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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니우스 구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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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44_Dont look back (Vilnius_2016) 타운홀에서 쭈욱 내려와서 대성당까지 가는 길목에 기념품 가게가 많다.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이곳에서 파는 물건들에는 별 차이가 없다. 바뀌는것이 있다면 아마 노점상 주인들의 옷차림뿐일것이다. 새로운것을 발견할 여지가 별로 없음에도 지나칠때마다 습관적으로 들여다보게 되는 그 풍경에는 새 주인을 기다리는 자들의 쓸쓸한 뒷모습이 있다. Dont look back 은 아주 오래 전 밥딜런의 콘서트 기간에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목인데 옛 사진을 보다 보니 요새 화두가 된 그의 얼굴이 겹쳐 그냥 제목으로 붙여보았다. 저들중에 누구 하나 갑자기 홱 돌아보면 조금 무서울것도 같다. 특히 파란 성모 마리아.
리투아니아어 19_풍선 Balionai 빌니우스 구시가지의 타운홀 계단은 앉아서 사람 구경하기 참 좋은 곳이다. 우리는 지나가는 사람들과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들에 관해서, 세그웨이 같은것을 타고 익숙하지 않은 몸짓으로 위태롭게 지나가는 그룹 여행자들과 잠시 여유가 생겨 정차를 해놓고 담배를 피우는 택시 기사들에 관해서 이야기 하곤했다. 그들과 우리 사이에 확보된 넉넉한 공간을 텅 빈 도화지 삼아 그들이 어디에서 이곳까지 흘러들어 어떤 기분으로 현재를 만끽하고 어디로 가고있는지에 대해 멋대로 상상하며 잡담하곤 하는것이다. 성수기에도 이곳은 생각만큼 붐비지 않는다. 그리고 한가지 더 마음에 드는 점이라면 이곳에 앉아서 사람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개학을 하루 앞둔 8월 31일, 잠시 계단에 앉아서 커피를 홀짝이고 있는 사이 하얀차 한대가..
리투아니아어 1_고마워 - Ačiū (Vilnius_2016) 거리. 벽과 바닥과 하늘로 이루어진 그 끝없이 연결된 통로속에 금새 나타난듯 혹은 곧 사라질듯 이쪽과 저쪽의 끝에 가까스로 자리 잡은 사람들의 모습이 좋다. 마음에 드는 배경을 발견했는데 저 멀리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다면 내 사각의 프레임속으로 그들이 들어오길 잠자코 기다릴때가 있다. 간혹 일부러 지나가지 않고 사진 찍기를 마치기를 기다려주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때엔 웃으며 지나가라고 손짓하곤 딴짓을 하기 시작한다. Ačiū 는 리투아니아어로 '고맙습니다' 라는 뜻이다.A 글자 밑에 적힌 Prašom 은 '천만에요,뭘요' 정도가 되겠다. 아츄, 프라숌 정도로 발음하면 된다.
Vilnius 26_인생의 분위기 메이커 (Vilnius_2016) 늦잠을 자고 일어나거나 한 여름 밤 뒤에 바짝 달라붙어 몰려오는 이른 아침의 얇은 빛줄기 혹은 부지런한 새소리에 자연스럽게 깨어나서는 대충 눈꼽을 떼고 커다란 남방 따위를 걸치고 신발을 구겨신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방금 막 문을 연 카페가 있는 건물에 사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가끔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햇살이 스며드는 발코니에 저런 의자가 놓여져있다면 오히려 왠지 아래층 카페에는 가게 되지 않을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저런 의자를 놓아둘 발코니가 없더라도 아슬아슬하게라도 잠시 햇살이 머물다가는 그런 부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런 부엌이 없어서 커피가 맛이 없다고 생각된다면 카페에 가면 되는것이다.
