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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

Berlin 35_Berlin cafe 10_Bonanza



로 가는 길 이란 제목이 사실 더 어울리겠다. 영화 커피 인 베를린 생각에 잠겨 있던 며칠로 인해 다시 떠올려보는 베를린 카페들. 봄이 가까워지면서 몸이 자연스레 5월의 기후를 감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낯선 여행지를 두 번, 세 번 방문할 기회가 생겼을때 그래 이왕이면 조금은 다른 시기에 찾아가서 도시의 다른 풍경을 보는 것도 괜찮을거야 생각하지만 그 때 그 여행이 완벽했다고 느낀다면 굳이 그럴거 없이 그냥 비슷한 시기에 가는게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베를린은 그냥 항상 5월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영양가 없음으로 인해 가장 고가치를 지니는 농담들을 하며 어딘가에 널부러져 있고 싶다. 카페 보난자는 이름에서부터 뭔가 빨리 찾아가야할 것 같은 포스를 풍겼던 카페이지만 계속 다른 카페들에 밀려 결국에는 그래도 한 번은 가봐야하는 카페에 속해버렸다. 그 카페로 가는 길이 참 재밌었다. 제대로 가고 있는거지? 당나귀인가? 



당나귀 동산 건너편 건물에는 이런 벽화가 그려져있었다. 이 벽화 옆을 지나면서 사랑은 비를 타고의 진 켈리 흉내를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이 드문 이런 건물 곁을 지날때면 그냥 한 번 해보는 공중에서 발바닥 부딪치기. 그리고 한 번을 제대로 못해보고 발바닥이 무지 아픈 착지를 하고 말지. 아마 기분 좋은 일을 앞두고 있을때 그렇게 되는 것도 같다. 베를린에서는 매순간이 희열이었다. 인생은 그래야한다. 



보난자는 한국에도 지점이 있는걸로 알고 있다. 과연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보난자 창업자 중의 한 명이 독일에 기반을 둔 한국인이라고 했던 것도 같다. 우리는 카페에 앉아서 한동안 보난자가 무슨 의미일까 생각했다. 검색을 해서 많은 의미들을 알게됐지만 그 중 기억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그나마 보난자라는 카페 이름은 잘 잊혀지진 않는다. 



보난자 에스프레소가 3유로였나. 아마 카페 중 가장 큰 가격에 그만큼 양도 가장 많았고 참으로 시큼했다. 저 날은 참 후덥지근했다. 커피가 지나치게 뜨겁다고 생각될 정도였으니깐. 그래서 커피 사진을 남기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베를린에 보난자가 두 곳 있는데 이곳은 공장인지 창고 건물을 쓰는 듯한 아주 널찍한 지점이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할 수는 없는 폐쇄적인 장소였기에 독보적인 정적이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저 꽃가루 들이다. 붉은 벽돌 건물 사이로 나부끼는 5월의 꽃가루들이라니. 다음에 이곳에 가도 여전히 그랬으면 좋겠다. 나의 만성적인 재채기는 결코 너희들로 인한 것이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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