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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자무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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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 on earth (1991) 지상의 밤... 영어 제목보다 한국어 제목이 조금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지상... 어떻게 들어도 참 멜랑꼴리 하고 센티멘탈하다. 2년이 지나면 이 영화도 30년 전 영화가 되니 지금 이런 영화들을 고전처럼 찾아보고 있을지 모를 나보다 어린 세대들에겐 어쩌면 90년대 후반의 내가 70년대의 스콜세지 영화를 보았을 때와 같은 그런 기분일까. 그런데 80년도에 영원한 휴가를 만든 짐 자무쉬를 스콜세지와 거의 동시대의 감독이라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닐 텐데 이 두 감독을 보고 있으면 마치 임권택과 홍상수 사이에서 감지되는 세대차이가 느껴진다. 짐 자무쉬가 도시 뒷 구석에서 아무도 모르게 파편처럼 부유하는 인물들을 최대한 날 것으로 표현해낸다면 스콜세지는 그런 인물들에 묵직한 표정과 목소리를 부여하며 아주 ..
Dead man_Neil Young 벌써 20년이 흘렀다. 종로 연강홀에서 열린 난장 영화제에서 보았던 두 편의 영화. 짐 자무쉬의 데드맨과 페도로 알모도바르의 키카. 나로썬 동숭 아트홀의 개관작이었던 짐 자무쉬의 천국보다 낯선을 극장에서 보지 못한 한을 나름 풀어줬던 날. 하지만 그때는 흑백 영상과 조니 뎁의 표정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느라 음악에는 별다른 감흥을 얻지 못했다. 영화를 보면서 즉흥적으로 연주했다는 닐 영의 기타 연주도 나중에 오아시스가 리메이크한 닐 영의 노래 때문에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좀 주의깊게 듣게 되었는데 선물 받을 USB 턴테이블을 기다리며 처음 장만했던 LP는 결국 데드맨의 사운드 트랙. 바깥이 유난히 조용한 날, 기차 소리가 듣고 싶은 날, 인디언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 날 꺼내 듣는다. 추억속의 영화의 장면들이..
Frances Ha_Noah Baumbach (2013) 올리비아 아사야스의 크라이테리온 베스트 목록 (올리비아 아사야스 크라이테리온 베스트) 을 통해 알게 된 영화. 2013년 영화인데 크라이테리온에서 출시 되었다는게 신기하기도 했고 흑백으로 촬영되었고 무엇보다도 흑백과 핑크가 절묘하게 조화된 음악적인 영화 포스터가 Smith 의 베스트 앨범 자켓을 떠올리게 했다. (포스터 속의 프랜시스가 지휘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알고보니 춤을 추고 있는것이었음) 오아시스가 영향 받은 뮤지션으로 스미스와 스톤 로지즈를 언급한 적이 있기에 수집하기 시작했던 스미스의 앨범들. 이 뜬금없는 흑백 영화가 영화를 채 보기도 전에 나로 하여금 어떤 회상에 젖게 하고 있다는 기분 좋은 예감, 어쩌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추억도 아낌없이 녹아 있을것 같은 느낌. 요즘이 배경인 영화인..
<Only lovers left alive> Jim Jarmusch (2013) 가끔 기웃거리는 아이스크림 코너. 리투아니아에는 한국만큼 과즙을 사용한 맛있는 빙과류가 적어서 새 하드를 보면 한번쯤은 먹어 본다. 그런데 어제 사먹은 이 라즈베리맛 하드는 영화 속 아담과 이브가 먹던 오 마이너스 혈액형 하드와 정말 너무 닮지 않았는가. 모로코의 탕헤르에 머물던 이브(틸다 스윈튼)와 디트로이트에 사는 아담(톰 히들스턴)이 오랜만에 만나 온갖 악기들로 가득찬 지저분하고도 로맨틱한 아담의 거실 소파에 앉아 나눠먹는 O형 피 맛 하드말이다. 이렇게 단순히 과일맛 하드를 먹으며 떠올릴 영화가 있다는것도 참 행복한 일이다. 그래서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걸어놓고 작년에 본 영화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아담의 디트로이트와 이브의 탕헤르. 언젠가 가볼 수 있을까? 골목골목을 누비는 많은 여행자들덕에 ..
<열혈남아 As tears go by> 왕가위 (1987) 을 보면 뉴욕에 머물던 에바가 숙모가 사는 클리블랜드로 떠나기 위해 짐을 싸는 장면이 있다. 뉴욕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보낸 길지 않은 시간동안 이미 그녀가 익숙해지고 그리워하게 된것들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는데 바로 체스터필드 한 보루를 트렁크에 집어넣으면서 '이 담배, 딴 도시에 가도 있을까?'라고 윌리에게 묻는 장면이다. 낯선 곳으로 떠날때 우리는 늘 우리가 나중에 그리워하게 될 지 모르는것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한다. '갑자기 그 음악이 듣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씨디를 굽고 '그래도 머리맡에 놓고 두고두고 읽을 책 한권쯤은 챙겨야지' 하는 생각에 헌책방을 향하고 적응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계산해보고는 삼분카레 세네봉지를 구겨넣는다. 갑자기 보고싶어졌는데 아무곳에서도 다운을 받을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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