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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여름 종료

 

8월이 끝을 향한다. 저녁에 부엌 창가로 더 이상 볕이 들지 않는 대신 아침은 한층 어두워져 건너편 병원의 불빛이 훨씬 도드라졌다. 언젠가 십자가 언덕에 다다르는 와중에 쏟아지던 우박과 몰아치던 폭풍 그리고 얼마 후 거짓말처럼 내리쬐던 햇살을 떠올린다. 그 이후로 8월 이면 그런 우박과 햇살을 한 번쯤은 기다리게 된다. 그런데 이번 8월은 우박 없이 지나가려나보다. 비는 지속적으로 내리고 기온도 줄곧 떨어진다. 주말이면 사람들은 버섯 채집을 하러 이동한다. 정류장에서 양동이 가득 노란 버섯을 들고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았다. 끓인 다음에 양파와 판체타랑 잘 볶아서 크림에 졸여서 먹으면 정말 맛있는 버섯이다. 옛날 러시아 소설 읽다 보면 버섯 이야기는 단골이다. 말린 버섯을 할머니가 실에 꿰고 있는 장면이라던가 레빈의 형이었나 어떤 여인과 숲을 걸으면서 청혼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데 갑자기 서로 버섯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청혼이 물 건너가 버린다거나. 생각이 난 김에 어린 시절 집에 있었던 64권짜리 세계문학전집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금성출판사에서 80년대 중반에 개정판이 나왔던 이 전집은 전쟁과 평화도 가난한 사람들도 카라마조프의 형제들도 마지막 잎새도 심지어 삼국지도 분량이 전부 한 권으로 똑같았으며 신동우 화백의 삽화가 섞인 주니어용 문학전집이었다. 아마 네흘류도프도 베르테르도 햄릿도 전부 똑같이 생겼었을 거다. 64권의 목록을 살펴보고 있자니 분명 다 읽은 책들인데 기억에 없는 책들이 많다. 바늘 없는 시계며 사랑의 삼중주며 피와 모래 같은 책은 도대체 어떤 책이었을까. 사실 이런 아동용 전집들은 읽었어도 읽었다고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그런 와중에도 그 시기에 마음에 확 새겨진 작가들과 장면들이 있는 것을 보면 그 연령의 감수성은 충분히 건드릴 수 있는 수준의 편집이었나도 싶다. 성인이 되어서 다시 찾아 읽은 작품들도 많지만 다시 한번 한 권씩 찾아서 읽어보고싶다. 요즘 들어 커피 자주 마시게 된다. 아침마다 커피밀 돌리는 게 귀찮아서 분쇄커피 한 봉지를 오늘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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