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25) 썸네일형 리스트형 <중경삼림 Chungking express> 왕가위 (1995) 원하는 영화를 그때그때 찾아서 볼 수 있는 요즘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것에 감사해야한다. 오래전에 다운받아놓은 영화도 시간과 용량에 구애받지 않고 오랫동안 남겨둘 수 있는 거대한 저장공간이 보장되어있고 정말 재밌게 봤는데 절대 기억안나는 영화도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찾아낼 수 있는 검색엔진과 imdb 같은 사이트들이 있으니 마음에 드는 단역들 이름을 알아내려고 흐릿하게 올라가는 엔딩크레딧을 붙잡고 씨름하지 않아도 되고 비디오 대여점에서 비디오 고르는 재미는 만끽할 수 없지만 연체료 걱정에 황급히 신작 비디오를 돌려줘야 할 번거로움도 없고 월요일 아침에 비디오 반납함 앞에서서 꾸역꾸역 주말 동안 빌려 본 비디오 테잎을 집어넣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것이다. 방과 후 비디오 가게에 들려 고심고심해서 영화를 .. <카페 드 플로르 Cafe de flore> 장 마크 발레 (2011) 지난번에 을 보고 바네사 파라디가 떠올랐더랬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조니뎁이 아니고선 독자적으로 잘 거론되지 않는 배우. 그녀를 볼때마다 일종의 자기모순에 빠지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조니뎁이 별로 멋있지도 않고 그가 케케묵은 매력으로 수년간 어필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니뎁과 그토록 오랫동안 짝으로 지냈었던데에는 그녀에게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었기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는것과 심지어 '그렇게 앞니 사이가 벌어져서도 조니뎁과 가정을 꾸릴 수 있다니'라고 더더욱 못난 생각을 하게 되는것. 그러니 앞니가 빠진 여자는 예쁘지도 않고 그런 여자는 멋진 남자와 살 수 없다는 외모지상주의에 근거한 몹쓸 편견에 조니뎁이 멋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도 결국은 그가 사랑한 여자는 뭔가 특별.. <파리 5구의 여인 The women in the fifth > 파벨 포리코프스키 (2011) The women in the fifth 이 영화를 본지 한참이 지났는데 최근 들어서야 내가 본 영화가 이 영화란것을 알았다. 가끔 그럴때가 있다. 뚜렷한 동기없이 우연히 봤는데 재밌었던 영화들에 대해 누군가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그게 무슨 영화인지, 내가 본 영화인지 아닌지 헷갈릴때가 있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때 문장성분의 배열때문이었는지 엉뚱하게도 바네사 파라디가 나왔던 가 바로 떠올랐고 제목속의 숫자가 뭘 의미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전체적으로 영문 제목이 그다지 인상적이지도 않았다. 최종적으로 다운로드 버튼을 눌렀던 이유는 아마 스쳐지나간 에단 호크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의 이름때문이었을거다. 실제 제작년도는 2011년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국에서는 최근에야 개봉을 했다. .. <비포 선셋 before sunset> 리차드 링클레이터, 2004 before sunset, 2004 다시 쌀쌀해진 날씨. 주말 오후 집에 틀어박혀 론니 플래닛을 뒤적여본다. 비행기표를 워낙에 일찍 사놓아서 여행까지 반년 정도면 기초 프랑스어를 배워도 남겠다고 생각했는데 밍그적거리는 사이에 여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물론 살 방을 구해 놓은것 말고는 해놓은것도 없다. 지도위에 표시된 축척을 따라 손가락으로 아무리 에펠탑과 개선문 사이의 거리를 재어 보아도 쉽게 와닿지 않지만 이렇게 백지상태에서 내멋대로 상상할 수 있는것이 어쩌면 현재의 나의 특권인지도 모른다. 나중에 여행을 하고나면 지금 머릿속으로 그리는 파리의 모습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테니깐. 