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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커피 매거진 두 권





지난 여름에 사서 본 커피 매거진 두 권. 시간이 얼마 흐른 것 같지 않은데 그때 잡지 읽으면서 마신 커피들이 꽤나 오래 전 녀석들처럼 아련하다.  Drift 는 뉴욕에서 6개월마다 발간되는 커피 잡지이다. 한 도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최근에 6호 멕시코 시티 편이 발간됐는데 내가 산건 5번째 도시 멜버른편이었다. 딱히 멜버른편이 궁금했다기보다는 이미 그 전 호들은 거의 절판되었고 아마존에서 중고도 비싸게는 200 파운드까지 거래되고 있었다. 반면 멜버른편은 가장 최근호였기에 5파운드 남짓에 중고로 구입할 수 있었다. 아마존에서 중고로 뭔가를 구입해도 새 것인 경우가 많은데 비오는 날 우체국에서 잡지를 수령해서는 무거운 물건이 담기면 바닥에 쓸리는 유모차 바구니에 넣고 끌고 다니다가 천가방 안으로까지 비가 새는 바람에 정말 새 것이었던 잡지 아래가 다 젖어 버렸다. 물에 불은 잡지를 무거운 책들로 눌러놔서 원상태로 돌아오긴 했지만 여전히 흙냄새가 약간 난다. 그 냄새는 사실 좋다. 어쨌든 결국 5파운드 중고 잡지를 산 격이 됐다. Standart 는 슬로바키아 태생의 커피 잡지이다. 빌니우스의 몇몇 카페에서도 읽을 수 있다. 





잡지 표지에 나온 멜론 팝시클을 만들어 보겠다고 멜론을 몇 번 샀는데 결정적으로 넣고 얼리는 그 틀이 없다는 것을 매번 뒤늦게 깨닫는 바람에 만들어 먹지 못하고 결국 겨울이 되버렸다. 이 두 잡지 모두 영어로 발간되는데 그래서 모든 기사를 매끄럽게 읽을 수는 없다.  한 번 더 읽으면 항상 새로운 내용이다. 그런데 뉴욕에서 발간되는 드리프트가 더 잘 읽힌다.  하나의 도시라는 공통 소재가 주제가 다른 기사들 간에도 개연성을 부여하고 진지하고 전문적인 주제도 가볍고 일관적인 톤으로 읽히게 하는 탓도 있지만 필진 자체가 영어를 원어로 쓰기 때문인것도 같다. 원어민이든 오랜 세월 영어를 원어민처럼 쓴 사람이든 보면 정말 별로 복잡하지 않은 몇개의 단어들을 쓰면서도 거꾸로 생각해보면 난 절대 술술 해낼 수 없는 그런 논리적 영어를 구사하는데 슬로바키아 잡지인 스탠드아트는 뭐랄까 국적이 다른 기고가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쓴 내용을 영어로 재번역하는 과정에서 뭔가 쉽고 매끄러운 표현들을 못찾고 그냥 꾸역꾸역 장황한 직역을 하는 느낌이다.  스탠드아트가 쿠웨이트에 입점한 일본 카페부터 코스타리카의 커피 산업, 런던의 바 오너로부터 미국의 바리스타, 베를린의 카페로부터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의 커피 이야기까지 이곳에서 저곳으로 정신없이 이동하며 커피를 들이키는 빠른 리듬이라면  드리프트는 한 도시에서 서두르지 않고 오랫동안 생활하며 그 도시와 아침을 맞이하고 물어 물어 알게 된 사람들을 찾아가 이야기하고 해질 무렵 함께 카페 문을 닫는 듯한 정적인 느낌이다. 





Taste Map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던 어느 날 (http://ashland11.com/612)  바깥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카페 안으로 들어가서 진열되있던 잡지를 펼쳤는데 반갑게도 베를린에 관한 기사가 있었다.  베를린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베를린에 흠뻑 빠진 작가의 8개의 베를린 카페에 관한 짧은 스케치와 도시 이야기였다. 8개의 카페중 가본  곳이 3군데 있었다.  가보지 못한 곳들은 다음에 꼭 가보리라. 기분이 좋아져서 집어왔다. 





이 잡지의 회색톤이 마음에 든다. 사진들도 시적이다. 미국이든 오세아니아쪽이든 영어권 국가는 딱히 가보고 싶었던 적이 없는데 멜버른도 언젠가 가보고 싶다.  도시가 좋다. 멜버른에 카페가 5000여개인데 스타벅스가 5개란다. 얼핏 이런 경우 스타벅스가 멜버른에서 힘을 못쓰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왠지 멜버른에 직접 가서 보면 5개를 연것도 성공적이라 느껴질 것 같다. 멕시코 시티 편도 읽어보고 싶은데 멕시코의 카페들이 너무 매력적일 것 같아 질투나서 보류한다.  베를린이나 홍콩편이 빨리 발행됐으면 좋겠다. 이 잡지가 6개월에 한번씩만 발행된다는 것은 참 괜찮은 전략같다.  





드리프트 멜버른 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사. 가구 디자인을 하던 남자가 아파트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이전 세입자가 남겨놓고 간 오래된 에스프레소 머신을 집으로 가져와서 광내고 닦고 업그레이드 해서 팔고 나서는  아예 에스프레소 머신의 구석구석을 목재 부품으로 튜닝하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오토바이 장식하듯이 말이다. 나도 에스프레소 머신 사서 저기 멜버른으로 보내면 저 분이 포터필터 손잡이 나무로 바꿔서 하나밖에 없는 머신으로 바꿔서 보내준다는 소리이다. 플라스틱 손잡이가 불에 다 녹아내려 없어지기 직전의 나의 모카포트를 그에게 보내주고 싶다. 





저 커피 정말 맛있어 보인다. 





멜버른의 카페 스케치





스탠드아트에 소개된 베를린의 카페 스케치. 





스탠드아트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기사는 바르셀로나부터 산티아고 순례길까지 자전거로 이동하는 남자가 그날 그날 마신 커피 잔수를  주행기록 옆에 함께 기록한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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