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19.09.03 나의 커피와 남의 커피 (1)
  2. 2017.10.02 누군가의 커피 2 (3)
  3. 2017.09.23 누군가의 커피 (4)
  4. 2017.08.31 이런 커피 (2)
  5. 2017.07.04 서울 17_다같이커피 (2)
Cafe2019. 9. 3. 06:00


개학전에 벼락치기로 일기장을 채워야 한다면 날씨란에 어떤 날씨를 적을까 순간 멈칫하곤 했다. 일기를 검사하는 선생님이라고 해서 그날의 날씨를 알았을까 생각하면 결국은 참으로 순진무구한 어린시절이었구나 생각한다. 정말 기억에 남았던 날에 대한 일기만을 아주 정성스럽게 적을 생각이었다면 날씨는 물론 입었던 옷 조차 힘들이지 않고 기억할 수 있었을텐데. 다름이 아니라 근래에는 가끔 마시는 커피마다 너무나 맛있어서 커피 일기를 쓰라고 한다면 벼락치기라도 그 커피의 날씨를 다 기억해낼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커피의 온도는 물론 커피의 색상부터 그 모든 배경이 되는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이번 여름에는 에스프레소를 시키며 얼음을 채운 유리잔을 따로 부탁하곤 했다. 커피잔의 반 정도 채워진 고귀한 커피에 설탕을 넣어 한 모금 정도 마시고 유리잔에 남은 커피를 부은 후 얼음 하나가 사라져서 다른 얼음들이 차례로 똑 떨어질때까지 섞어서 뜨거움이 가실 즈음 남은 커피를 다 마신다. 다음으로는 군데군데 커피빛을 머금은 얼음을 하나씩 먹는 것이다. 며칠 전 커피를 놓고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의 테이블 풍경이 짐 자무쉬의 커피와 시가렛에 등장하는 수많은 커피들을 떠올리게 했다. 영화 속의 테이블만 보고도 어떤 이들의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를 기억해낼 수 있을만큼 보고 또 본 영화. 어제의 커피 사진을 나도 흑백으로 바꾸고 잠깐 영화 감상을 했다. '나는 심지어 자기 전에도 커피 마셔요' 라고 말하는 스티븐 라이트가 등장하는 다섯잔의 커피 에피소드부터 드립 서버채로 커피를 마시던 빌 머레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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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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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 고지식하게 신문들을 다 뒤져 날씨를 적었습니다 흑흑 바보토끼 ㅋㅋ

    2019.09.03 22: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Coffee2017. 10. 2. 08:00




농축된 인스턴트커피 속에서 거침없이 녹아내리는 빙하들은 혀를 데일 위험이 없는 상냥한 온도의 커피를 남겨놓고 사라지곤 한다. 한 꺼풀 한 꺼풀 시간을 두고 덧입혀지는 옷들은 좀 더 웅크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안고 서서히 겨울을 맞이한다. 겨울은 생각만큼 급진적이지 않다. 오히려 앙칼진 바람은 아직 난방이 시작되지 않은 이 시기의 방구석으로부터 불어온다. 자비롭지 못한 것은 한겨울의 눈보라라기보다는 인기척 없는 한밤중에 정체되어 있던 10월의 실내 공기이다. 언제나 좀 더 쌀쌀맞은 것은 스카프를 잊은 초가을이고  장갑을 포기한 늦봄이다. 겨울은 결백하다. 겨울의 유배지는 그래서 겨울 그 자신이다. 10월의 방구석은 아직 늦여름에 멈춰져 있는 잠옷을 탓한다.  서랍 깊숙한 곳에서 겨울 니트를 꺼내 입는 성실함은 외출할 때에만 슬금슬금 기어 나온다.  정오를 넘어서도 재채기가 그치지 않을 때  잠에서 깨어나 무심코 마룻바닥에 내디딘 아침의 맨 발을 마음속에서 흘겨본다. 세수 안 한 얼굴이어도 곧 외출해야 할 것 같은 차림으로 입고 있어야 그나마 한기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는 요즘.  카페의 야외 테이블들도 이제 곧 자리를 감출 것이다.  머지않아 양 손바닥으로 커피잔을 감싸 쥔 사람들의 모습이 향긋한 기체가 되어 유리창 밖 거리거리 사람들의 콧잔등을 간지럽힐 것이다. 아직은 조금 따뜻할 것 같은 누군가의 커피잔, 커피가 좀 더 맛있어지는 계절이 조금씩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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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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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행기 안에서 하루키가 커피에 대해 쓴 초미니단편을 하나 읽고 영원한 휴가님 생각나서 사진캡처해두었는데 멜로 보내드려야지 해놓고 까먹었네요 근데 여기 네이버가 잘 연결이 안돼서.. 나중에 블로그에 올려볼게요 :)

