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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17_루디닌쿠 서점 Rūdininkų knygynas 대부분의 약국과 서점이 체인 형식으로 운영되는 리투아니아. 헌책방이나 북카페가 아니라면 개인이 운영하는 순수 개념의 동네 서점을 찾기 힘든데 빌니우스 구시가지에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자리잡고 있는 서점이 있으니 바로 루디닌쿠 서점이다. 카페나 음식점이 자리 잡기에는 너무 아담한 거리이지만 서점 바로 근처에 카페 체인이 하나 들어서면서 서점은 왠지 더 서점다워졌고 카페는 더욱 카페스러워졌다. 서점 안에 들어선 미니 카페 컨셉은 너무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전략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아 쉽사리 들어가지지 않는다. 그저 책을 읽고 싶은 이들도 그저 커피를 사이에두고 마냥 수다를 떨고 싶은 이들, 아무도 편치 않은 넉넉하지 않은 아우라를 주기 때문인데 이렇게 약간의 거리를 두고 위치해 있는 서점과 카페를 보니 ..
Vilnius Restaurant 04_Sofa de Pancho 이렇게 여름을 사랑하게 될 줄 알았다면 겨울이라는 아이에 좀 더 목을 매었어야 되는게 아닐까 생각되는 요즘이다.덥고 푹푹찐다고 짜증을 내기엔 그럼에도 마냥 따사롭고 그저 천연덕스러운 아이같은 리투아니아의 여름이 조금이라도 빨리 지나갈까 조바심을 내는 요즘한편으로는 내가 그토록 사랑하고 기다리던 겨울이 왠지 내 눈밖에 난것같아 애처롭기까지 하다.하지만 삼십년이 훌쩍 지나서야 깨닫기 시작한 이 찬란한 여름에 대한 찬양이 겨울을 향한 비난은 절대 아닐것이다.단지 쉬지 않고 지난날이 되어가는 붙잡을 수 없는 일분 일초의 찰나에 대한 나약한 인간의 질투라고 하는편이 낫겠다. 8월을 10일여 남겨둔 화창한 금요일 오후. 빌니우스의 구시가지는 활기 그 자체였다.사람들로 꽉꽉 들어찬 노천 카페와 식당, 직원들은 쉼없이..
스페인 50센트 유로 동전 에스파냐라는 글자를 보기전엔 왜인지 이분은 갈릴레오 갈릴레이일것으로 생각했다. 턱에 수염이 있고 왠지 중세 옷차림같은 목에 저런게 둘러져 있으면 말이다. 하지만 역시나 친절한 스페인 동전. 세르반테스라고 명명백백 적혀있다. 스페인의 10센트,20센트,50센트 동전에 나란히 새겨진 스페인의 문호, 돈키호테의 아버지. 근대 문학의 시초로 여겨진다는 이 소설. 하긴 세르반테스는 세계사 교과서에도 등장한듯 하다. 아쉽게도 돈키호테를 읽어보진 못했다. 지금은 그리스 동전에 필받아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있는 중. 다 읽고 나면 돈키호테도 읽어봐야겠다. 왠지 그리스인 조르바와 돈키호테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데 실제 내용이 어떨지는 읽어봐야 알겠다. 재밌는것은 세르반테스가 죽었다고 기록되어진 날짜 1616년 4월 2..
스페인 1유로 동전 스페인 1유로와 2유로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 이분. 에스파냐라고 써있어서 물론 그랬기도 했지만 보자마자 스페인 국왕이란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1992년 맨처음봤던 그때부터 여전히 같은 헤어스타일을 고수하고 계신 이분. 후안 카를로스 1세 스페인 전 국왕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때 여갑순 선수의 사격 경기에서인지 아니면 시상식에서인지 카메라가 이분을 비췄더랬다. 아니 혹시 시상을 했었나? 아마도 사격경기가 올림픽의 맨 첫 경기이기도 했고 직접 경기를 관전해서인지 캐스터가 스페인 국왕이라고 말했던게 기억이 난다. 아니면 시상을 이분의 아들인 현 국왕이 했었던듯도. 후안 카를로스 1세. 스페인 독재자 프랑코의 후계자로 지정되어 프랑코 사후 스페인을 책임졌지만 독재가 아닌 민주화로 스페인을 이끌었..
