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Vilnius Chronicle

(180)
Vilnius 25_빌니우스의 신문 가판대, 습관에 대한 믿음 빌니우스 시내를 걷다 보면 어디에서든 마주 칠 수있는 신문 가판대 Lietuvos의 spauda. 리투아니아어로는 이런 신문 가판대를 가리켜 키오스카스 (Kioskas) 혹은 키오스켈리스 (Kioskelis) 라고 부른다 . 키오스크 라는 단어는 여러 언어에서 광범위하게 쓰이지 만 리투아니아어에서는 일부 남성 명사가 -as 로 끝나는 것을 감안하여 변형시켜 kiosk+as 와 같이 키오스카스로 사용 하는것 . 예를 들어 브래드 피트 (Brad Pitt ) 의 이름을 리투아니아식 으로 바꿔야한다면 브래드 +as / 피트+as 로 브래다스 피타스라고 적게되는데 브래드 피트를 주어가 아닌 다른 문장 성분으로 사용해야 할 때 -as 형태에서 -o, -UI, -a, -u, -ame 의 어미 를 붙여 격변화를시켜 ..
Vilnius 24_빌니우스의 크리스마스 장터 토요일 이른 아침. 사람도 차량도 없는 구시가지를 혼자 걷는것은 나의 작은 일상이 되었다. 텅 빈 구시가지와 구름 낀 하늘은 온통 내 차지이다. 집과 식당 중간 쯤, 로맹 개리의 조각이 있는 이 골목의 고풍스런 건물에 매번 크리스마스 조명을 달린다. 이 사진을 찍고 나는 장갑 한 짝을 잃어버린것을 알아챘다. 거리 이곳저곳에 크리스마스 관련 용품 광고가 눈에 띈다. 크리스마스는 다른 서양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리투아니아의 최대 명절이다. 올해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부터 27일까지 4일 연휴이다. 리투아니아에서는 24,25,26 3일이 기본적으로 크리스마스 공휴일이다. 크리스마스 당일보다는 24일 저녁을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기념한다. 크리스마스 어드벤트 캘린더과 곰인형 광고. 곰인형 들고 크리스마스를 기..
Vilnius 23_빌니우스와 몽마르뜨 이른 아침 거리를 걷다 들어선 좁은 골목에서 발견한 손잡이. 빌니우스도 누군가에게는 여행지인게지. 휴가철이 아닌 주말이 아닌모두가 일하고 있는 시간에 걷는 여행지의 거리에는 아주 개인적인 자유와 쓸쓸함이 있다. 이 거리 구석구석에 아름다운 조각들이 많아서인지 이런 손잡이가 있는것도 퍽이나 당연해보였다. (빌니우스 구시가지의 Stiklių 거리) 그리고 몇 해 전 몽마르뜨 언덕을 내려오던 길에서 마주쳤던 손잡이가 떠올랐다. 8월의 파리는 그렇게나 따뜻해서 사계절 내내 손을 내밀고 있는 그 손잡이가 처량해 보이지 않았는데, 빌니우스의 손잡이는 날이 점점 추워지는데 장갑도 없이 손이 얼면 어쩌나. 몽마르뜨의 손잡이엔 수줍게나마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었는데. 가슴에는 아기가 잠들어 있었고 한손에는 음료가 들려져..
Vilnius 22_예술가에 대한 정의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 Šiuolaikinio meno centras- 10여년 전, 빌니우스를 여행자의 발걸음으로 누빌 수 있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았다. 예정된 일정은 2박3일. 리가에서 빌니우스에 도착하자마자 망설임없이 다음 예정지인 바르샤바행 버스표를 샀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우연과 필연으로 엮인 미래의 모든 가능성을 헌 짚신짝 버리듯 내팽개치고, 새로운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다음 도착지의 티켓을 미리 구입 한다는것. 내가 몹시 상상이 결여된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고 있던 인생에 대해서야 더 말할것 없었다. 그나마 티켓을 버릴 한 조각 용기가 있었던것은 지금 생각하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에겐 빌니우스에 조금 더 머물고 싶은 동기가 생겼고 내친김에..
