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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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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의 초등학생들과 함께 한 한국어 캠프 지난 여름. 인구 50만 가량의 빌니우스에서 7명의 초등학생들과 함께 했던 소박한 캠프. 여름 방학이 세 달 가까이 되는 리투아니아에서 학생들이 여름을 보내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가족 친지의 여름 별장으로 바다로 호수로 숲으로 놀러가는 것.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일하는 학부형들에게 긴 여름방학은 큰 고민거리이다. 그렇게 여름 휴가를 꽉 채워서 쓰고도 남는 아이들의 방학은 이런 저런 캠프 참여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은데 리투아니아에서는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체험 학습과 학교를 가듯 등학교를 하며 만났다 헤어지는 단기 사설 학원과 같은 것들을 통틀어 모두 Stovykla 라고 부른다. 출근 전의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아침 8시 경에 모였다가 오후 5시까지 시간을 보내는 일종의 놀이방..
리투아니아의 빵집에서 유용한 단어들 가끔 들춰보는 11년 전 나의 리투아니아어 교과서. 나의 선생님이 매일 아침 프린트해서 주신 것을 제본해서 간직하고 있다. 스승의 대학 강의가 시작되기 전 아침 7시에 1시간 정도 진행되었던 18번의 수업. 지금 생각해도 그 수업은 굉장히 명료했고 유익하고 즐거웠다. 대학에서 어학당 선생님도 겸하고 계셔서 외국인을 많이 상대해 본 스승의 노하우도 있었겠지만 현지에 지내면서 현지어를 알파벳부터 배운다는 첫 경험은 짜릿한 일이었기에. 리투아니아어 수업이 끝나고 나를 가장 즐겁게 했던 일 중 하나는 빌니우스 대학 근처의 빵집에서 빵을 고르는 일이었다. 그곳은 지금 중국식당으로 바뀌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이름을 몰리도 사기야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빵들에 잼이나 크림이 들어가있는 경우가 많아서 빵 속에 무..
도서관 커피 너무 맛있어서 행복했던 아이리쉬 카푸치노. 다음에는 도서관 1층 카페에서 치즈 케익을 사서 이것과 함께 먹어야겠다. 빌니우스 카페들의 커피 가격은 1.5-3 유로 선인데. 한국의 자판기 커피가 고급 커피 버튼을 눌러도 300원 정도인것을 생각하면 이곳의 자판기 물가는 비싸다. 자판기 자체도 별로 흔하지 않다. 상업 은행 (구 우리 은행..) 자판기 야채 스프 먹고 싶다.
생강 커피 Fortas 라는 리투아니아 식당 체인이 있다. 동네에도 한 군데 있고 보통 대형 쇼핑몰이나 멀티플렉스 같은 곳에 입점해 있고 관광객이 가장 많은 대성당 근처에도 몇 군데 있다. 나쁘지 않고 너그럽고 평균적인 리투아니아 전통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이 식당에 가면 된다. 동네에 있는 이 식당은 한적한 주택가에 차가 별로 다니지 않는 도로에 주차공간도 확보하고 있어서 만나서 진지한 이야기를 할 목적의 30, 40대 정도의 빌니우스 사람들이 정말 자주 간다. 정말 그런 사람들이 보통 앉아 있다. 남자셋이 차에서 내려 똑같은 커피 세잔을 주문하고 한시간 가량 뭔가를 열심히 이야기하다 마치 피타고라스 정리에 견줄만한 결론이라도 얻었다는듯 다같이 악수를 하고 한명이 시동을 걸고 있을때 다른 한명은 계산을 하고 한명..
Vilnius 52_여름의 끝 2 여름이 짧은 리투아니아에도 덥고 습한 시기가 일이주간은 지속되기 마련인데 이번 여름은 마치 예고된 태풍처럼 '여름'이라고 명명된 '8호 더위'와 같은 느낌으로 하루 이틀간의 온도 상승만 보여주고 허무하게 끝이 나버렸다. 행성의 지위를 상실해버린 명왕성처럼 리투아니아에서 여름이 계절의 지위를 잃어버리는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개학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8월의 어느날. 구시가지의 보키에치우 Vokiečių 거리에 위치한 학교 창문밖에서 분주히 일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오랜 여름 휴가를 끝내고 가까스로 직장에 복귀했는지도 모른다. 방학내내 사용되지 않아 꾸덕꾸덕해진 브러쉬를 거품낸 물이 담긴 양동이에 담근채 불꺼진 복도를 지나 오후의 태양이 한껏 팔을 뻗고 들어오는 창으로 다가서는 그를 상상해본다..
리투아니아어 31_ 과자상점 Konditerija (Vilnius_2017) 정확히 어떻게 해석을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Konditerija (콘데테리야) 는 과자 상점...사탕의 집..케익 하우스..그런곳이다. Gaminiai 는 상품, 제품이란 뜻인데 이 명사를 꾸미고 있으니 -a 여성명사 어미는 -os 로 바뀌어서 Konditerijos 라고 표기된것. 이곳을 빵집이라고 할 수는 없다. 손가락으로 집어 먹을 수 있는 값비싸지 않은 단과자들을 파는곳. 비닐이 반쯤 벗겨진 조그만 상자속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그런 과자들을 원하는만큼 달아서 봉지에 담아준다. 어릴때보면 센베이 과자 같은것만 파는 가게들이 있었던것 같은데 약간 그런 느낌일까. 그런 과자들도 비닐이 덮힌 상자안에 놓여져있어서 사려고하면 비닐을 젖히고 으례 집게로 집어주셨고 특히 분홍색 하얀..
리투아니아어 30_예술 Menas 빌니우스의 타운홀을 바라보고 섰을때 북쪽의 오른편에 자리잡고 있는 이 건물은 빌니우스의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이다. 고풍스럽고 단아한 건물들이 어깨 겨루기를 하는 구시가지 내에서 단연 세련되고도 모던한 건물을 꼽으라면 아마 이 건물이 될텐데 이 건물도 알고보면 지어진지 50년이 된 오래된 건물. Vokieciu 거리의 초입에 자리잡아 얼마간 이 거리를 휘감아 들어가는 이 건물의 1층에는 '맛' 이라는 이름의 한국 식당도 있다. 아마도 빌니우스의 유일한 한국식당이지 않을까 싶다. 이 식당에서 음식을 먹어본적은 없으나 간혹 지나칠때면 한복을 입은 리투아니아인이 서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리투아니아어로 예술은 Menas 이다. 예술가는 Menininkas (Menininkė). 센터를 꾸미고 있으므..
리투아니아어 21_힘, 강인함 Stiprybė 벌써 160년째 벌을 서고 있는 아틀라스를 보면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것이 항상 얼마나 미안하던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그 자리에. 오늘 구시가지를 걷는 내내 6개월동안 변한것과 변하지 않은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오래된 건물 하나는 엎어졌고 집 앞 마트에는 우체국이 들어섰다. 그리고 그는 60년후에 내가 죽은 후에도 이 자리에 있겠지. Stiprybė 스티프리베. 이 단어가 이렇게 잔혹하게 느껴진적이 없었다. '힘내, 아틀라스' 애정어린 격려의 메세지라기 보다는. '강인해져. 넌 버텨내야되. 넌 항상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래야지' 라는 강요의 메세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그랬다. Stiprybės 는 복수형이다. 힘, 강인함, 강점 등등의 뜻이 있다. ė 로 끝나는 여성형명사에는 아름다운 단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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