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까지 난 내가 멋진 풍경화속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자유로운 인물이였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에는 큰 변함이 없지만 내 전두엽 깊숙한곳 어디쯤에서는 그냥 평화로운 정물화속의 고정된 피사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는것은 어때라는 신호를 보내온다. 누군가가 움직여줘야만 비로소 그때 내게 할당한 빛으로 인해 내 신체의 극히 일부분만이 빛을 발하고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그런 부자유로 획득할 수 있는 영혼의 자유가 더 무게감있게 다가온다. 타르코프스키의 사진첩 속의 정물들이 너무나 자유롭고도 생동감있게 움직인다. 금방이라도 구를것같은 양파. 물병을 헤엄쳐나와 공기중으로 사라질것만같은 꽃다발. 그들에게 의미를 부여한 빛은 곧 자리를 옮겨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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