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25) 썸네일형 리스트형 <잘 알지도 못하면서> 홍상수 (2008) 새해 다짐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되도록이면 이러진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해본것이 몇가지 있다. 단지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된다는 생각으로 정해진 시간에 자려들지 말자. 저녁을 먹었다는 이유로 야식을 피하려들지 말자. 내일 쉬는 날이어도 머리가 가려우면 그냥 감자. 뭐 이런 별 쓰잘데기없는 다짐들인데 한마디로 본능에 충실하자 그런거다. 내 자신에게만이라도 좀 덜 설명하는 생활을 해야하지 않을까 해서다. 자잘한 욕구들을 억누르기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자정넘어서 또 폭풍쉐프질. 얇은 스파게티면을 삶는데에 고작 6분의 시간이 필요한데 가스렌지 앞에 서기까지 한시간을 망설이는것은 죄악이다. 마늘과 토마토가 익는 시간동안 창밖으로 대여섯대의 차가 지나갔다. 음식을 먹고 빈.. 만춘 晚春 (1949) 6년전인가 이 영화를 하얼빈의 기숙사에서 처음 보았다. 복제디비디를 쌓아놓고 파는 가게들이 몇군데 있었는데 단속이 뜨면 며칠이고 장사를 안해서 혹시라도 문을 닫을까봐 진심으로 걱정하곤 했다. 영화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었지만 대략 6위안이면 고화질의 영화 DVD 를 살 수 있었는데 그때 운좋게 구입한것이 바로 크라이테리언 콜렉션의 이클립스 시리즈중 '오즈 야스지로' 시리즈였다. , <생활의 발견> 홍상수 (2002) 무릎팍도사에 김상경이 출연했다. 김상경이 게스트로 출연했던 개그콘서트의 편을 떠올려보면 토크쇼 출연이 그렇게 뜬금없는것 같진 않다. 단지 속의 김상경은 속된말로 찌질했어도 수다스럽진 않았는데. 김상경의 입담에서 박중훈의 위트를 기대했던것이 사뭇 민망해졌다. 김상경 스스로는 자기가 정우성과 송강호의 중간 지점에 있는 배우같지 않냐고 되물었는데 물론 도사들은 그 중간에 이병헌이 있지 않나요 하고 받아쳤지만. 하하하. 김상경은 자신이 가진 평범하고 생활 밀착적인 캐릭터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했던것 같다.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거나 살인을 할 만한 극적인 캐릭터가 사실 그에겐 없다. 송강호는 정우성보다 분명 못생겼지만 의 무능력한 회사원을 연기해도 그는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김상경은 검사에 의사까지 엘리트를 연기.. <스윙걸즈> 시노부 야구치 (2004) 내 생각에는 재즈도 와인이랑 비슷한 녀석인것 같다. 어떤것을 재즈라 부를 수 있는지 어떤 와인이 좋은 와인인지에 대한 명확한 해석과 함께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는 놈들. '재즈입문'이라는 책이라도 사보지 않으면 왠지 잘못된 재즈의 길에라도 들어설것 같은 걱정을 하게 만들고 그렇게 청운의 꿈을 안고 입문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애드립, 임프로비제이션이라는 놈에 발목을 잡힌다. '그건 배운다고 되는게 아니야'라는 가장 절망적이고 무서운 충고와 함께. 흔히들 재즈는 정해진 악보에 따라 연주하는 클래식과는 다르다고들 한다. 하지만 클래식을 연주하는데 있어서도 즉흥적인 창의력은 요구되는 법. 예를 들면 코엔형제의 의 애드 크레인 (빌리 밥 손튼). '항상 마지막 열쇠를 돌리지 않아서 내 인생이 이모양 이꼴인건가' 라.. 디아블로 3 이 사진이 의미하는바를 유저의 입장에서 가슴으로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2012년이 가기전에 레벨 50을 달성하겠다는 남편의 포부는 이미 머릿속에 각인된지 오래이다. 이건 뭐냐 그러니깐 남편의 취미에 대한 오마쥬이자 상생과 협력으로 풍성한 2013년을 맞이하기위한 마인드 컨트롤이랄까. 줄리아 차일드의 남편은 요리 좋아하는 아내덕에 아내도 기억못하는 요리 용어를 인지할정도의 요리지식을 터득하게되지만 나는 그냥 진심으로 행복한 표정으로 게임얘기를 풀어놓는 남편의 얘기를 경청하는것으로 소임을 다하려 한다. 반년 후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무쌍한 인생이다. 나이가 들어서의 우리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훌륭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의 세계관과 우리의 방식대로 살아가는것이 최선이라는 생.. <사이드웨이 sideways> 알렉산더 페인 (2004) 세상에는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와인을 좋아하려는 사람이 많은게 확실하다. 와인이라는 녀석 자체가 그런 느낌을 준다. 마치 이유없이 그냥 친해지고 싶은 그런 친구. '나 걔랑 되게 친해'라고 자랑하고 싶어지는 친구. 입어서 예쁜 옷도 아니고 먹어서 맛있는 음식도 아니지만 맛있게 마실 줄 알고 녀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 할 수 있을때 우리의 존재도 아름다워 보인다고 믿게 하는 녀석. 특별히 와인을 좋아하는것은 아니지만 와인을 마실 기회는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비싼 돈 주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와인들이 분명히 있고 세일기간이라도 겹치면 비싸다 싶던 와인도 맛 볼 기회가 있다. 차이는 모르겠다. 정말 비싼 와인을 마셔본 적이 없으니 마셔보고 '정말 차원이 다른 맛이군'이라고 실감하지 않는 이상 오래된 .. <마르타 마시 메이 마를렌 Martha marcy may marlen> 숀 더킨 (2011) 영화 포스터와 제목을 보고 줄거리를 짐작해 본다. 유난히 추측을 부르고 불길한 상상을 부추기는 영화 포스터들이 있다. 차갑고 푸르스름한 숲속에서 어디론가 도망치는듯한 소녀의 뒷모습. 아무래도 불행과 비극의 복선들에 너무 익숙해진것 같다. 실종아동, 성착취 등등의 가능한 모든 불행한 상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라져버린 4명의 소녀이야기일것으로 상상해보다. 이름은 도대체 왜 전부 m 으로 시작하는건지. 어둠침침한 배경과 낯선 배우들의 연이은 등장으로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호수속에 덩그러니 놓여진 한 채의 집과 바람에 흔들리는 숲과 통나무 집. 시종일관 멀리서부터 서서히 줌인되는 촬영방식도 으스스하다. 마치 의 두 남자가 갑자기 튀어나와 "혹시 계란 있어요?" 하고 물어볼것같은 느낌. 왜 그 영.. Vilnius 09_빌니우스의 겨울 빌니우스에도 눈이 많이 내렸다 고개를 치켜들면 벌써부터 무시무시한 고드름이 달려있다. 자주 지나다니는 길들이 일방통행인곳이 많아서 보도블럭보다 차도로 걸어다니는게 더 나을정도이다. 두툼한 털 양말속에 바지를 집어넣고 묵직한 등산화를 신어야 그나마 녹아서 질퍽해진 눈 사이를 걸어갈 수 있을 정도인데 혹한과 폭설에 길들여진 유전자들이라 높은 겨울 부츠를 신고도 별 문제없이 잘 걸어다니는것 같다. 곳곳이 진흙탕 물인 거리를 마구 뛰어다녀도 종아리에 꾸정물 하나 안묻히던 인도인들의 유전자처럼 말이다. 이전 1 ···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