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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춘 晚春 (1949) 6년전인가 이 영화를 하얼빈의 기숙사에서 처음 보았다. 복제디비디를 쌓아놓고 파는 가게들이 몇군데 있었는데 단속이 뜨면 며칠이고 장사를 안해서 혹시라도 문을 닫을까봐 진심으로 걱정하곤 했다. 영화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었지만 대략 6위안이면 고화질의 영화 DVD 를 살 수 있었는데 그때 운좋게 구입한것이 바로 크라이테리언 콜렉션의 이클립스 시리즈중 '오즈 야스지로' 시리즈였다. ,
<생활의 발견> 홍상수 (2002) 무릎팍도사에 김상경이 출연했다. 김상경이 게스트로 출연했던 개그콘서트의 편을 떠올려보면 토크쇼 출연이 그렇게 뜬금없는것 같진 않다. 단지 속의 김상경은 속된말로 찌질했어도 수다스럽진 않았는데. 김상경의 입담에서 박중훈의 위트를 기대했던것이 사뭇 민망해졌다. 김상경 스스로는 자기가 정우성과 송강호의 중간 지점에 있는 배우같지 않냐고 되물었는데 물론 도사들은 그 중간에 이병헌이 있지 않나요 하고 받아쳤지만. 하하하. 김상경은 자신이 가진 평범하고 생활 밀착적인 캐릭터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했던것 같다.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거나 살인을 할 만한 극적인 캐릭터가 사실 그에겐 없다. 송강호는 정우성보다 분명 못생겼지만 의 무능력한 회사원을 연기해도 그는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김상경은 검사에 의사까지 엘리트를 연기..
<스윙걸즈> 시노부 야구치 (2004) 내 생각에는 재즈도 와인이랑 비슷한 녀석인것 같다. 어떤것을 재즈라 부를 수 있는지 어떤 와인이 좋은 와인인지에 대한 명확한 해석과 함께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는 놈들. '재즈입문'이라는 책이라도 사보지 않으면 왠지 잘못된 재즈의 길에라도 들어설것 같은 걱정을 하게 만들고 그렇게 청운의 꿈을 안고 입문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애드립, 임프로비제이션이라는 놈에 발목을 잡힌다. '그건 배운다고 되는게 아니야'라는 가장 절망적이고 무서운 충고와 함께. 흔히들 재즈는 정해진 악보에 따라 연주하는 클래식과는 다르다고들 한다. 하지만 클래식을 연주하는데 있어서도 즉흥적인 창의력은 요구되는 법. 예를 들면 코엔형제의 의 애드 크레인 (빌리 밥 손튼). '항상 마지막 열쇠를 돌리지 않아서 내 인생이 이모양 이꼴인건가' 라..
[리투아니아생활] 새해 맞이 크리스마스 기간동안 내린 비로 길거리는 질퍽해질대로 질퍽해졌지만 갑자기 영상 3도까지 오르는 이상기후로 질퍽해진 상태로 얼어버렸던 나머지 눈들도 거의 녹아버렸다.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나면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새해를 어디서 보낼거냐는 질문을 하기에 바쁘다. 크리스마스가 전통 명절로 온가족이 모이는 가족적인 개념이 강하다면 12월 31은 좀 더 개인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다. 친한 친구들끼리 모이거나 종각에서 타종행사에 참여하는 한국의 인파들처럼 일부 리투아니아인들도 시내 곳곳에 모여 샴페인과 폭죽을 터뜨린다. 생각해보니 몇년 연속 계속해서 여럿이 모여 새해를 맞이했던것 같다. 그래서 이번해에는 조용이 집이서 둘이 보내기로 했다. 작년에 서울에서 불꽃 축제에 참여할 기회가 운좋게 있었는데 그 폭죽에 비교..
