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전에 선물로 아마존에서 책을 몇권 샀다. 책값은 계산됐고 책도 받았는데 한 참 뒤에 계좌에서 100달러 상당의 돈이 빠져나간것을 발견했다. 선물 산 후에 다른 주문을 넣은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체크카드 문제로 결제가 되지 않아서 주문이 자동적으로 취소되었는데 그것이 오류를 일으킨것인지 싶어 아마존 페이지에 들어가서 취소된 주문 목록을 확인해도 이미 가격이 지워진 상태라 총 금액이 얼마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급한대로 애꿎은 판매자들에게 일일이 확인을 부탁하는 메일을 넣고 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일제히 아마존 측에 문의해보라는 답변을 보내왔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카드 결제 창을 재차 들여다보니 결제 내역의 '프라임'이라는 단어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그것은 주로 배송 종류를 체크할때 아마존이 교묘하게 장치해놓은 아마존 프라임 회원 가입에 걸려든것이었다. 빠른 배송, 영국 당일 배송 등을 고르면서 얼떨결에 아마존 프라임 회원에게 주어지는 혜택에 동의를 하며 연회원에 가입이 된것이다. 때마침 영국에서 빌니우스로 들어오는 지인이 있었기에 영국 현지 빠른 배송을 선택했었다. 게다가 권당 1파운드도 하지 않는 싼 책 같은 경우도 아마 프라임 회원에게 적용되는 할인이었을것이다. 원래 약정 같은것을 꼼꼼하게 읽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회원 가입을 하시겠습니까? 연회비는 얼마 입니다' 라는 메세지를 본 기억이 없다. 정말 그랬을까? 그랬다고 믿고 싶다. 그냥 아마존이 머리를 굴린 것이라고. 그래서 에일리언 책은 주문 당일 저녁에 친구집으로 유유히 배송되었던것이다. 요새는 한국에서도 해외 직구도 빈번하고 아마존 프라임 같은 시스템은 잘만 사용하면 많은 혜택을 볼 수 있겠지만 자주 이용하지도 않는데 이렇게 얼떨결에 회원에 가입해서 연회비를 지불하는 나같은 사람도 많을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중요한것은 이 멤버쉽에서 탈퇴하는 버튼만 하나 누르면 또 회원비를 바로 돌려준다. 가입해서 할인 혜택만 누리고 바로 탈퇴할 수도 있는 시스템이다. 아마존 프라임 연회비 100달러가 결제 되었다는 메세지가 날아와서 벙쪄있다면(나는 심지어 이런 메세지도 받지 못했다) 당장 아마존 홈페이지에 가서 자신의 계정 부분을 눌러 여섯번째줄의 아마존 프라임 멤버쉽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새로운 창이 열리고 오른쪽 맨 아래부분의 End membership 이라는 부분을 눌러 멤버쉽을 해지시킬 수 있다. 그러면 아마존측으로부터 가입이 해지되었다는 메일이 날라오고 며칠뒤 회원비가 다시 입금된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이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된것은 아니었다. 멤버쉽 해지 버튼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뭔가에 홀린듯 해지 버튼 바로 위의 멤버쉽 변경 칸으로 들어갔다. 이것도 알고보면 해지를 서두르는 회원들을 묶어두려는 장치이다. 나는 내가 연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지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거라 생각하며 변경 칸으로 들어가 이것저것 살펴보며 연회원에서 월회원으로 바꾸는 버튼을 얼떨결에 누르고 말았다. 그리고는 마치 장난을 치듯 바로 멤버쉽 해지 버튼을 또 눌렀다. 100달러를 돌려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버리고 황당한 기분에 휩싸였다. 은행 계좌에는 가입하고 바로 해지한 애꿎은 월회원비만 빠져나가고 곧바로 재입금되었다. 잃어버린 돈에 대해서는 그냥 잊는 수 밖에 없었다. 전적으로 나의 성급함으로 빚어진 일이었으니. 보통 공짜로 얻은것에 기뻐하고 손해 봤을때 우는 상황에서 자주 쓰이는 리투아니아 격언이 있다. '얻었다고해서 기뻐말고 잃었다고해서 슬퍼말라' . 실제로 눈 앞에서 날린 100달러 상당의 돈으로 침울해져있던 그날 인터넷 전자 서점에 잠들어 있던 5000원 전자캐쉬를 발견하고 약간의 평정심을 되찾았다. 심지어 예전에는 아마존에서 만화책 한권을 사고 두달이 지나도 배송이 되지 않아 환불해달라는 메일을 판매자에게 보냈는데 친절한 판매자에게서 돈을 고스란히 환불받고 3주후에 만화책이 도착했던 적이 있다. 그렇게 공짜로 받은 만화책에 대한 댓가라고도 여겨졌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런데 며칠뒤에 신기하게도 연회원비도 재입금이 되었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월회원으로 변경하면서 자연스레 연회원에서 탈퇴가 되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도넛가게로 향했다. 종전의 패배감과 해탈은 완전히 망각한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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