    2017.10.05 06: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궁금하네요..하루키..돌아오시는 비행기 안에서 무엇을 읽으실 건가요 ㅋㅋㅋ 무사귀환 하시기를..제가 다 섭섭..연휴 엄청 길다고 생각했는데..

      2017.10.09 06:00 신고 [ ADDR : EDIT/ DEL ]
    • 하루키 에세이랑 도블라토프 에세이 챙겨놨어요 커피 단편 돌아가서 보내드릴개요 :)) 되게 짧고 싱거운데 딱 하루키 스타일이었어요 ㅋㅋ

      2017.10.09 21:12 신고 [ ADDR : EDIT/ DEL ]

Coffee2017. 9. 23. 08:00



어느 일요일 오후, 집을 나서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카드를 놔두고 나온 것을 알게 되었다. 현금 카드랑 마트 카드만 들고 마트에 갈 때가 많다 보니 쓰고 나서도 종종 다시 지갑에 집어 넣는 것을 깜박하는 것이다.  자전거를 잡아 타고 대성당 근처에 내려서 어느 상점 계산대 앞에 섰을 때에야 동전도 카드도 없어서 오늘의 나는 커피 한 잔도 사 먹을 수 없겠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동전을 탈탈 털어도 1유로가 모아지지 않았다.  누군가가 마신 이 커피 사진들은 그 날 집을 나와서 걷다가 자전거를 타기 직전 찍은 사진이다. 빌니우스의 모던 아트 뮤지엄 건설이 한창인 그 거리의 자전거 스탠드 앞에 카페 세 곳이 줄지어 서있다. 이곳의 이런 풍경들은 기분 좋은 질투심을 불러 일으킨다. 누군가가 마시고 간 커피 만큼 아직도 커피를 마시지 않은 우리를 각성하는 카페인은 없는 것이다.  





셋 중의 두번째 카페의 커피 잔. 좋아하는 색깔. 기본 3색도 흑도 백도 아니지만 완전하다 느껴지는 색.  비가 잦은 빌니우스에서 이런 야외 테이블의 의자들은 보통은 비가 고이지 않도록 테이블 가장자리에  이마를 댄 채 비스듬히 세워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의자들을 곧추 세워 놓고 받침 위에서 미세하게 달그락 거리는 커피잔을 들고 밖으로 나와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간신히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커피의 결이 경사진 바닥 위 테이블의 10도 남짓한 각도를 감지하고 얄궂게 넘쳐 흐를 때,  쏟아 넣은 설탕이 불어오는 바람을 붙잡고 서서히 녹아 들어갈 때,  커피가 땅과 바람이 만들어내는 그런 친절한 진동을 감내하는 순간은 그것이 나 아닌 누군가의 커피여도 가슴 한 켠을 따뜻하게 한다.  그날 나는 결국 집으로 돌아와 카드를 챙겨서 다시 나갔다. 내가 마신 오후의 빈 커피잔도 얼마간은 테이블 위에 머물러 있었기를. 그리고 얼마 후에 또 다른 내용의 커피를 담고 나의 그것과는 다른 햇살과 바람을 마주했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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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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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풍경과 글을 보니 카페 에벨 야외테이블에 놓여 있는 얼룩 남은 빈 커피잔 보며 어쩐지 충만한 기분을 느끼던 순간들이 떠올라요 :)

    2017.09.23 23: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전 정말 프라하에 다시 간다면 가방 놓자마자 그냥 에벨로..그 다음에 마파두부 사먹고 메도브닉 맛있는곳으로 ㅋㅋ

      2017.09.28 04:21 신고 [ ADDR : EDIT/ DEL ]
  2. 윤윤

    나도 가서 한 잔..

