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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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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작년에 오랜만에 한국에 갔을때 아는이들의 집을 방문할때 마다 책 한두권씩을 빌려오곤 했다. 빌려온 정성이있으니 끝까지 읽을것 같았고 돌려줘야하니 그 핑계로 한번 더 만나겠구나 싶어서. 그때 읽은 몇권의 책 중에 김영하의 '퀴즈 쇼'라는 소설이 있었다. 작가 스스로 얘기한것처럼 한창 피씨통신이 유행하던 90년대 후반을 살아 간 작가 또래 세대를 위한 소설이었다. 나는 386세대도 아니고 작가의 또래도 아니지만 나도 분명 그 시대를 살았고 소설의 내용도 무척이나 공감이 됐다. 유니텔이나 천리안같은 피씨통신이 유행하고 번개니 정모 정팅이라는 단어에 가슴이 뛰던 시절이었다 어쩌면 나의 청소년기는 386세대가 공유하고 공감하려했던 것들을 동경하며 마음속에서나마 어른이 되기를 희망했던 시기였는지도 모른다. 얼마전에..
20121030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게 벌써 두달 전 일이다. 심지어는 로그인을 하는데 애를 먹었다. 싸이월드에도 거의 3개월째 못들어가고 있다. 비밀번호를 잘못입력해서 차단이 됐는데 새 비밀번호 생성하는것도 정말 번거로운 일이다. 한두가지의 고정된 비밀번호를 가지고 있어도 때가되면 비밀번호 바꾸라는 재촉에 무시안하고 꾸역꾸역 바꾸다보면 나중에는 인터넷뱅킹 비밀번호부터해서 다 꼬이기 시작한다. 아무튼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시피 비밀번호를 찾아냈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디를 찾아낸것이다. 두달이 휙 하고 지나갔다. 일이 많았고 집안일도 많았다. 집수리같은 집수리를 안한지도 이미 오래다.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일주일에 선반 하나 달고 옷장 한 칸 정리하고 뭐 이런식이다. 예전 집주인이 남기고간 오래된 가스 오븐을 한번..
<김종욱 찾기> 와...저 난과 커리 달 그리고 커드까지..정말 맛있어 보인다. 을 보고 임수정이 마음에 들었던 관계로 그의 출연작들을 하나씩 챙겨보고 있는 중이다. ,, 심지어는 임수정 트릴로지 같은것을 보고있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비약이라고 해도 뭐. 옛 여행을 추억하며 현재를 사는 여주인공과 결혼을 해서 권태기를 맞고 결국에는 헤어짐의 문턱까지 이르는 저 한 여자가 그냥 동일인물같은 느낌을 준다. '멋지게 살고 싶어''한때는 그랬었지''이런 시절도 있었지''사는게 그런거지''다르게 살고싶어' 세월과 함께 인생관과 사고방식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우리가 인생에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한가지인것 같다.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는가 하는 문제. 그런데 그런건 다 집어치우고 단지 이 영화가 나의 추억도 담고있었기에 너무 좋..
파수꾼 (2011) 싸우고 까불고 밀고 당기는 주인공들로 채워진 알록달록한 영화 포스터들 사이에서 텅빈 기찻길을 배경으로한 의 포스터는 주의를 끌기 충분하다. 이런 영화는 지독하게 감성적인 영화이거나 처절하게 리얼한 영화이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어쩌면 처절하게 리얼한 영화만큼 지독한 감성을 끌어낼 수 있는 영화는 없을 수도 있겠다. 영화 의 포스터가 바로 그랬다. 새벽 어스름 강에 내비친 친구 3명의 그림자. 어떤 버전의 포스터보다 훨씬 더 우회적으로 표현되어서 불안한 마음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상상하게끔 했던 영화. 다 자란 어른들의 성장 영화. 어쩌면 조금도 더 성장하지 못한 어른들의 영화. 안개가 짙게 드리워진 텅빈 기찻길에 앉아있는 두 고등학생. 영화의 영어 제목인 bleak night 도 어쩌면 이 영화를 ..
<맛있는 인생> 요새는 연기를 하는 사람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자주든다.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볼 수 있어서 좋다는 영화배우들의 고리타분한 인터뷰가 어쩌면 그저 하는 말은 아닐꺼라는 생각이 든다. 항상 똑같은 자기 얼굴로 평생에 한번도 만나보지 못 할지 모르는 사람들과 다른 이의 인생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것이정말 진심으로 부럽달까.모델로 알려진 이 배우를 푸른 소금에서 처음 봤었는데 아마 연기를 제대로 해 볼 생각인가 보다. 영화 제작사 사장이 강릉으로 여행을 떠난다.영화는 망했고 빚독촉 전화는 빚발하고 절대 도망갈 수 없는 그런 여행을 떠난다. 류승수라는 배우와 이 영화의 시작은 너무나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물론 그러기엔 배경도 너무 다양하고 등장인물도 많고 의도적인 유머들이 넘쳐나지만.혼자서 소맥에 진..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이윤기 (2011) 손님맞이와 이사준비에 정신을 뺏겨서 전 세계인의 축제라는 올림픽은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런던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는데 정작 우리집에는 런던에서 시누이와 그의 남자친구가 놀러왔다.일주일간 머물던 손님들이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고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옮겨진 이삿짐들을 하나씩 하나씩 옮기던 날. 올림픽 얘기로 가득채워진 인터넷 홈페이지들을 보니 문득 나도 올림픽이 보고 싶다. ㅋ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보고는 임수정이 급격히 좋아졌다. 내 머릿속에 임수정은 드라마 의 차가운 반장과 의 냉소적인 언니로 지금까지 쭉 같은 이미지로 남아있었고 어느새 유부녀를 연기해도 되는 나이가 되어버린 이 여배우에 대해 한번도 호기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것을 알게되었다. 무엇을 기준으로 작품을 고르는걸까. 마치 현실에서 자기를 ..
Vilnius 08_한 여름밤의 꿈 7월 6일은 리투아니아의 국경일이다. 정식명칭은 karaliaus mindaugo karunavimo diena. 1253년 7월 6일은 리투아니아 공국을 세운 리투아니아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국왕인 mindaugas 국왕의 즉위일이다. 국경일 명칭에 mindaugo 라고 쓰이는 이유는 이름이 소유격처럼 쓰이므로 Mindaugas 에서 Mindaugo 로 변형된 것. 사실 그러고보면 리투아니아에는 Mindaugas 민다우가스라는 이름이 정말 많다. 우리때만해도 학생이 그렇게 많았어도 사실 같은 학교에서 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던것 같은데, 반면 리투아니아에는 이름이 거기서 거기인 대신 성을 외우기가 무척 힘들다. 친구들중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이 많기때문에 보통은 성으로 구분하기도..
Italy 02_피렌체, 2010 아마도 페인트 색깔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건 이탈리아에서 받은 그때 그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이건 건물 외벽을 칠한거고 우리는 방 내부를 칠했다는게 크나큰 차이점이 있지만. 숙소를 나와서 미켈란젤로 언덕을 올라서 우연이 들어선 골목길들. 지저분하면 지저분한 대로 자연스러운 이런 느낌. 대충 이렇게 저렇게 바른 이런 회벽. 경적을 울리지 않으면 저쪽에서 차가 오는지도 안보였던 좁고 꼬불했던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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