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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India 02_Orchha



남은 1월과 다가오는 2월에는 14년전의 인도 여행을 회상해보기로 했다. 40일간의 인도 여행을 다녀와서 그 해 1년동안 다음 블로그에 인도 여행기를 썼었는데. 하루간의 여행을 네 다섯번의 포스팅에 시시콜콜 나눠쓰면서 돌아와서도 꼬박 1년을 나는 마음속에서 인도를 다시 여행했다. 그때 썼던 지독히 개인적인 여행기는 애석하게도 아주 일부분만 남아있다. 여행기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특정한 감정들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았기에 일년이 지나 이년이 지나 읽어보았을때 여행기속의 풋풋함과 애절함을 과거 그 자체의 날것으로 공감하고 인정할만큼 내 감성은 성숙하지 못했고 그래서 누군가의 이름을 지우고 동선을 지우고 솔직한 형용사 몇개를 지우고 넘쳐나는 감탄사들을 지우고 나니 내가 스물 무렵에 썼던 객기로 가득찬 여행기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많은것이 기억나지 않고 한편으로는 아쉽다. 여전히 앞으로도 내것이었을 감정, 왜 존재하지 않았다고 부정해야 했을까. 남아있는것은 몇장의 사진 뿐이다. 이곳은 오르차라는 작은 마을이었다.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에서 카마수트라 조각상이 있는 카주라호 사이의 작은 불빛 하나 허용하지 않던 깜깜한 밤과 고요하고 소박했던 오전의 햇살과 멋들어진 고성을 지니고 있던 작은 마을. 이곳 저곳을 정처없이 거닐다 우연히 들어선 들판에서 만난 사람들. 이들은 분주하게 불을 지피더니 당근이며 양파를 잘라 점심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작은 마을의 인도인들은 여행객을 보면 습관적으로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자신이 찍힌 사진을 언젠가 구경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카메라를 향해 특별한 포즈를 취하지도 않지만 그들은 사진에 찍힌다는 행위 자체에 호기심을 느끼곤 했다. '우리 사진 찍어줄래' 하고 이들이 바라보던 풍경속엔 나뭇가지에 매달린 조야한 전구가 있었고 그들의 텃밭이 있었고 오르차의 고성이 있었다. 무진의 특산물은 안개라고 했던가. 오르차의 특산물은 저 고성이라기보단 나에게는 이 사람들과 함께 먹은 그 점심 한 끼였다. 그 뒤로도 몇번을 인도산 마살라로 이 날 먹은 커리를 실현해보려고 애썼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다진 양파를 툭툭 털어넣던 투박한 손길과 손바닥 위의 당근과 함께 쓸려 내려가던 짭쪼롬함이 내겐 없었으니.   



돌아와서 한참을 할 베리라는 이름으로 회상했던 이 집 아들과 못난이 인형 같은 그의 여동생. 혹시 다시 오르차에 가게 된다면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다면 액자한 사진을 꼭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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