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50센트 유로 동전
발트 3국의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의 뒤를 이어 2015년 올해부터 유로화를 쓰기 시작한 리투아니아. 2015년 1월1일부터 2주간 1월 15일까지 기존의 리투아니아 화폐 리타스와 유로화가 통용됐던 기간을 거치고 2015년 6월까지 모든 가격을 두가지 통화로 표기해야했던 의무 기간도 지나서 이제 왠만해서는 영수증이나 메뉴에서 리타스 가격을 보기가 힘들다. 1유로에 3.4528 리타스. 아직 완벽히 적응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머릿속에서 유로 가격을 리타스로 바꾸는 습관은 초기와 비교해서 많이 줄어들었다. 쓸때는 굉장히 적은 돈을 쓴 것 같지만 리타스로 바꿔서 계산해보면 결코 적지 않은 돈. 그래서 리투아니아 국민들의 체감물가는 높아져만간다.
내가 유럽 여행을 했던 2006년도와 유로화로 환전을 해서 한국을 방문했던 2011년과 비교하면 원화대 유로 환율이 너무 나빠져서 속상하기도 하다. 물론 4년도 더 전의 환율이긴 하지만 1000유로를 환전하면 대략 30만원을 손해본다니 말이다. 유로화가 예전만큼의 화폐가치를 회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그리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고있으면 여러모로 걱정이 앞선다. 난 동전 수집가는 아니지만 유로화 도입으로 재밌는것이 있다면 리투아니아를 위해 주조된 2015년도 새 유로화 이외에 각국의 유로 동전들을 구경 할 기회가 많아졌다는것. 사람들이 유럽 국가를 여행하며 남겨와 지갑속의 넣어두었던 유럽 각국의 유로 동전과 관광객들이 남기고 가는 자국의 동전들이 돌고 도는 것이다. 동전의 뒷면에 친절하게 나라 이름이 적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느 나라의 동전인지 왜 굳이 그 그림을 새겨넣었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2015년 리투아니아의 가입으로 19개국이 된 유로존. 통용되는 8개의 동전 단위를 생각하면 (1ct,2ct,5ct,10ct,20ct,50ct,1euro,2euro), 우리나라의 동전 디자인이 전부 다름을 감안하면 총 152개의 다른 디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고도 유로화를 사용하는 모나코나 바티칸 등등의 지역들이 자국 디자인을 사용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라마다 일괄적으로 모든 동전에 한 디자인을 쓰던가 반복되는 경우가 있어 아쉽게도 그렇게 다양한 디자인은 기대할 수 없다.
아무튼 새로운 동전 디자인을 볼 때마다 재미삼아 기록해보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10원짜리 동전속의 다보탑이나 100원짜리 속의 이순신 장군을 떠올려보면
아직 가보지 못한 유럽 나라를 여행하기 전 그들이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미리 알 수도 있고 실재하는 동상이나 조각이라면 실제로 보는데도 의미가 있을테니깐. 이 50센트 짜리 동전을 보고는 생각했다. 아마 말 위의 이 사람은 돈키호테가 아닐까 하고. 하지만 이 50센트는 스페인이 아닌 이탈리아의 50센트로 동전 속의 인물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로마의 시청이 위치해있는 로마의 일곱 언덕 중 하나인 캄피돌리오 언덕에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캄피돌리오 광장에 세워져 있는 기마상. 로마 제국 전성기의 통치자이기도 했지만 철학자이기도 해서 <명상록>과 같은 철학 에세이를 남긴 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이다. 로마 제국의 기마상들은 후세에 동전 주조나 새 기마상 건립을 위해 녹여져서 재사용되곤 했는데 중세 기독교인들이 기마상을 이교도의 우상이라고 여겼기때문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기마상이 드물게 후세까지 남겨진 이유는 중세에 그 동상이 최초의 기독교 황제인 콘스탄틴의 자화상이라고 잘못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기마상이 기독교 이전의 로마 황제의 기마상으로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동상이라고. 로마, 꼭 가보고 싶은 도시인데 이제 50센트 동전을 볼때마다 말 위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상상하며 뒷면을 뒤집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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