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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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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aly 10_두오모 (Firenze_2010) '피렌체 두오모의 그림자는 피렌체의 명산물이다. 피렌체의 시민들은 모두들 조금씩 그 그림자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 ' (Firenze_2010) 위의 문장은 나의것이 아니다. 그것은 도둑질 해 온 문장이다. 내가 좋아하는 김승옥의 소설 의 한 부분과 기형도의 시 의 한 문장에 공통적으로 들어간 단어 '안개'를 '그림자'로 대체했을뿐이다. '피렌체 어디에서도 두오모가 보이지 않는곳이 없었다' 라는 상투적인 말로 두오모의 둔중한 호흡에 감탄하기에는 그는 훨씬 벅찬 존재였다. 두오모 그 자신이 자부하고 있던것은 오히려 그로 부터 쏟아져 나와 어떤이들의 지붕위에 과묵하게 드리워진 그 자신의 그림자였다. 9월의 피렌체는 산란하는 빛에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두오모의 정상을 향하..
피렌체의 에스프레소 Firenze_2010 피렌체 중앙역에서 베네치아행 기차를 기다리던 중 간단히 요기를 하러 역내 스낵바에 들어갔다. 이탈리아에서 매번 카페에서 주문을 할때마다 이렇게 서서 에스프레소를 단숨에 들이키고 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에게 커피를 마신다는것은 내가 커피를 마시는 행위와는 전혀 다른 뼛속깊이 체득된 뭔가였다. 이탈리아에서의 커피맛이 다르게 느껴진것은 우유의 지방함량,커피의 산도.알맞게 잘 데워진 커피잔의 조화 따위로는 설명될 수 없는것이었다. 그들이 인사를 나누고 주문을 하고 한잔의 에스프레소가 추출될때까지의 시간, 커피를 들이키고 문을 나설때까지의 낯선이들과의 짧은 대화의 시간은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두세시간씩 앉아서 수다떨때의 나른함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촘촘한 밀도였다. 하루 24시간이라는..
Italy 02_피렌체, 2010 아마도 페인트 색깔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건 이탈리아에서 받은 그때 그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이건 건물 외벽을 칠한거고 우리는 방 내부를 칠했다는게 크나큰 차이점이 있지만. 숙소를 나와서 미켈란젤로 언덕을 올라서 우연이 들어선 골목길들. 지저분하면 지저분한 대로 자연스러운 이런 느낌. 대충 이렇게 저렇게 바른 이런 회벽. 경적을 울리지 않으면 저쪽에서 차가 오는지도 안보였던 좁고 꼬불했던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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