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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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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ppio. 맛없던 비스킷은 옆으로 밀어두고,
후라칸에서, 소중한 인연, 감동적인 재회, 기나긴 여운, 그리고 많은 모든 이야기들,
커피와 감자 소련 사람들은 감자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커피와 함께 먹을 감자를 발명해내었다. 우주선 타러 가는 가가린에게 어머니가 주머니에 찔러 넣어줬을지도 모를 감자이다.
쉬어가는 커피 사실 부활절 이후로 거의 3주간 커피를 안마셨는데 아쉬움 서운함 패배감 따위에 휩싸일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개운해지는 느낌에 의외의 인공적 해방감을 맛보았다. 알고 있었지만 고작 하루 한 잔 마시는 커피가 생각보다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나서 좋은 날씨에 긴 시간 바깥을 돌아 다니며 3일 연속 흡수하는 몇 모금의 카페인은 정말로 놀라운 것이어서 이 소량의 커피를 세모금에 걸쳐 조금씩 들이킬때마다 마치 안경점에서 얼굴에 씌우는 벌칙같은 묵직한 프레임에 새로운 렌즈를 넣을때마다 저 멀리 시력표의 숫자가 점점 더 훤희 보이는 것과 유사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이런 느낌이라면 가끔 커피를 의도적으로 접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굳이?
에스프레소님의 말씀 만남의 여운은 결코 시간과 양에 비례하지 않습니다.
커튼과 에스프레소 오늘은 설마 장갑을 다시 꺼내야 하나 진심 고민했을 정도로 날씨가 차가웠다. 아마 비가 와서 더했을 거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나쁜 날씨는 없다. 옷을 잘못 입었을 뿐.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해서 눈 앞에 보이는 프랜차이즈 카페에 그냥 들어갈까 고민했지만 비를 맞고 좀 걸어서 그래도 이 카페로 갔다. 비오는 날에 유난히 어울리는 곳들이 있다. 이곳은 잔술을 파는 바 겸 카페인데 층고도 높고 중간에 문으로 연결되는 구조라 조금만 더 변화를 주면 좀 더 오래된 카페의 느낌이 날 것 같은데 벽과 탁자의 일관된 색상이 가끔 아쉽다. 그래도 빨간 커튼이 항상 묵묵히 에스프레소에 대꾸해준다.
13시의 엠빠나다와 커피. 스포티파이에서 슈게이징과 로우 파이 장르를 랜덤으로 걸어놓고 듣다가 Bubble Tea and Cigarettes 란 밴드를 알게 되었다. 요즘 같아선 드림팝을 베이스로 한 음악들이 유행을 하는 세월도 찾아오는구나 싶어서 신기하다가도 너무 귀에 쏙들어오는 멜로디들에선 아쉽게도 곡 전체가 산으로 가는 듯한 슈게이징 특유의 헤매는 멋은 없는것같아 결국 90년대 슈게이징 시조새들의 음악에 더 빠져들게 된다. 아무튼 이 밴드도 등록곡이 많지 않아서 들은 곡을 듣고 또 듣고 했는데 조금은 검정치마를 떠올리게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공일오비의 멜로디를 슈게이징화한듯한 느낌에 꽂혀서 오히려 90년대 가요들이 많이 생각났다. 제일 먼저 듣고 귀를 쫑긋 세우게 했던 노래는 5AM Empanada with you. 빌니우스에..
아는 냄새의 커피 한국에 갈 때마다 마트에서 꼭 한 두 번 정도 사서 마시게 되는 드립백 커피. 포장을 뜯고 컵 안에 걸치고 물을 붓는 내내 약간은 긴장한다. 왠지 인디언밥 과자 같은 거 너무 세게 뜯어서 산산이 흩어지는 것처럼 뜯지 말아야 할 부분을 건드려서 커피 가루가 다 쏟아지거나 물을 붓다가 포트 뚜껑이 열려서 물이 쏟아져 나와 드립백이 컵 안으로 풍덩 빠질 수도 있을 거라 상상한다. 그런 몇 가지 변수들 사이에서 내가 예상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으니 그것은 커피 향기가 피어오르는 순간 분명 도토루 커피를 떠올릴 거라는 사실. 내 기억 속에선 다방과 카페의 공동경비구역 같은 곳쯤에 있는 카페랄까. 일부러 어려운 나라 이름만 골라서 쓴 것 같은 커피 이름들을 마주하고 내 의식이 결국 명동 성당 앞의 도토루 카페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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