부록으로 딸린 지하철 노선도를 뜯어서 펼쳐놓고 보니 그나마 방향 감각이 생긴다. 예를 들면 라데팡스는 우리나라로 치면.. Vilnius 10_행운의 말굽편자 어제 아빠 어디가를 보는데 성동일이 아들에게 비가 어떻게 해서 오는지 아냐고 묻는 장면이 있었다. 헉! 순간 뜨끔했다. 나한테 물어봤으면 난 그 아들처럼은 둘째치고 심지어 매니져처럼 재치있게 비는 호랑이가 장가가면 온다는 대답조차 못했을것 같다. 언젠가 고등학교 시절 지구과학 시험문제에도 등장했을거고 객관식이었으면 상식적으로 답을 골랐겠지만 꼬맹이의 똑부러지는 대답을 듣고 나니 난 구름이 끼면 비가 오지 라는 생각만 줄곧 했지 왜 구름이 생기는지를 주관식으로 물었다면 대답을 못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구름은 그냥 날씨가 안좋으면 끼는 걸로. 헐헐헐 이번 5월에 들어서는 오전 6시만 되도 자동적으로 눈이 떠진다. 물론 곧바로 다시 잠이 들긴 하지만. 햇살이 정말 부서진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바깥은 눈이 .. Paris 01 목적지를 정하고 머릿속으로 나만의 여행을 상상하기 시작하면서 여행은 이미 시작된다. 집에서 식당까지 가는 동안에는 크고작은 대여섯개의 횡단보도가 있는데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멈춰서있는 짧은 시간들이나 마트 계산대 앞, 지루한 표정으로 하얀 센트를 세는 사람들 틈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 (리투아니아의 1센트 열개를 세면 40원정도로 그다지 화폐가치가 없는 이 센트를 보통은 '하얀색'이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등등등의 짧고 짧은 시간들은 상상을 위한 최적화된 시간들이라고 할 수 있다. 잡생각말고는 그다지 생산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짜투리시간에서도 쪼개지고 또 쪼개지고 남은 이 찰나의 순간들을 여행이라는 어느 미래의 한 순간에 투자할 수 있다는것은 즐거운 일이다. 지나고보면 여행을 준비하면서 들었던 음.. Italy 06_코르토나의 종소리 La Campanella 매번 여행을 가기 전에 결론이 뻔한 고민에 휩싸인다. '카메라를 챙겨야 할까?' 나는 조금은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여행이 좋다. 솔직하게 말하면 여행예산과 각종 기회비용을 따지다보면 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런 여행을 하게 되는것이다. 예를 들어서 픽업을 나오는 호텔을 예약하거나 시내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경우가 적으니 보통 제발로 숙소를 찾아다니거나 왠만한 거리는 걸어다닐때가 많고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기면 추가비용을 내야하니 기차시간까지 짐을 지닌채로 남은 시간 도시를 둘러본다거나 하니 여행동안 짐과 함께 하는 시간은 택시 할증처럼 늘어난다. 그렇다고 다리미며 클럽용 구두까지 챙겨넣어 마치 등에 냉장고를 업은듯한 모습으로 여행하던 유럽아이들처럼 짐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것도 아니다. 그래서 카메라 같.. Italy 05_코르토나의 길 Via di cortona 코르토나로 가는 길. La strada per cortona. La strada는 아시다시피 펠리니의 영화 '길'의 원제에서 얍삽 인용하였고 문장을 넣고 검색 해본 결과 코르토나'로' 가기 위한 전치사는 per 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 strada 가 고속도로나 길처럼 특정 방향을 가리켜 삶에 대한 목적의식을 불러일으키며 동적이고 광활한 느낌을 준다면 우리가 두시간여에 걸쳐 밟고 올라온 콘크리트 언덕은 분명 strada 였던것 같다. 그리고 코르토나 입성을 목전에 둔 우리를 초로에 접어든 성당으로, 끈적한 압착 올리브 향으로 가득한 식당으로, 피아자의 벼룩시장으로 인도해 줄 꼬불꼬불한 골목길은 via. 이탈리아어에는 독특한 생동감과 운율이 있고 적당한 강약을 넣어 발음해보면 노래를 부르는것 같다. 제목.. 이전 1 ··· 107 108 109 110 111 112 113 ··· 1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