Vilnius 23_빌니우스와 몽마르뜨 이른 아침 거리를 걷다 들어선 좁은 골목에서 발견한 손잡이. 빌니우스도 누군가에게는 여행지인게지. 휴가철이 아닌 주말이 아닌모두가 일하고 있는 시간에 걷는 여행지의 거리에는 아주 개인적인 자유와 쓸쓸함이 있다. 이 거리 구석구석에 아름다운 조각들이 많아서인지 이런 손잡이가 있는것도 퍽이나 당연해보였다. (빌니우스 구시가지의 Stiklių 거리) 그리고 몇 해 전 몽마르뜨 언덕을 내려오던 길에서 마주쳤던 손잡이가 떠올랐다. 8월의 파리는 그렇게나 따뜻해서 사계절 내내 손을 내밀고 있는 그 손잡이가 처량해 보이지 않았는데, 빌니우스의 손잡이는 날이 점점 추워지는데 장갑도 없이 손이 얼면 어쩌나. 몽마르뜨의 손잡이엔 수줍게나마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었는데. 가슴에는 아기가 잠들어 있었고 한손에는 음료가 들려져..
Vilnius 17_루디닌쿠 서점 Rūdininkų knygynas 대부분의 약국과 서점이 체인 형식으로 운영되는 리투아니아. 헌책방이나 북카페가 아니라면 개인이 운영하는 순수 개념의 동네 서점을 찾기 힘든데 빌니우스 구시가지에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자리잡고 있는 서점이 있으니 바로 루디닌쿠 서점이다. 카페나 음식점이 자리 잡기에는 너무 아담한 거리이지만 서점 바로 근처에 카페 체인이 하나 들어서면서 서점은 왠지 더 서점다워졌고 카페는 더욱 카페스러워졌다. 서점 안에 들어선 미니 카페 컨셉은 너무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전략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아 쉽사리 들어가지지 않는다. 그저 책을 읽고 싶은 이들도 그저 커피를 사이에두고 마냥 수다를 떨고 싶은 이들, 아무도 편치 않은 넉넉하지 않은 아우라를 주기 때문인데 이렇게 약간의 거리를 두고 위치해 있는 서점과 카페를 보니 ..
Vilnius 13_우주피스 (Užupis) 지금은 빌니우스의 몽마르뜨로 불리우기도 하는 예술가들, 보헤미안들의 동네 '우주피스 (Užupis)' 이지만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그럴듯한 명성을 가진것은 아니다.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구역이라는 낭만적인 이력을 품고 한껏 멋스러워지고 화려하게 소비되는 세상의 많은 구역들이 그렇듯이, 한때는 갱들의 구역이기도 했던 샌프란시스코의 소살리토나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던 뉴욕의 소호처럼 그리고 서울의 합정동이나 연남동, 심지어 신사동 가로수길 같은 공간들이 그렇듯이빌니우스의 우주피스 역시 비싼 임대료를 피해 그나마 접근성이 좋은 곳에 터를 잡고 젊은이들이 자유를 누리며 교류하던 공간이었다. 지금은 그 모든 지역들이 역설적이게도 돈없는 보헤미안들이 터를 잡기에는 턱없이 비싼 임대료의 핫플레이스로 변해버렸다. 빈궁..
Vilnius 08_한 여름밤의 꿈 7월 6일은 리투아니아의 국경일이다. 정식명칭은 karaliaus mindaugo karunavimo diena. 1253년 7월 6일은 리투아니아 공국을 세운 리투아니아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국왕인 mindaugas 국왕의 즉위일이다. 국경일 명칭에 mindaugo 라고 쓰이는 이유는 이름이 소유격처럼 쓰이므로 Mindaugas 에서 Mindaugo 로 변형된 것. 사실 그러고보면 리투아니아에는 Mindaugas 민다우가스라는 이름이 정말 많다. 우리때만해도 학생이 그렇게 많았어도 사실 같은 학교에서 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던것 같은데, 반면 리투아니아에는 이름이 거기서 거기인 대신 성을 외우기가 무척 힘들다. 친구들중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이 많기때문에 보통은 성으로 구분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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