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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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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50센트 동전, 빈 분리파, 클림트 이렇게 똑같이 생겨서 심지어 태어난 해도 같은 생소한 동전들이 서로 떨어져서 굴러다니고 있으면 다른 것들을 옆으로 제쳐 두고 만나게 해주고 싶다. 이 동전은 무덤처럼 보이기도 하고 신에게 제사 지내는 곳 같기도 하고 중동의 사원 같기도 하다. 근데 막상 왕의 묘지라고 생각하면 좀 너무 뻔하다. 가령 왕은 되지 못했으나 후대에 오래도록 회자된 덕망 있는 대군의 묘지라든가 할머니 무릎 위에 올라앉은 세손을 나무라는 며느리 중전에게 괜찮다고 안심시키는 인자한 대왕대비마마처럼 왕의 주변에 머물 뿐이었지만 훌륭한 능을 가져 과연 그들의 삶은 어땠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묘처럼 뭔가 다른 사연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싶다. 그것은 아마 동전에 새겨지는 것이 늘 가장 위대하고 가장 유명한 정점의 과거만은 아님을 ..
오스트리아 1유로 동전 손바닥 위에 나타난 모차르트를 보고 이 동전이 그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 적도 없고 있다고 들어본 적도 없는 동전인데 마치 기다려낸 듯한 느낌이 들었으니 아마 동전을 본 그 짧은 순간에 모차르트의 탄생이든 죽음이든 그것을 기리는 기념주화는 충분히 주조할만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기념주화는 아니었다. 오스트리아인들은 그들의 신동을 진작에 1유로에 새겼다. 유럽연합 가입때와는 달리 유로화 도입을 1년 남겨둔 시점에서도 오스트리아인들은 유로화에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동전 디자인에도 여론 조사가 동원되었다. 동전 속의 모짜르트가 딱히 어색하진 않지만 모차르트 그 자신의 음악가적 카리스마보다는 마치 넬슨 제독 같은 인상을 풍긴다. 1유로 표시 아래에 피아노 건반 같아 보이..
오스트리아 10센트 동전 손바닥에 동전이 쥐어지면 습관적으로 뒤집어보게 된다. 다양한 유로 동전에서 언제나 그렇듯 단단한 역마살을 느낀다. 리투아니아의 문장이 새겨진 유로 동전을 제외하고 가장 빈번하게 보이는 것은 독일과 이탈리아의 동전들이다.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이탈리아의 동전 중 프레스코 속의 단테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 비례도는 정말 자주 마주친다. 가까운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 동전도 그렇다. 그 나라 국적의 사람이든 그곳을 여행하고 리투아니아에 들르는 사람이든 그곳을 여행하고 집으로 돌아온 리투아니아 사람이든 상대적으로 이들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거다. 동전에 새겨지는 것들은 건축물이나 인물이 가장 많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없는 생소한 건축물이라면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이란 생각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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