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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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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96_6월 6월의 오늘은 하지. 1년 중 가장 짧은 밤, 가장 늦은 저녁의 석양과 이별하기 위해 지금 어딘가에선 높게 쌓아 올린 커다란 장작이 불타오르고 곱게 만든 화관들 가운데에 놓인 양초에서 피어난 불빛이 고요한 강 위를 수놓고 있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오늘부터 긴 겨울로 접어드는 이른 여정이 시작된다. 7월은 여전하고 8월이 멀쩡히 남아 있으나 여름은 항상 6월까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6월의 오늘을 기점으로 여름은 이제 막 봄을 떠나왔다기보다는 좀 더 겨울을 향하고 있는 것이 맞다. 6월이 되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어떤 소설들이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와 까뮈의 이방인이다. 6월만큼 짧은 이 소설들을 왠지 가장 긴 여름밤을 지새우며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6이라는 숫자. 1년의 반, 마치..
리투아니아어 57_ 백야 Baltosios naktys 지난번 빌니우스 도서 박람회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백야가 묶인 도스토예프스키 책 한 권을 샀다. 현금도 없었고 현금 지급기도 없는데 카드를 받지 않는 부스가 많아서 그나마 한 권 유일하게 사 온 책이었는데. 얼마 전에 책장 아래칸에 잡다한 책들과 섞여있는 것을 보고 도스토예프스키의 다른 책들 근처로 옮기려고 보니 위칸에 터줏대감처럼 꽂혀있는 책. 책을 잘 사지도 않는데 같은 책을 두 번 사다니 황당했다. 내가 이들을 몹시 좋아하던가 아니면 기억력이 이제 다 했던가 공부하라는 계시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 50권 남짓되는 주니어용 세계문학전집이 있었는데 신동우 화백이었나 그가 그린 삽화 속의 인물들 얼굴이 꽤나 특색 있었다. 1번은 부활, 2번은 로미오와 줄리엣 3번은 좁은 문 4번이 가난한 사람들 그런 식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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