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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

[리투아니아음식] 오븐없이 냉장고만으로 리투아니아 게으름뱅이 (Tinginys) 케이크 만들기

 

 

얼마 전 남편에게 회사에서 점심은 뭘 먹었냐고 물어보니 회사 동료의 여자 친구가 케이크를 만들어와서 직원 전부가 모두 배부르게 먹었다는 것이다. 오븐을 쓰지 않고 만든 차가운 케이크이었는데 리투아니아에서는 보통 이런 케이크를 팅기니스 Tinginys, 그러니깐 Lazy cake, 그냥 '게으름뱅이'라고 부른다. 오븐을 쓸 필요도 없고 머랭을 칠 필요도 없고 그저 주어진 재료들을 차례대로 쌓아 올려서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굳혀서 먹는 케이크인데 가장 대표적인 '게으름뱅이'는 연유에 버터를 섞고 비스킷을 부셔 넣어 랩에 싸서 하루 정도 놔뒀다가 잘라먹는 것. 직장에서 케익을 먹으면서 남편은 약간 변형된 그 케이크의 종류를 언급하려는 의도로 '아 그러니깐 이거 일종의 '게으름뱅이'구나 했는데 케이크를 만든 동료의 여자 친구를 일컬어 게으름뱅이라고 한 것처럼 되어버려서 다들 웃었다고 했다. 별다른 베이킹 도구나 수고 없이도 만들 수 있는 케이크이니 게으름뱅이라는 이름만큼 잘 어울리는 이름도 없다. 그 주 금요일에 남편이 맛있는 것을 만들어준다길래 잠깐만 부엌을 비워달라고 했다. 뭘 만들려고 하는지 궁금해 장을 봐온 영수증을 몰래 봤는데 늘 먹던 바나나와 비스킷 그리고 맥주들, 그런데 슈가 파우더가 눈에 들어왔다. 아, 혹시 그 게으름뱅이를 만들려는 건가? 그날 남편은 나중에 뭘,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할 테니 사진을 찍어놓겠다고 했고 다음날 아침부터 그 주말 내내 그 게으름뱅이를 먹어치운 우리는 어제 다시 한번 게으름뱅이를 함께 만들었다. 사진들은 두 번의 게으름뱅이를 만드는 과정을 섞어놓은 것. 

 

 

필요한 재료는 사워크림과 슈가 파우더 그리고 좋아하는 비스킷과 바나나. 게으름뱅이의 장점이라면 재료의 변형이 가능하다는것. 우리는 메두알리스 Meduolis라고 불리는 리투아니아의 부드러운 비스킷을 사용했는데 약간 달짝지근한 비스킷이라면 다 사용할 수 있을 듯. 개인적으로 한국에 아직 샤브레가 판다면 샤브레로 만들면 맛있을 것 같고 가장 일반적인 에이스를 사용해도 맛있을 것 같다. 초콜릿이 들어간 칙촉을 사용해도 색다를 듯. 그리고 바나나나 딸기, 키위처럼 부드러운 과일을 사용하면 되겠지만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바나나가 가격 대비 가장 훌륭한 재료인 듯.

 

 

우선 가장 진하고 맛있는 브랜드의 30% fat의 사워크림 500g에슈가 파우더를 밥 숟가락으로 세 숟갈 넣고 잘 섞는다. 그냥 새끼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서 달 짝찌 근해 질 때까지 저어주면 된다. 설탕을 넣은 사워크림만큼 달고 맛있는 게 없다. 물론 식빵에 버터를 발라 그 위에 설탕 뿌려먹는 것만큼 칼로리는 높겠지만. -.- 

 

 

그 다음에는 가지고 있는 비스킷을 모두 부순다. 너무 잘게 부숴서 날아가지 않도록 적당히 정도껏 부순다. 

 

 

그리고 바나나도 동전 3개 정도 두께만큼 동그랗게 자른다. 그리고 굴러가지 않도록 잘 붙들어 둔다. ㅋ 그러면 재료준비는 끝.

 

 

대단한 케익 쓰이는 줄 착각하고 냉장고 밖으로 나온 버터를 적당한 깊이가 있는 모양을 잡아 줄 아무 용기에 구석구석 바른 후 곧바로 냉장고로 돌려보낸다. 

 

 

그리고 이제 준비된 재료들을 차례대로 담아주면 된다.

 

 

먼저 비스킷의 1/3을 용기에 부어준다. 그리고 준비된 사워크림을 비스킷 위에 촘촘하게 채워준다. 약간 라자냐 만드는 느낌이다.

 

 

잭슨 플록에 빙의한것처럼 사워크림 믹스를 마구 흩뿌려준다.

 

 

구석구석 사워크림을 발라준 후에 잘라놓은 바나나를 한 겹 얹는다.

 

 

그리고 다시 바나나위에 사워크림을 붓는다.

 

 

다시 마치 파종을 하듯 힘차게 비스킷을 뿌리고 

 

 

아 난 정말 너무 게으르다 자책하며 다시 한번 사워크림으로 덮는다.

 

 

그리고 남아있던 비스킷을 전부 쏟아붓는다.

 

 

마치 식목일에 강낭콩을 심어 놓은 듯한 비주얼이 된다. 시루떡 같기도 하다. 사뭇 시루떡은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해지는데?

 

 

그리고 냉장고라는 이름의 차가운 오븐으로 옮겨서 냉장고 속의 각종 세균들과 함께 다음 날 아침까지 숙성시킨다. ㅋ

 

 

그리고 드디어 다음날 아침 차갑고 육중한 게으름뱅이를 꺼내고 유유자적 커피를 만들기 시작한다.

 

 

소중한 용기가 상하지 않도록 칼 대신 싹싹이 주걱으로 살며시 자른다. 이쯤 되면 우유를 데워서 우유 거품도 만들어준다.

7년 전에 사 온 싹싹이 주걱이 공교롭게도 리투아니아 국기랑 색깔 배열이 똑같다. 한국에 아직 팔면 다음번에 왕창 사 가지고 와서 온몸에 국기를 감고 국경일날 나가서 팔아도 될 것 같다. 국기가 너무 안 예쁘다고 바꾸자는 얘기가 간혹 흘러나오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귀여운 색동 리투아니아 국기. 노란색이 윗부분임. 

 

 

이것은 지난주에 남편이 혼자 만든것. 좀 더 단단한 비스킷을 써서 모양이 더 잘 잡혔다. 케이크 느낌도 물씬.

 

 

아몬드가 있어서 갈아서 뿌려주었다.

다시 한번 총정리는 하자면 500g 사워크림+바나나 4개+비스킷 500+ 슈가 파우더 3숟갈 = 게으름뱅이라는 공식

 

 

코코아 가루나 코코넛가루를 좋을듯. 아무튼 원하는 재료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참 편리한 케이크이다. 게으름뱅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매우 쉬운 케이크 만들기인가? 아무튼 계산을 해보니 재료비가 총 4유로가 들었으니 한 조각당 50센트 정도다. 너무너무 맛있다. 냉장고를 열면 케이크가 한 사발이 있다니 행복한 주말이 아닐 수 없다. 저렴하니 자주 만들어 먹어서 돼지가 될 것인지 비싸더라도 만들어진 케이크를 아주 가끔 사 먹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케이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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