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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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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152_일요일 오전 3월의 마지막 일요일. 기온이 부쩍 올라서 이곳저곳에 단추를 채우지 않은 채 코트를 펄럭이는 사람들이 출몰했고 서머타임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햄버거집 자리에는 새로운 카페가 생겼고 이쯤에 서면 늘 코를 찌르던 식당의 그루지야 음식 냄새는 아직 나지 않는다. 그리고 돌바닥은 아직 차갑다.
Vilnius 151_창가 지킴이 이런 곳에 놓인 꽃들은 왠지 제라늄이어야만 할 것 같지만 정작 그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른다.
Vilnius 150_마당 지킴이 이번주부터 상점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계속 가지못했던 상점 한 군데에 들르려는데 5분 후에 돌아오겠다는 팻말이 걸려있길래 상점 옆 안뜰에 놓인 동상 하나를 오랜만에 보러 들어간다. 더 가까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Vilnius 149_개와의 산책 '개를 산책시켜드립니다.', '당신의 개와 산책하고 싶습니다.'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솔깃해지는 일은 알고 보면 굉장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Vilnius 148_빌니우스의 잭 우편함 위에 있으니 왠지 '포스트맨은 종을 두번 울린다' 인가 그 영화가 더 생각나지만 명백히 샤이닝의 잭 니콜슨이겠지. 자주 지나다니는 거리이지만 밤에 지나칠 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눈이라도 뒤덮혀있으면 뒷걸음질 칠 것 같다. 배우 배두나가 나온다고하여 아이 엠 히어 라는 프랑스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온갖 동물 박제로 가득한 레스토랑에서 프랑스인 레스토랑 주인이 직원에게 물어본다. '샤이닝이란 영화 아니?'. '아,그 영화요 알것 같아요. 로맨스 영화죠? 실비아 로베르츠 나오는'. '아니, 로맨스랑은 정반대 영화지.' '로맨스랑 반대인 영화가 어떤건데요? '그러니깐 이런 멧돼지 머리나 이런 시커먼 그림 같은거 이런거 이게 로맨스랑 반대지.'
Vilmius 147_지금은 근무중 5 햇볕 아래에 앉아 있으면 따사롭다. 몇 달간 잔뜩 움츠리고 있던 어깨와 가슴을 한번 쫙 펴보게 하는 2월의 햇살. 겨울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이런 시기에 잠깐 쉬어갈 수 있다. 고드름과도 작별하는 시간이다. 몇 날 며칠을 얼어있느라 찌뿌둥하고 뻐근했을 아이들이 오전 햇살에 노글노글해져 뚝 떨어져서는 본인도 행인도 화들짝 놀라는 형상이랄까. 물론 보통은 고드름 처리반이 나타나서 미리 제거해준다. 위에서 떨어지는 고드름을 신경 쓰다 오히려 발아래에서 녹는 눈에 미끄러지기 쉬운 시기이기도 하다.
Vilnius 146_지난 주의 놀이터 쓰고 있는 언어들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이 아이는 뭐라고 불러야 하지? 태어나서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뱉어본 적 없는 한국어 단어들도 수두룩할거라 생각하면 가끔 어떤 사물들은 반 정도만 존재하는 것 같다.
Vilnius 145_처음 듣는 소리 이 공을 눈 위에서 차면 정말 신기한 소리가 들린다. 어떤 소린지 표현하기가 애매해서 기억해낼라고 하면 잘 기억이 안 나므로 다시 한번 차보게끔 하는 그런 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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