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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

Vilnius 76_라즈베리


마트 앞에 집합한 가판대 위의 수부룩한 열매들과 함께 빌니우스의 여름이 절정을 향한다. 숲에서 혹은 자신의 여름 별장에서 채집한 열매와 버섯, 직접 기른 래디쉬나 오이, 파 같은 것들을 소량씩 얹어놓고 파는데 그것들이 다 모이면 꽤나 풍성하고 다채로운 풍경이 된다. 잼이 들어간 도너츠를 잘 안먹지만 그래도 가끔 골라 먹던 도너츠는 라즈베리잼이 들어간 도너츠. 그 까탈스러운 생김새와 생뚱맞은 식감과 맛 때문에 여름 열매들 중 가장 마음이 간다. 특히나 가판대 위의 라즈베리는 마트 속 라즈베리와 달리 크기도 들쑥날쑥하고 아주 작은 것들은 큰 것들에 치어서 거의 이즈러져 있다. 자유로이 드나드는 벌레들도 함께이다. 한 봉지 사들고 집으로.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씻기 번거로운 과일. 그래서 씻지 않고 먹으려하면 그 좁은 반투명의 분홍빛 굴 속에서 스믈스믈 기어나오는 개미 한 마리. 누군가 뱉어놓아 눌러 붙은 사탕 근처에 꼬이는 아이들보다 숲속 어딘가에서부터 단 냄새를 맡으며 덜컹덜컹 양동이속에 딸려 온 너희가 조금 더 행복한 건가. 개미 자체도 좀 더 만화에 나오는 개미처럼 착하고 명랑하게 생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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