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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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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들 2 기대를 많이 하고 보았다. 프랜시스 맥도먼드를 좋아하고 '인투 더 와일드'나 '와일드' 같은 느낌의 영화를 좋아해서 분명 접점이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분명 보는 동안 재미있었고 촬영도 음악도 아름다웠고 뭉클해서 눈물이 나오는 부분도 있었는데 뭔가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든다.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에 잠겨야 하는지 일목요연하게 강요받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다시 한번 강하고 자주적인 캐릭터를 창조하고 싶었던 프랜시스 맥도만드의 개인적 욕심 같은 것도 느껴졌다. '파고'도 너무 좋아하고 '쓰리 빌보드'에서의 연기는 정말 너무 멋있었지만 이 영화에서는 어떤 캐릭터이길 원하는지가 너무 분명히 보인다. 그런데 개척자적 느낌을 주기에는 좀 덜 억척스러웠고, 자유롭고 거침없고 싶었지만 뭔가 ..
Man push cart (2005)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페이지에 이번 달 발매 타이틀로 소개되었길래 찾아보았다. 타이틀 커버의 결코 편안해 보이지 않는 남자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이제 이런 영화는 보기가 좀 불편한데 라고 생각하며 어쩔 수 없이 그의 삶이 내 생각보다 수월하기만을 기대한다. 파키스탄 이민자 아흐메드는 새벽 3시의 맨해튼을 달린다. 이른 시간에도 이미 자동차로 빽빽한 위험한 도로에서 무거운 커피 카트를 손수 운반한다. 자신의 일터를 손수 주차하고 나면 비좁은 카트 속에서 베이글을 진열하고 종이컵을 쌓아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오손도손 함께 일하던 부인은 죽고 없다. 아들을 손수 키울 수도 없게 되었다. 빨리 자리를 잡고 아들을 데려와 함께 살고 싶지만 당장은 갓 태어난 길고양이만을 집에 데려와 보살필 수 ..
The mule (2018) 미나리를 보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손자 손녀에 관한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이 영화가 떠올라서 웃겼다. 농장일을 시작하는 제이콥(스티븐 연)에게서 원예 일에 미쳐 한평생을 보낸 할아버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얼굴이 겹쳐졌다. 정작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도 제이콥의 노년도 본 적이 없지만 말이다. 그 둘의 삶은 전혀 달랐기를 바라지만. 아흔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손녀딸에게는 한없이 친절하고 달콤한 할아버지이지만 딸과 아내와는 사이가 안 좋다. 원예 관련 시상식에 상을 타러 가느라 딸의 결혼식에도 가지 못했고 그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항상 일을 택하고 가족을 등한시한 결과 그에게 남은 것은 그나마 살가운 손녀딸과 한 줌의 잡초 덩어리. 그렇게 무료하고 외로운 노년을 보내던 그는 트럭으로 물건을 옮겨보지 않겠냐는 제안..
미나리 (2020) 콩나물이 나왔으니 미나리. 콩나물 다듬는 주인집 아줌마 (ashland.tistory.com/1015), 할아버지가 좋아했던 콩나물 사러 가는 아이(https://ashland.tistory.com/1016), 그리고 딸 보러 미국에 와서 미나리 키우는 할머니. 콩나물 무침에 미나리며 쑥갓이 들어간 전골이 보글보글 끓는 밥상에 이들이 빙 둘러앉아 수다 떨며 저녁 먹는 모습을 상상해도 별로 낯설지 않다.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가 곧 드라마일진대 크게 억지 쓰지 않고 양념 치지 않고 잔잔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예산 영화 특유의 방식들로 서로 모두 닮은 구석이 있다. 잘 먹고 잘 살기 그리고 최종적으로 잘 죽기. 그러기 위해서 인생은 많은 선택과 결정을 요구한다. 그냥 이대로 살아도 되지만 왠지 그러기엔 아..
콩나물 (2013) 이 영화는 꽤 오래 전 영화이고 짧은 단편 영화이며 아마 가장 짧고 경쾌하지만 먹먹한 로드무비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서울 풍경을 지닌 영화들을 떠올리다 생각나서 짧게 나마 기록해둔다. 그런데 이 싱그러운 여름 날의 영화는 할아버지 제삿상에 빠진 콩나물을 사러 간 아이가 과연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걱정 어린 시선을 거둘 수 없게 하며 의외의 긴장감과 초조함을 선사한다. 어떤 관객은 콩나물을 향한 어린 소녀의 여정을 있는 그대로 즐겼을지도 모른다. 목적이 확실한 여행이 있고 불분명한 여행이 있다. 이 여행도 저 여행도 쉽지 않다. 전자는 좀 더 빨리 효과적으로 잘 가야한다는 생각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고 후자는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모호함에 힘들다. 하지만 어떤 여행에든 위험이 따르고 ..
찬실이는 복도 많지 (2019) 신기한 제목의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굉장히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운 좋게 뒷북을 친다. 서울의 풍경을 보여주는 영화가 좋다. 서울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떠나온 이후로 더 그랬기도 했겠지만 무엇보다 내가 태어나서 자랐던 동네가 재개발로 가루가 되어버린 모습을 보고 나니 비슷한 풍경과 정취를 품고 있는 영화 속 어떤 동네들도 언젠가 사라져 버릴 운명일까 싶어 아쉬운 마음에 더 몰입하여 보게 된다. 무엇보다 찬실이가 힘차게 오르고 있는 저 햇살 가득한 오르막길의 끝과 그곳에서 바라본 도시의 모습이 궁금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항상 짝을 이뤄 일하던 영화 감독이 갑자기 죽어버리고 졸지에 백수가 된 프로듀서 찬실이. 찬실이는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고 그것만이 자신이 할 수 ..
사냥의 시간 (2020) 기생충뽕에 온 한국이 휘청거릴무렵 보란듯이 국제영화제빨을 세우며 나타난 영화. 비록 굳이 그때 바이러스가 세상을 휘저어놓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조명을 못받아 안타깝군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 오히려 그래서 너무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망작이라고 말하고 싶다가도 또 되려 미안하고 안타깝고 복잡한 마음이 드는 아쉬운 영화이다. 마치 혜성처럼 나타나서 올림픽 금메달을 딴 선수가 다음 올림픽 예선 1차전에서 탈락할때의 느낌처럼 허무했다. 그 금메달은 역시 우연이었어 라고 말하는 무심한 사람들에게 분명 무슨 사정이 있을거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은 기분이다. 감독의 전작인 파수꾼 (https://ashland11.com/69) 은 정말 멋진 영화였는데.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흘러 영화 속에서 교복을 입고 있..
어떤 영화들 1 (하루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하루를 끝냈다고 생각하며 차 한 잔과 함께 보는 소중한 영화 한 편. 보는 중엔 영원히 기억할 것 같은데 제목도 까먹고 내용도 까먹고 결정적으로 재밌게 본 기억을 잊는 것이 서운해서 우선 짧게라도 기록하고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일련의 영화들도 묶어서 기록해두기로 했다. 그러다 보면 결국은 내가 본 영화들을 다 기록해놓을 수 있지 않으려나?) 코로나로 집안에 격리된 이탈리아 사람들이 발코니에 나와서 저마다의 아리아를 열창하는 영상을 보고 오래 전의 이 영화가 떠올랐다. 평범하고 심심해보이기에는 이미 너무 유명해지고 바빠진 로마라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 어떤 이의 삶도 그렇겠지. 너무나 평범했는데 소위 그렇게 재능을 썩히고 살기에는 너무나 비범하다는 논리로 결국 아주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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