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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Men and chicken (2015)

뭔가 짜증나는데 자꾸 보게 되는 포스터.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패러디한 그림을 또 퍼즐로 만든 것 같은 느낌. 분명 매즈 미켈슨이라고 써있는데 저 사람이 매즈 미켈슨이라는 건가? 이 배우도 참 가지가지 다양한 영화들을 찍었구나 라는 감탄을 품고 보기 시작하는 영화. 사실 데이비드 린치의 이레이져 헤드 이래 닭들이 등장하려고 폼을 잡는 영화들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보는 내내 간당간당했다.

컬트 영화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설득력있고 모범적이며 단순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뭔가 너무 혁신적이다. 다시 봐도 똑같은 장면에서 또 웃을 수 있을 것 같은, 매즈 미켈슨이 몸개그를 하는, 어찌보면 슬프고도 아름다운 블랙 코미디.

죽은 아버지가 남긴 비디오 테잎을 통해서 생물학적 아버지가 따로 있으며 심지어 엄마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형제는 자신의 뿌리를 찾아 그 미지의 아버지가 살고 있다는 섬마을을 향한다. 오래도록 방치된 듯 보이는 커다란 저택 마당에는 방임된 가축들이 가득하고 또 다른 형제로 보이는 세명의 남자들은 두 형제의 말을 들어볼 생각도 안하고 무작정 폭력으로 응수한다. 조금씩 전부 비범하게 생긴 이유로 결국 전부 닮은 이들. 알고보니 이들의 아버지는 이미 죽은 후이고 아버지의 비밀이 고스란히 남은 지하실은 금기의 장소이다.

다양한 가축들에 점령당한 저택은 오히려 다섯 형제가 그들 가축이 귀여워해 마지않는 애완용 동물이라고 하는 편이 어울릴만큼 주객이 전도되어 기괴하다. 말보다는 주먹이 우선인것이 당연시되고 동물도 사람도 아닌 이상한 가축들이 등장하기 시직하며 설마설마했던 아버지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과학자 아버지는 자신의 줄기세포에서 추출한 물질을 각종 동물의 정자와 결합시켜 여자에게 착상시켜 아이를 얻는데 성공한다. 엄마들은 아이를 낳다가 죽어버리고 우여곡절끝에 태어난 이들은 개와 닭, 쥐 심지어 황소의 유전자까지 지닌채이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일까.

불임이었던 남자는 아이를 낳아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길 꿈꿨을 것이다. 한때는 지상낙원과 같았을지 모를 외딴 섬 속 깊은 숲에 자리잡은 고즈넉한 고택에서. 그리고 그 섬은 희박한 인구로 행정상의 존속 위기에 처해있다. 더 이상의 인구유입도 출생의 징조도 없는 섬마을에서 누군가의 죽음은 절망적이다. 줄어드는 인구로 시름이 깊어질 국가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동물과 인간의 배합처럼 극단적이진 않지만 이제타인종과 다른 국적간의 결합도 퍽이나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결합과 그로인해 생겨나는 조금은 다른 모습의 사람들은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혐오의 대상이 되고 사회적 불협화음과 갈등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서 그런 다양성에 관용을 가지지 않으면 어떤 공동체도 존속되기 힘들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신생아 한 명을 지키기 위해 육아서와 기저귀를 들고 날뛰는 코엔형제의 블랙 코미디, 아리조나 유괴사건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평범한 삶에 대한 염원과 그 가정을 지키기위해서는 또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보여준다.

이 영화도 그런 행복한 가정과 공동체를 꿈꾸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말이 안통하는 다 큰 무대뽀 형제들이 잠들기 전 내복을 입은 채 옹기종기 누워 아이들처럼 책을 읽는 모습, 누가 어떤 접시를 사용해야하는지를 두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박제된 동물처럼 지하실에 잠든 엄마들의 시체, 자신의 서재에서 미이라처럼 영면한 아버지와 조금씩의 그들을 간직하고 있을지 모를 어떤 동물들과의 공존은 불완전하게라도 함께이고픈 가족에 대한 꿈과 다름아니다.

정말 고양이나 하마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내 이웃이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지능이 높은 동물의 유전자는 돈이 많은 사람만 가질 수 있는 불평등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매즈 미켈슨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이 정말 못난이로 나왔는데 하얀 테니스복을 입으니 윔블던의 스타 같아보였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인지 옷이 날개인지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의 문제만큼이나 난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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