리란 법도 없다. 분명한 건 21년 전에 내가 어디 있었다는 것 정도는 변함없다는 것. 다르질링에서 하는 트레킹은 칸첸중가가 보다 잘 보이는 지점까지 가는 루트 몇 개가 있는데 제일 짧은 3일을 했다. 짐은 그냥 다르질링 호스텔에 놔두고 왔고 드문드문 밥을 제공하는 숙소들이 있다. 그러니 어두워진다 싶으면 기운이 팔팔 하고 저녁내내 여..
India 09_바라나시의 아침 잊기 힘든 중요한 날도 가끔은 정신없이 잊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유독 인도에 도착한 1월17일이 되면 그 날짜는 마치 꺼도 꺼도 꺼지지 않는 알람처럼 하루 온 종일 가슴속에서 울려댄다. 난 참으로 좋은 여행을 했다. 그때도 매순간 그걸 알았다. 그래서 참 슬펐다. 그것은 행복의 극단에서 모든 것이 끝을 향해 가고 있음을 인식할때 찾아오는 우울이다.
India 08_Orchha 2 저런 언덕을 한달음에 달려내려가면 발바닥의 통증이 얇은 밑창의 운동화를 뚫고 나오며 온 몸이 뜨거워진다. 들어와서 밥이 라도 한 숟갈 뜨고 가라고 할 것 같은 사람들의 표정을 지나고 조명이 거의 없는 깜깜한 거리를 지나고 짙은 향 냄새를 지나면 덜 마른 빨래들이 날 맞이하던 곳.
India 07_Kolkata 콜카타의 밀레니엄 파크에서 만났던 방과 후 중학생들. 현상된 작은 사진을 고스란히 뚫고 나오는 그 날 오후의 따스함. 찰나의 표정에서도 그들 각각의 개성이 느껴진다. 제일 개구장이처럼 보이는 아이에게 너만 왜 교복 와이셔츠 색깔이 다른거야 했더니 거봐 거봐 하며 짖궂은 표정들을 쏟아내며 다함께 놀리던 아이들. 왠지 알 것 같은 이야기와 웃음들. 결국 그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 그래서 그들의 웃음을 건지고 대화는 산으로 갔다. 저들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India 06_Darjeeling 2 춥지 않은 대신 축축한 겨울의 연속이다. 쌓이기보다는 물이 되어 사라지고 싶은 눈들이 내린다. 2월이 되면 더 자주 떠올리게 되는 오래된 첫 여행. 쌀쌀함 속에서 부서지던 다르질링의 저 햇살이 떠오른다. 심지어 고스란히 느껴진다. 내 얼굴을 채우고 있는 주근깨의 대부분은 그해 저 인도의 햇살이 성실하게 심어놓은것이니 지금까지 흘러온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도 추운 겨울이면 여전히 그 햇살이 나를 따라다닌다 느낄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이곳은 다르질링에서 몇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가서야 시작하는 트렉킹 코스의 어디쯤이었을 거다. 드문드문 몇 시간 간격으로 저런 롯지들이 나타났다. 비수기였기에 손님 치를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던 어떤 롯지의 주인과 그의 아이들이 생각난다. 명절이라서 마시는 ..
India 05_Chandigarh 14년전 오늘의 여행. 여행 루트의 편의상 북인도의 여러 도시에 들렀지만 내가 꼭 가야겠다 계획했던 도시는 단 두곳이었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를 맡은 챤디가르와 네팔과 티벳에서 멀지 않은 다르질링. 홍콩에서 환승을 하며 또래의 한국 친구들을 만나 얼마간 동행했지만 챤디가르에 가겠다는 친구들은 없었다. 사실 챤디가르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여행하는 인도의 도시들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 현대적이었고 자로 잰든 명확하고 반듯했으며 사람에 빗대어 묘사하자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차갑고 깐깐한 느낌의 도시였다. 다르질링에서 챤디가르로 바로 가는 기차가 없어서 엉겁결에 머물게 된 알라하바드에서 열 시간이 넘는 밤기차를 타고 도착한 챤디가르. 바깥의 차가운 공기가 여과없이 스며들어 침낭을 꺼내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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