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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소울키친>

<soul kitchen> fatih akin 2009

영화 속 부엌들이 하나같이 매력적인 이유는 뭘까.
주인공이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인테리어에 얼마나 많은 돈을 처발랐는지와는 상관없이,
형편없이 더럽고 좁고 구닥다리같은 부엌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등장인물의 성격과 배경을 이해하고 영화에 빠져들기에 부엌만큼 적합한 장소가 없기때문인것 같다.
그래서 영화를 볼때마다 부엌 모양새를 유독 집중해서 보게된다.
영화 <히트>의 광활하고 차가운 주방이 로버트 드니로를 우수에 젖은 도둑으로 미화했다면
(그가 무사히 은행을 털어 어딘가로 훌쩍 떠나길 바랬던 사람이 나만은 아닐거라는 가정하에),
<음식남녀>의 주방은 최고였지만 딸들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던 홀아비의 주방이다.
남이라고 해도 상관없는 사람 넷이 마치 한가족처럼 모여 저녁 메뉴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텐텐>의 부엌.
가장 역동적인 공간임과 동시에 가장 인간적이며.
적당한 자존심,타협,웃음과 눈물이 마치 물과 불, 소금과 후추처럼 버무려진 공간이다.
요새들어 주방을 소재로 한 영화가 정말 많다.
주방작업대에 올라앉은 여자와 음식을 만들어 받치는 남자,
손님과 싸우다 마침 홀에 있던 오너에게 발각되어서 쫓겨나는 셰프등등 비슷한 장면들이 곳곳에서 반복되지만
지루하다는 생각은 그닥 들지 않는다.
소울키친. 영화를 보기전까지 이 영화는 왠지 '키친'과는 전혀 상관없는 영화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헬스키친> (숀펜이 나오는 느와르 영화인데 원제는 state of grace)이나 <퍼니게임>류의 영화일거라는 느낌이 왠지 들었다. 시종일관 북적거리고 다투고 고함치며 엎어지는 이 영화는 그 어떤 부엌영화보다 부엌스럽다.
냉동인스턴트식품을 대충 조리해서 손님에게 내놓는 주인공,
동생 식당에 위장취업해서 매일 감옥에서 마실을 나오는 형,
뜨거운 가스파쵸를 요구하는 손님과 다투고 쫓겨나는 셰프,
그리스인들이 장례식때 주로 마신다는 메탁사(metaxa)를 입에 달고사는 여종업원 나디아,
죽으나사나 배만 손질하는 세입자 노인.
타협이라고는 눈꼽만큼도 모를것같은 이들 등장인물들과 끼니를 떼울 목적으로 식당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 모두가 한곳에 엉켜서는 이리부딪치고 저리부딪치며 각자의 끓는점을 향해 달려간다.
부글부글 끓다가 때가 되면 식어버리고 바닥을 보이는 커다란 냄비같은곳이 바로 소울키친이다.
부엌속에선 맛있는 음식을 기대하면 되지만 인생에서 우리가 기대하는것은 뭘까.
모든것을 투자한 식당인데 세금은 밀리고 여자친구는 상하이로 떠나버리고 허리까지 삐끗한 주인공.
때마침 위생국에서도 조사를 나오더니 정해진 시간안에 주방을 정비하라는 경고를 받는다.
새로운 셰프가 고용되고 싸구려 음식에 길들여졌던 손님들의 멘털리티까지 조금씩 바뀌면서 장사가 되기 시작하는 소울키친. 그렇게해서 번돈으로 주방을 수리하는 장면이 짧게 나오는데. 집수리에 관심이 많은 관계로 눈여겨 보았다.


모든 집기를 들어내고 드디어 텅 비었다. 바닥이 무척 더럽다.
조리대나 작업대 표면이 전부 나무로 되있는게 문제였다. 위생법에 따라 전부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로 바꿔야 했던것.
요식업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써 쪼잔함의 극을 달하는 위생법이지만 따지고보면 전부 다 맞는 말씀이다.
냉동해산물과 냉동고기를 한 냉동고에 넣으면 불법이지만 냉동고 두개를 갖기엔 재정적 여건이 되지 않고,
계란 한알한알을 전부 소독하기엔 직원들이 너무 게으르고
입에 들어가는것은 절대 바닥에 놓으면 안되지만 그걸 지키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먼저 바닥을 깔고 한쪽 벽면에 타일을 붙이고.

누가봐도 스테인리스스틸 재질인 작업대와 영업용 냉장고가 놓여진다.

자취생 오븐과 전자렌지도 자취를 감춘다.
주방의 꽃인 후드가 설치되고 이제 주렁주렁 국자를 다는 일만 남았다.
식당 창업자를 위한 카탈로그 부럽지 않은 주방이 되었다.
바질과 샐러리 향이 나는것 같다.
그럼 이제 소울키친은 승승장구할일만 남은건가?


먼저 바닥을 깐다.

한쪽 벽면에 타일을 붙였다.

누가봐도 스테인리스스틸 재질인 작업대와 영업용 냉장고가 놓여진다.

자취생 오븐과 전자렌지도 자취를 감춘다. 오븐과 냉장고 위치를 바꾼 흔적이 보인다.

주방의 꽃인 후드가 설치되고 이제 주렁주렁 국자를 다는 일만 남았다.

식당 창업자를 위한 카탈로그 부럽지 않은 주방이 되었다.

바질과 샐러리 향이 나는것 같다.


그럼 이제 소울키친은 승승장구할일만 남은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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