Paris 12_아랍 월드 인스티튜트 (Institut du monde arab) 다시 가고 싶은 파리. 2년전 여행에서는 충실한 관광객이 되어 모두가 바삐 들르는 관광 명소들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다시 여행한다면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여긴 가봐야겠지?' 와 같은 모종의 부담감을 털어내고 한결 간편한 게으름뱅이의 여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파리에서 우리가 머물었던 곳은 파리 5구에 위치한 작은 아파트였다.빌니우스에서 저가항공을 탔기에 우리는 파리 보베 공항으로 입국했고 공항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 타고 5구에 위치한 숙소까지 이동해야했다.보베 공항에서 공항 버스를 타면 라데팡스가 출발역인 1호선의 Porte Maillot 역까지 이동한다. 보베 공항에 가려면 그러니깐 이 역에서 공항 버스를 타면된다.그곳에서 우리가 지하철을 갈아 타야하는 1,5호선 Bastille 까지는 ..
Paris 11_파리의 에펠탑 (Eiffel Tower) 파리는 한마디로 에펠탑으로 과잉된 도시이다. '에펠탑 과잉이라니. 에펠탑에 감히 과잉이라는 어감의 명사를 붙이는게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라고 에펠탑이 보이는 발코니를 낀 코딱지만한 주택을 30년만기 대출을 받아 가까스로 구입한 사람은 펄쩍뛰며 대꾸할지도 모르겠다. 노트르담 근처의 기념품 가게에서 금빛 에펠탑 두개를 1유로에 샀다면 당신은 다음 날 루브르 근처에서 에펠탑 세개를 1유로에 파는 흑인을 만날지도 모른다. 그 다음 날 센 강변에서 1유로에 은빛과 빨강빛이 섞인 에펠탑 네개를 발견했다면 이번엔 몽마르뜨의 후미진 메트로 역사 바깥에서 이보다 더 저렴한 에펠탑은 본 적 없을것 이라는 시니컬한 표정으로 검지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다섯개의 에펠탑 열쇠고리를 짤랑거리는 또 다른 흑인을 만날것이다.
그리스 20센트 유로 동전 동전속의 이 아저씨 어제 본 미드 시즌 2,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눈 빠진째 살해된 그 아저씨를 닮았군. 서로 관련없는 세 주인공들의 이야기들로 뭔가 산만하게 진행된다 싶어 약간 실망하려던 차에 시체가 발견되자 호출된 이들, 각기 다른 부처의 주인공들이 운명처럼 만난다. 알고보니 동전속의 그는 그리스인 이오아니스 카포디스트리아스. 집안에 그리스와 관련된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 냉장고 속에 반쯤 먹다남은 그릭 요거트가 떠올랐다 ㅋㅋ. 그리스산 페타 치즈라도 있었으면 좋았을걸 알고보니 이 요거트는 리투아니아 현지에 서 생산된 국산 제품. 이 기회에 그리스인 조르바 같은 소설이나 다운받아서 읽어봐야할까. 이제 그리스하면 그렉싯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라 애석하지만 말이다. 그리스인들이 동전에도 새겨넣을만큼 중요한..
프랑스 2센트 유로 동전 파리 여행중에 우리집으로 보낸 엽서. 보통 여행중에 집으로 엽서를 보내면 같은 유럽인 경우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이미 엽서가 도착해있기 마련인데 그해엔 돌아와서도 꽤나 오래기다렸던듯 하다. 파리에는 유명한 관광지도 많고 명화들로 가득한 루브르와 오르세 미술관 덕에 엽서의 선택폭이 지금까지 여행했던 그 어떤 나라보다 넓었다. 엽서를 쓰는 즐거움은 그 나라 우표를 구경하는 즐거움도 준다. 누군가가 여행중에 나에게 편지를 보내오지 않는다면 왠만해선 구경하기 힘든 우표들. 집으로 보내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순간 떠올릴 수 없었던 프랑스 우표속의 마리안과 프랑스 2센트 유로 동전속의 마리안. 프랑스가 추구하는 자유 평등 박애라는 가치를 구현하는 상징으로 여겨지는 마리안. 동전속의 마리안과 우표속의 마리안은 사실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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