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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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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37_추억의 공통분모 버스를 타고 좀 멀리 다른 동네에 가면 구시가지에서는 볼 수 없는 많은 재밌는 풍경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아마도 가까운 시일내에 자취를 감춰버릴것을 알기에 정겨운, 투박하고도 다채로운 중구난방의 풍경들이다. 조금은 다른 추억이겠지만 나의 어릴적 기억도 어떤 공통분모를 지니고 그 풍경속으로 녹아들어감을 느낀다. 성냥갑처럼 쭉 줄지어 서있는 키오스크들은 단연 그 시시콜콜함의 결정체이다 . 유리창 너머로 진열되어있는 잡동사니들을 소리죽여 구경하다보면 상점속의 점원이 삐걱거리며 미닫이 창문을 연다. 절대 살것같은 몸짓 보이지 않으며 설렁설렁 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거 예쁘다, 이것도 귀엽다며 촐싹거린 손가락질을 알아차린것이다. 노랑색 스쿨버스를 살까 한참 고민했지만 관두고 미안해져서 회오리바 하나 사먹고 ..
선물받은 식물 휴가를 맞이하여 시골 본가에 다녀 온 친구가 가져다 준 것들. 한 손에는 개를 끌고 한 손에는 저 종이 봉지를 들고 얼굴에 함박 웃음을 안고 나타났다. 크기가 다양한 토마토와 짧은 오이 한개 그리고 바질과 세이지. 3주 휴가 동안 1주일 내내 엄마랑 밭에서 일했다고 평소보다 더 피곤하다고 투덜댔지만 대충 틀어 올려 묶은 머리카락 사이로 아직 가시지 않은 시골 공기의 청량함이 느껴졌다. 남은 휴가의 1주일은 집에서 좀 쉬어라고 말했지만 캠핑가는 사람들을 수소문해서 곧 다시 떠날거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의 여름을 보내는 방식이란것이 그렇다. 결과적으로 더 피곤해지지만 도시를 떠나 자연을 벗삼은 이들은 그 짤막한 순간을 완전한 방전, 쉼이라고 느끼는것 같다. 나는 그럴 수 없을것이다. 이래도 저래도 그래도 나..
리투아니아어 14_Švyturys 등대 리투아니아 최대의 맥주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Švyturys 슈비투리스 (Š는 쉐로 발음해야 되는데. 한글로 어떻게 표기해야할지 항상 난감하다). 슈의 소리를 계속 내면서 모음을 ㅠ에서 ㅡ 로 바꿔주는 듯한 느낌으로 발음하면 된다. 등대라는 뜻이다. 이즈음이 완전 성수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거리 곳곳에 이 로고가 그려진 파라솔 세워놓고 맥주 파는곳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리투아니아의 맥주값은 싸다. 0.5리터에 1유로도 안하는 맥주가 수두룩하고 맥주를 1.5리터짜리 병에 따로 담아주는 맥주바들도 아주 많다. 이렇게 노천에서 마시는 경우도 3유로 정도면 리투아니아의 일반 맥주는 마실 수 있다. 리투아니아에서 길거리 음주는 불법이고 오후 10시 부터 아침 8시까지는 상점에서 주류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빌니우스카페] 아이스크림 칵테일 얼마전에 문을 연 이 도넛가게에 짧은 기간내에 세번을 갔다. 한번은 도너츠를 맛보러. 한번은 카푸치노를 마시러. 그리고 한번은 차가운 아이스크림 칵테일을 먹으러. 도넛 가게는 타운홀 (Rotušė) 을 등지고 서서 왼쪽방향으로 이어지는 보키에치우 (Vokiečių,독일의, 독일인의 라는 뜻) 거리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있다. 사실 이 거리는 나에게 오랫동안 '뭘 해도 안되는 죽은 거리' 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 거리에서 개업을 한 식당이나 카페들은 생긴지 얼마 지나지 않아 쉽게 폐업을 했고 들어서있는 상점들 사이에는 뭔가 개연성이 없었다. 애플 직영점도 있었고 빗과 샴푸를 파는 가게부터 표구점과 옷가게 등등 타운홀에서 가장 가까운 구시가지의 심장부라고 하기에는 뭔가 어수선한 느낌으로 가득한 거리..
Vilnius 34_그리고 개를 위한 공간 (Vilnius_2016) 꼭 개여야만 할 필요는 없겠지만.
Vilnius 33_모두의 식탁 (Vilnius_2016) 구시가지에 위치한 유일한 재래시장 Halės turgus를 등지고 거리 끝까지 쭉 내려오면 만날 수 있는 작은 공원. 주말이면 골동품 상인들이 저마다의 옛 물건들을 분주히 늘어 놓기 시작하고 근처 교회에서 미사를 마치고 나온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바닥에 고정되어 있는 저 테이블 위에는 체스판이 그려져 있어서 간혹 체스에 열중하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가끔 저곳에서 집에서 싸 간 도시락을 먹곤 했다. 사랑받는 도시가 되기 위한 조건은 여러가지가 있다. 모두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그것이 때로는 나만의 공간이 될때. 시간이 쌓여가면서 그런 나만의 공간이 하나 둘 늘어날때 우리는 어떤 도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가끔 내게는 탐탁치 않은 또 다른..
리투아니아어 11_내가 좋아하는 단어 '배 Kriaušė' 지난 달에 친한 친구 한명이 부다페스트로 떠났다. 3개월간 임시직으로 일하고 아무 문제 없으면 계속 남게 되는 모양이다. 떠나기 전 날 친구들 전부 모여서 언덕에 앉아 새벽까지 이야기했다. 이 친구와는 평소에도 자질구레하게 이것저것 얘기할것이 참 많았다. 그래서 당분간 못보게 된다 생각하니 섭섭했다. 이 날 친구가 참 마음에 드는 질문을 던졌다. '리투아니아 단어중에 특별히 좋아하는 단어가 있어?' 였다. 리투아니아 생활 8년째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많은 질문을 던져온다. 어떤 경로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춥지는 않은지. 말을 배우는것은 어렵지 않은지가 가장 빈번한 질문이다. 자주 만나지 않는 사람들은 만날때마다 같은 질문을 두번 세번 던지는 경우도 있다. 뻔한 질문이라도 이야기를 하다보면 화제가 번져..
리투아니아어10_벌 bitė 폰의 스크린샷 기능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사진을 찍어서 어느 순간을 간직하는것과는 또 다른 감성이 있다. 두개의 버튼을 동시에 잘 눌러서 찰칵하고 저장되는 느낌이 참 좋다. 우연히 폰을 봤는데 시계가 자정을 가리켜서 또 꾹 눌렀다. 폰의 초기 화면에 저장된 여인은 의 에바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주인공이기도 하다. 검은 코트를 입고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고 텅 빈 거리를 터벅터벅 걷던 그녀. 내가 그토록 부다페스트를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그녀가 떠나온곳이 부다페스트였기 때문이다. 화면 좌측 상단의 단어 bite(bitė 비떼)는 리투아니아어로 벌이라는 뜻이다. 리투아니아의 주요 이동 통신사이다. 리투아니아에서 여성을 애칭으로 부를때 보통 이름에 -tė 를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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