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유로 동전
예전에 동묘 전통 시장 갔을 때 샀던 주전자. 원래 정말 차를 우려먹을 생각으로 산 건데 구석구석 남은 세월의 흔적을 지우기가 너무 귀찮아서 마치 의도한 것처럼 돈단지로 전락시켰다. 단지의 구성원은 대부분 유로이며 러시아 동전, 옛날 리투아니아 동전, 중국 동전 등 찔끔찔끔 참 다양한 나라의 동전이 있는데 유로 동전을 제외하고 결코 쓸 일이 없을 것 같은 동전들은 단지에서 퇴출시키고자 매번 분류하지만 그 많지 않은 개체들을 딴 곳에 보관하려니 또 애매하여 결국 다시 뒤섞기를 반복한다. 요술을 부릴 법한 외양이지만 단지로 들어간 돈이 전부 2유로로 바뀌어 나오거나 하는 일은 지금껏 일어나지 않고 있다. 혹시 폴란드 동전이 있나 찾아보려고 오랜만에 주전자를 엎는다.
하프가 그려진 2센트와 5센트를 찾았다. EIRE는 아일랜드를 뜻한다는 아일랜드어. 하프 잘보이게 하려면 동전을 옆으로 돌리는 게 맞는데 난 글자가 제대로 보이는 게 더 좋아서 하프는 과감히 눕혔다. 아일랜드의 국장에 그려졌으니 국가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하프는 동전뿐 아니라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기업인 기네스나 라이언 에어의 로고에도 자리 잡고 있다. 예전에 영미 희곡 시간이었나 아일랜드 Island는 섬이고 국가 아일랜드 Ireland는 아이어랜드라고 발음해야 한다고 교수님이 엄청 역설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무슨 수업이었을까. 아일랜드가 등장하는 희곡이 있었던가? 사무엘 베케트 이야기를 하시다가 그랬을까?
누군가가 아일랜드하면 떠오르는 것을 생각나는 대로 말하라고 한 후 초를 세기 시작한다면. 그래 역시 생선 튀김 할 때 부어야 할 것 같은 기네스 맥주를 맨 처음 말할 것 같고 개인적 추억에 따라서 밴드 크랜베리스와 U2. 슈게이즈의 교주 마블발. 콜린 파렐의 억양.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등장하던 파고 가장 최근 시즌. 그리고 친구의 아일랜드 국기 드립을 나열할 것이다. (친구가 스파게티 소스를 만든다며 샐러리 양파 당근을 잘 썰어놓고선 이태리 요리 재료 삼위일체이지만 결과적으론 아일랜드 국기에 가깝다고 했던 위트)
그런데 아일랜드 동전은 2유로 동전부터 1센트까지 전부 똑같이 하프 디자인이다. 리투아니아 동전도 그렇다. 리투아니아의 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상태에서 보면 동전 디자인이 전부 똑같은게 아쉽지만 대외적으로 아직 국가 이미지가 미약한 상태에선 하나로 통일하는 게 나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아일랜드 하면 연상되는 것이 많지만 하프로 통일한 것을 보면 켈트 부심을 한껏 높히며 자신들이 깊숙하게 뿌리내린 토양을 동전에 새기는 것을 선택한 듯하다. 사실 단 한 번도 아일랜드와 하프를 자연스레 연결 지어본 적이 없는데 자꾸 들여다보고 있으니 천천히 귓전에 켈트 전통 음악이 울려 퍼지는 것도 같다. 예전에 교보문고의 무인양품에 갔을때 구슬프면서도 경건한 민속 음악이 흘러나와 직원분께 음악에 대해 물으니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다 꺼내어 보여주신 것이 무인양품에서 판매하는 나라별 전통 음악 시리즈로 나온 켈트 음악이었다. 물론 음반을 살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예쁘게 돌돌 말린 노끈만 몇개 집어왔다. 노끈과 켈트 그리고 하프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다.
여행 갈 계획도 없었는데 5년 전인가 그냥 사서 읽었던 더블린 시티 가이드. 눈은 안온다고 가정하고 날씨 정말 최고로 우중충할때 가고 싶은 도시.
다른 동전 이야기들.
라트비아의 유로 동전 속 여인 'Mi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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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2유로 동전속의 단테
스페인 50센트 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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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2센트 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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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유로 기념 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