디아블로 3 이 사진이 의미하는바를 유저의 입장에서 가슴으로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2012년이 가기전에 레벨 50을 달성하겠다는 남편의 포부는 이미 머릿속에 각인된지 오래이다. 이건 뭐냐 그러니깐 남편의 취미에 대한 오마쥬이자 상생과 협력으로 풍성한 2013년을 맞이하기위한 마인드 컨트롤이랄까. 줄리아 차일드의 남편은 요리 좋아하는 아내덕에 아내도 기억못하는 요리 용어를 인지할정도의 요리지식을 터득하게되지만 나는 그냥 진심으로 행복한 표정으로 게임얘기를 풀어놓는 남편의 얘기를 경청하는것으로 소임을 다하려 한다. 반년 후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무쌍한 인생이다. 나이가 들어서의 우리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훌륭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의 세계관과 우리의 방식대로 살아가는것이 최선이라는 생..
st.dalfour 무화과잼 리투아니아에 살면서 잼이나 마멀레이드 같은 설탕에 절인 저장식품을 돈을 주고 사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번은 식당에서 아오리 같은 옅은 녹색 사과 한봉지를 주문해 놓고 하나씩 꺼내 먹고 있는데 주방 아줌마가 혼을 냈다. 집에서 가져다 줄테니 다음부터는 절대 돈주고 '사과' 사먹지 말라고. 그 집이 과수원을 해서가 아니다. 대부분의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섬머 하우스 개념으로 sodyba 라고 불리는 조그마한 시골집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하면 러시아의 다챠와 같은 여름 별장. 짧다고 말하기에도 너무 짧은 리투아니아의 여름을 만끽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이 섬머 하우스에서 주말을 보내는것이다. 이곳 저곳 아는 지인들의 섬머 하우스에만 초대 받아 돌아다녀도 여름은 금새 지나간다. 사과 나무 한 그루와..
<사이드웨이 sideways> 알렉산더 페인 (2004) 세상에는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와인을 좋아하려는 사람이 많은게 확실하다. 와인이라는 녀석 자체가 그런 느낌을 준다. 마치 이유없이 그냥 친해지고 싶은 그런 친구. '나 걔랑 되게 친해'라고 자랑하고 싶어지는 친구. 입어서 예쁜 옷도 아니고 먹어서 맛있는 음식도 아니지만 맛있게 마실 줄 알고 녀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 할 수 있을때 우리의 존재도 아름다워 보인다고 믿게 하는 녀석. 특별히 와인을 좋아하는것은 아니지만 와인을 마실 기회는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비싼 돈 주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와인들이 분명히 있고 세일기간이라도 겹치면 비싸다 싶던 와인도 맛 볼 기회가 있다. 차이는 모르겠다. 정말 비싼 와인을 마셔본 적이 없으니 마셔보고 '정말 차원이 다른 맛이군'이라고 실감하지 않는 이상 오래된 ..
<마르타 마시 메이 마를렌 Martha marcy may marlen> 숀 더킨 (2011) 영화 포스터와 제목을 보고 줄거리를 짐작해 본다. 유난히 추측을 부르고 불길한 상상을 부추기는 영화 포스터들이 있다. 차갑고 푸르스름한 숲속에서 어디론가 도망치는듯한 소녀의 뒷모습. 아무래도 불행과 비극의 복선들에 너무 익숙해진것 같다. 실종아동, 성착취 등등의 가능한 모든 불행한 상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라져버린 4명의 소녀이야기일것으로 상상해보다. 이름은 도대체 왜 전부 m 으로 시작하는건지. 어둠침침한 배경과 낯선 배우들의 연이은 등장으로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호수속에 덩그러니 놓여진 한 채의 집과 바람에 흔들리는 숲과 통나무 집. 시종일관 멀리서부터 서서히 줌인되는 촬영방식도 으스스하다. 마치 의 두 남자가 갑자기 튀어나와 "혹시 계란 있어요?" 하고 물어볼것같은 느낌. 왜 그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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