    2017.09.28 02:48 [ ADDR : EDIT/ DEL : REPLY ]

Coffee2017. 8. 31. 10:00



(Incheon_2017)


친구 가족을 만나러 간 인천의 어느 키즈 카페.  아무리 기다려도 커피를 토해내지 않던 장난감 커피 머신. 몹시 세기말적인 풍경이란 생각이 들었다. 캡슐을 넣지 않아도 커피콩을 담지 않더라도 수북하게 쌓이는 커피 향기를 머금은 기체를 마시는 날이 올까. 그런 커피여도 왠지 커피잔은 덜 진화한 지금의 형태로 남을것 같다.  모든것이 깡그리 변하기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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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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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헛 전 클릭 전에 사진 뜬것만 보고 신호등인줄 알았어요!!!

    2017.09.02 12: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Korea2017. 7. 4. 09:00



5년만에 갔던 한국. 한국에 제일 먼저 도착하면 내가 하고 싶었던것은 공항에서 다같이 커피를 마시는거였다.  그것이 아마도 여행을 실감하게 하는 가장 상징적인 상상이었던것 같다.  생각해보니 바깥에서 가족 누구와도 커피를 마셔본 기억이 없었던것이다. 그 커피는 얼마나 맛있을까. 우유 거품이 어떻고 커피가 시고 쓰고의 느낌들은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설자리를 찾지 못할것이다. 한참이 지나도 수다를 떠느라 커피는 줄지조차 않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때 내가 상상했던 풍경은 오히려 비행기를 타기 이전의 풍경에 가까웠던것 같다. 뭔가 이제 짐도 다 보내고 탑승권을 쥐고 탑승만 기다릴때의 홀가분함으로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의 북적북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평화로운 공항의 카페에 앉아 온 몸으로 노곤함을 느끼는 그런. 하지만 우선 겨울이 아니라는것을 간과했고 몸이 피곤했고 가만히 앉아서 커피를 마시기에는 전반적으로 활달하고 산만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다들 커피를 마실 생각이 없어서 차가운 음료수 두 잔을 수다를 떨며 공항에 놓여진 나무 벤치 같은데 앉아서 나눠 마셨다. 결국 한달정도 시간이 지나서야 다같이 커피 마실 기회가 생겼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플레인 요거트. 얼음 넣은 더블 에스프레소. 라떼. 카라멜 라떼. 옹기종기모인 커피잔이 지난 모든 시간을 담고있는듯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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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TAG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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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머나 이 사진 너무 예쁘고 분위기 좋아요.
    생각해보니 저도 가족 다 같이 밖의 카페에서 저렇게 뭘 마셔본 적이 없네요. 엄마랑은 재작년에 부산여행 갔을때 첨으로 둘이 스타벅스에 가서 차를 마셔봤어요. 동생이랑이야 원체 친하게 지냈으니 둘이 잘 다녔지만... 부모님 댁에 가면 아부지가 좋아하시는 맥심모카골드 믹스(ㅋㅋㅋ), 엄마의 헤이즐넛 커피, 저의 홍차(부모님 댁 갈땐 아예 티백을 챙겨가요 ㅋㅋ), 동생은 편의점에서 사온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늘어놓고 마셔요. 갑자기 부모님이랑 동생 보고프네요!

    2017.07.05 21: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우리엄마는 같이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해도..카페 커피가 맛이 없다고 잘안가시더라구요. 알갱이 커피에 설탕도 안넣고 그냥 물만 부어드시는 스타일...동생들은 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나봐요..제동생은 한겨울에도 주구장창...

      2017.07.06 05:41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