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더 사랑해주지 않아 라고 말하는 순간 덜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더 사랑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면 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한없이 부족해진다. 어느 도시에 관한 애착과 사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즈음에 이렇게 아슬아슬 황급하게 사라져가는 석양이 어느 건물의 어느 모서리쯤에 걸쳐져 있을 것을 알고 그 고인 따스함을 마주하러 일부러 그 골목길로 들어설 수 있을만큼 다 알고 싶은 것, 빗물이 흥건하게 채워지는 거리를 걸어나갈때 속도를 늦추지 않는 무심한 자동차가 내 곁으로 다가오기 전에 미리 조금 비껴 설 수 있을 만큼 발바닥 아래 콘크리트의 굴곡을 기억하는 것, 여기서 멈춰 뒤돌아섰을때 손가락 한마디 정도만 고개를 내민 성당의 종탑이 내 눈에 들어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가슴 속에 차오르는 무언가, 항상 그 자리 그 빗 물 고인 웅덩이에 잠겨 침묵하는 건물의 능선을 일부러 발을 뻗어 건드려 보는 것.
반응형
'Vilnius Chronic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Vilnius 68_19시 57분 (2) | 2018.04.20 |
---|---|
Vilnius 67_어떤 건물 2 (0) | 2018.03.23 |
Vilnius 66_어떤 건물 (2) | 2018.02.21 |
Vilnius 64_겨울 휴가 (4) | 2017.12.29 |
Vilnius 63_소년 (3) | 2017.12.17 |
Vilnius 62_여인 (4) | 2017.12.16 |
Vilnius 61_모두의 크리스마스 (4) | 2017.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