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에 머무는 동안 반나절 여행으로 다녀온 센텐드레 (Szentendre). 옛 사진이나 들추어봐야 조금 생각이 날까 사실 그 하루의 일정은 잘 기억이 안난다. 부다페스트에서 주재중인 한국 중소기업의 직원 몇명을 어부의 요새에서 알게되어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볕이 뜨거워서 그 날 특별히 꺼내 썼던 모자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잃어버렸다는 것이 항상 첫번째로 떠오르고 그러다보면 주황색 지붕 가득히 쏟아지던 그날의 햇살과 마을까지 올라가면서 연거푸 들이키던 2리터까리 설탕 음료가 차례대로 생각난다. 유서 깊은 중세 마을이었겠지만 의상실에서 부랴부랴 민속 의상을 챙겨 입은 듯한 사람들이 호객에 열중하는 급조된 테마 파크 같았던 곳. 기념품 가게의 집요한 아우라를 떨쳐내지 못하고 둘줄도 모르는 체스를 함께 데리고 올만큼 아직은 무모했던 시절. 가게 직원은 체스함 반대편에는 이름을 새겨주겠다고 했고 이쪽에는 으례 센텐드레라고 새겨주겠지 했는데 결과적으로 센텐드레부심이 부족했던 점원덕에 부다페스트로 기억되고 싶었던 센텐드레의 체스로 남았다. 그런데 체스 상자 위에 남은 부다페스트를 보고 있자면 매끈한 나뭇결에 다른 도시의 이름을 새기는 능숙한 손길을 따라 아주 미세하고 희미하게 남은 센텐드레의 기억을 발굴하고 있는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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