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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

Vilnius 64_겨울 휴가


토요일이었던 2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크리스마스 명절. 공식적으로는 24,25,26일이 크리스마스 휴일이지만 보통 새해까지 이어서 겨울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운송회사도 다른 유럽나라의 거래처도 다 긴 휴가에 들어서서 가까스로 물건을 싣어 오느라 지난 한 주일은 꽤나 긴장상태였다. 그래서 평일이었던 오늘 조차 도로가 한산했다.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의 횡단보도 앞 중고 옷가게에 종이 한 장이 붙었다. 이 종이는 크리스마스 훨씬 이전의 14일경에 이미 붙어 있었다. 'Dirbsiu nuo 2018 01 08'  '나는 1월 8일부터 일할겁니다.' 라는 뜻. '일할겁니다' 동사는 명백히 1인칭 단수였다. 보통 이런 경우 1인칭 복수 동사 (Dirbsime) 를 써서 '우리는 언제부터 일합니다. 언제까지 휴가입니다' 로 쓰는데 1인칭 단수를 쓴것은 점원이 주인이거나 항상 혼자 일하는 점원이 휴가에서 돌아와 알아서 종이를 떼고 다시 일을 시작하거나 아니면 옷가게 자신이 일한다고 했거나.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빌니우스에 돌아와보니 정작 눈은 다 녹아있었다. 보통 거리에서 잔디위로 비켜난 눈은 조금 남아있게 마련인데 마치 겨울들어 단 한번도 눈이 내리지 않은 양 깡그리 다 녹아버렸다. 아직 10일이나 남은 누군가의 휴가. 휴가에서 돌아올즈음엔 밟히지 않은 예쁜 눈이 다시금 소복히 쌓여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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