Vilnius 21_없는 것 없는 중고 옷 가게 빌니우스 거리를 걷다보면 흔히 발견 할 수 있는 중고 옷 상점들. Humana, 50c 같은 간판을 달고 있는 체인점들도 구시가지내에 서너군데 있을뿐만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작고 야무진 가게들도 많이 있다. 나는 옷을 즐겨 입는 옷쟁이가 아니라 보통은 옷이 필요하다 싶을때에야 큰 결단을 하고선 옷을 사러 가는 편인데 물론 그렇게 필요에 의해 옷 가게에 가면 적당한 옷을 찾기가 힘들다. 꾸미기 좋아하는 내 친구중 몇몇은 주기적으로 재미삼아 이런 상점들을 방문하는데 그들 대부분 깔끔하니 옷을 잘 입는다. 비싼옷도 새옷도 아니지만 상황과 날씨에 맞게 이렇게 저렇게 잘 갖춰 입는 모습이 보기 좋다. 뭔가에 애정을 가진다는 것은 옷입기에도 예외는 아닌것 같다. 단순히 누군가에게 예뻐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
Vilnius 20_거리의 미니 도서관 주말에는 첫눈이 내렸다. 물론 내리면서 녹아 버리는 눈이었지만 이제 정말 겨울이구나 하는 생각에 한 겨울에 펑펑 내리는 눈보다 오히려 더 춥게 느껴졌다. 토요일 오전이면 집 근처의 상점들도 둘러 볼겸 혼자 나선다. 거리를 걷다가 빌니우스 중앙역에서 갈라져서 나와 구시가지로 연결되는 가장 큰 대로인 V. Šopeno 거리에서 재밌는 상자를 발견했다. 이 거리는 일전에 소개한 스트리트 아트가 그려진 건물이 있는 거리이고 그 스트리트 아트의 건너편에 이 상자가 붙어 있었다. 스트리트 아트 관련 글 보러가기 멀리서 봤을땐 건물의 전기 단자 같은것을 감추기 위해 만들어진 상자에 임대 광고나 구인 광고 따위가 붙여져 있는 걸로 생각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그럴싸하게 색칠도 되어있었다. 알고보니 누구나 열어서 책을 빌..
Vilnius Sculpture 01_로맹 개리 조각상 이제 겨울 코트를 꺼내 입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날씨가 되었다. 사람들의 발걸음은 더욱 둔탁해지고 밤은 조금 더 깊어지겠지. 이제 곧 썸머타임도 해제되니 한 시간을 앞당겨야 한다. 물론 모두가 만능 전화기를 들고 다니는 요즘 같은 세상에는 시간도 알아서 자동으로 바뀐다. '시계바늘 돌리는것을 깜빡해서 지각했어요' 같은 소리는 창피해서라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된것이다. 이런식으로 많은 아날로그적 실수들은 조금씩 설 자리를 잃고 행복은 점점 디지털화 되어간다. 지난 토요일 아침, 텅빈 거리를 걸으며 느꼈던 감정은 최근 경험한 감정 중 가장 시적이고 정적이었다. 아무도 없는 거리의 정적만큼 아날로그적인것이 또 있을까. 잠든 가족을 남겨두고 정해진 시간에 빠뜨리지 않고 수행해야 할 미션들을 두번이고 세번이고 되내..
Vilnius 19_빌니우스 스트릿 아트 2 즐겨가는 빵집 건너편, 집에서 5분정도 거리에 위치한 건물에 그려지고 있는 벽화. 현재 빌니우스의 우주피스라는 동네가 파리의 몽마르뜨처럼 빌니우스의 예술가의 동네라고 불리워지고 있지만 빌니우스 토박이들의 추억이 깃든 오래된 건물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헐리고 있으며 그 자리에 세련되고 럭셔리한 주거공간들이 하나 둘 채워지며 땅값이 오르고 있는데 빌니우스 중앙역에서 구시가지로 들어서는 진입로이자 저렴한 호스텔이 밀집해 있는 이 곳, 이따금 마약 투여용 주사들이 길바닥 한켠으로 쓸려나간 낙엽과 함께 뒹굴고 쓰레기통에서 뒤진 빈병을 유모차 한 가득 싣고 보드카 한병을 사기 위한 돈을 바꾸러 바삐 움직이는 중독자들이 보이는, 커다란 스포츠 가방을 어깨에 짊어지고 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젊은이들과 아무런 말도 유혹의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