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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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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가 생기는 순간. 필요한 사진이 있어서 찾다가 급 지울 사진들을 적당히 지우며 사진 정리를 하다가 찾은 몇 장의 사진. 카페 오픈 전에 커밍쑨~ 하는 사진들인데 그래도 이 카페들은 여태껏 살아남았다. 대략 사오년전 이다. 사진을 보다 보니 락다운 되기 직전에 갔다가 그때 마신 커피가 마지막이 되어서 문 닫은 카페들도 많았다. 러시아 드라마 씨어터 앞에 있는 카페인인데, 이 장소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참 좋았다. 극장에 보통 있을 법한 카페테리아가 없으니 연극 볼 때 가면 되겠다 싶었으니. 이 거리가 참 조용하고 창밖으로 로맹가리 동상도 보이고 한가하고 좋아하는 지점. 여기도 아직 있다. 이곳 커피가 맛있긴 한데 계단을 올라가거나 내려가야하는 매장의 카페들은 왠지 잘 안 가게 된다.
없어진 카페 어떤 낯선 도시의 중앙역 근처 비스트로에나 어울릴법한, 흡사 서서 마시는 것이 더 편해보이는 키가 큰 탁자와 의자가 놓여져 있던 카페. 길게 난 창문으로 언덕 진 거리를 올라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그 불편한 의자에 앉아서 몇 번의 커피를 마셨었다. 카페들이 깡그리 문을 닫은 요즘, 바닥을 보이는 커피콩을 세어보며 없어진 카페와 가본 적 없는 카페들을 회상한다. 사라지는 것들을 그저 셀 수 있다는 것만큼 선정적인 것이 또 있을까.
나의 커피와 남의 커피 개학전에 벼락치기로 일기장을 채워야 한다면 날씨란에 어떤 날씨를 적을까 순간 멈칫하곤 했다. 일기를 검사하는 선생님이라고 해서 그날의 날씨를 알았을까 생각하면 결국은 참으로 순진무구한 어린시절이었구나 생각한다. 정말 기억에 남았던 날에 대한 일기만을 아주 정성스럽게 적을 생각이었다면 날씨는 물론 입었던 옷 조차 힘들이지 않고 기억할 수 있었을텐데. 다름이 아니라 근래에는 가끔 마시는 커피마다 너무나 맛있어서 커피 일기를 쓰라고 한다면 벼락치기라도 그 커피의 날씨를 다 기억해낼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커피의 온도는 물론 커피의 색상부터 그 모든 배경이 되는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이번 여름에는 에스프레소를 시키며 얼음을 채운 유리잔을 따로 부탁하곤 했다. 커피잔의 반 정도 채워진 고귀한 커피에 설탕을 넣어..
어떤 카페, 어떤 예술가 홍대의 명월관 바로 옆에 위치해있던 어떤 카페. 한창 피씨통신을 하던 학창시절, 이십대 후반의 직장인 언니 오빠들이 핫플레이스라며 정모 장소의 후보로 올리던 곳, 그곳이 20여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아직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 카페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뭔가 빌니우스다워서 익숙했고 따로 설탕을 털어 넣지 않은 라떼가 적당히 달고 맛있었다. 다 마시고 난 커피잔에 우유 거품이 그득그득 남지도 않았다. 신기하고도 훌륭한 라떼였다. 이 카페에 다시 가면 그때는 카페 이름을 마음 속에서 두 세 번 되내어 보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때까지도 그 자리에서 같은 라떼를 만들어 준다면 말이다. 폐간된 잡지인지 그냥 주인장 소장용 잡지를 카페에 가져다 놓은 것인지 이미 이 삼 년은 족히 지난 오래된 잡지들이 카..
다른 토닉 에스프레소 집에 냉장고가 오래되서인지 냉동실에는 성에가 거대한 빙하처럼 자리잡고 있다. 미끈하게 울룰불룩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들이 든든하게 느껴질 정도로. 얼마전 냉장고 전원을 빼놔야 할 일이 있었는데 희끄무레해진 빙하 가장자리 틈으로 칼날을 밀어넣으니 쩍하고 크레바스처럼 벌어졌다. 그렇게 냉장고를 빠져나온 한 조각의 빙하를 그냥 싱크대에 놔뒀다. 여름이 얼마만에 그를 녹여버릴지 궁금했기때문이다. 요즘의 여름은 딱 그렇다. 싱크대 배수구 언저리에서 점점 작아지던 딱 그 얼음 조각처럼 간신히 걸려있다. 이미 진작에 끝났는지도 모르는 그 신기루 같은 여름의 끝자락에서 마시는 시원한 커피. 에스프레소 모자를 쓴 토닉.
Caffeine_Vilnius 수년 간 Coffee Inn 이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했던 리투아니아의 토종 커피 브랜드. '커피인'이라고 읽어야겠지만 대다수의 리투아니아인들은 이 카페를 '코페이나스' 라고 불렀다. 카페 이름을 영어의 발음 기호와 상관없이 리투아니아어 알파벳 모음 발음으로 읽고 남성 어미 -as 를 붙여서 코페이나스가 되는 것. 그런데 코페이나스 Kofeinas 라는 리투아니아 단어 자체가 또 영어의 caffeine 이라는 뜻이니 그것이 의도된 작명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이 카페는 항상 그렇게 '카페인' 카페로 불리웠고 대주주가 바뀌고 경영구조가 바뀌면서 결국 카페 이름도 Caffeine 으로 바뀌게 되었다. 2004년에 첫 지점이 문을 열고 14년이 지난 지금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의 지점들까지 합쳐 매장이 60개가..
이별한 카페 오래 전에 이곳에서 커피 마신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 (http://ashland.tistory.com/385). 이곳은 나에게 겨울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곳이었다. 이곳의 계절은 겨울과 겨울이 아닌 것 둘이다. 그것은 어쩌면 모두가 다 싫어해도 나는 좋아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유치한 과장인지도 모른다. 리투아니아의 겨울은 지나간다기 보다는 잠깐 움츠러들었고 나머지 계절들은 제 스스로 찾아온다기 보다는 간곡히 초청을 해야만 겨우 잠시 얼굴을 내밀었다. 겨울 부츠와 여름 샌들이 오래된 모래알을 교환하며 좁은 신발장에서 자리를 바꾸듯, 카페의 테이블도 창고 밖으로 빠져나오고 다시 돌아가는 시기를 맞이한다. 결국 오고야마는 겨울을 싫은 척 하면서도 가슴 깊이 안게 되지만 이 카페에 겨울이 찾아오면 늘 조금은..
토닉 에스프레소 섞이기 전 아랫부분이 투명해서 정말 예뻤는데 한 봉지 털어 넣은 설탕이 털썩 주저앉으면서 흙탕물을 만들어버렸다. 빌니우스의 여름도 이곳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여름이다. 에어컨 없는 카페 속 열어 놓은 창문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닫혀버리고 차가운 커피들이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따뜻한 커피를 즐긴다. 그래도 차가운 커피를 마셔야 한다면 톡쏘는 이런 커피가 참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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