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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Roman Saltimbocca



요리책 속에 많은 요리가 있는데 보통은 사진이 있는 요리를 먼저 해보게 된다. 그 다음에는 물론 요리 시간이 짧은 것,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 순으로 진행되는데 가장 좋은 것은 요리 시간도 짧고 사진도 있는 그런 요리들이다. 그런 요리들은 또 맛있다. 재료 그 자체의 맛만 필요한 경우가 많으니깐. 반죽을 얼마나 잘하느냐 얼마나 제대로 숙성하고 온도 조절을 잘해서 구워내느냐 하는 것들이 맛에 영향을 미칠 시간이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는 요리들이다.  물론 오랜 시간을 공들여서 요리하고 싶은 날이 드물게나마 있긴 하지만 보통은 간단한 요리들이 항상 더 맛있다. 이 요리는 20분이라는 요리 시간에 혹해서 했던 요리. 재료 준비를 잘못하는 바람에 그 보다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지만 정말 금세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요리다.  여러나라의 여러 버전의 살팀보카가 있지만 고유 레시피는 송아지 고기와 프로슈토와 세이지가 들어가는 이탈리아의 로마식 살팀보카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꽤 일상적으로 먹는 요리이고 공식적으로 승인된 레시피라고 하는데 정말 좋은 와인 안주라고 생각한다. 그냥 요리에 사용하고 남은 와인을 요리와 함께 먹으면서 끝내면 되는 그런 요리. 





얇은 송아지 고기에 프로슈토 햄을 얹고 세이지를 얹어서 이쑤시개로든 칵테일 스틱으로든 뭐든 고정 시킨 후에 버터 위에서 뒤집어 가며 굽다가 화이트 와인을 쏟아 부어서 익히면 끝인 요리.  팬에 얹는 순간부터 요리는 순식간에 끝이난다.  프로슈토 햄 자체의 특유의 맛이 있고 세이지 향이 워낙에 강해서 그 외에 따로 고기에 양념을 해야 할 필요도 없다. 햄이 워낙에 얇기 때문에 금세 익으므로 태우지 않으려면 송아지 고기도 그와 비슷한 크기로 얇게 썰어야 하는데 그렇게 썰어서 파는 송아지 고기도 없거니와 미쳐 냉동을 해서 얇게 자를 생각을 못했던 관계로 되는대로 얇게 자르고 이쑤시개로 고정 시키기 전에 따로 조금 구워야 했다. 얇은 대나무가 없었던 관계로 고정 시키는데 세이지가 찢어지는 등 애를 먹었다. 그래서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다. 미국에서는 송아지 고기 대신 닭고기로 요리하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본 다른 레시피에는 버터에 밀가루를 넣어서 볶다가 고기를 얹기도 한다. 돌돌 말아서 굽기도 하는데 세이지가 기름에 바삭해진 느낌을 주는 이렇게 펼쳐진 느낌이 좋은 것 같다. 




지글지글 투박한 느낌.  명절 밥상의 고기 산적 같은. 그래서 얇게 썰은 고기에 짭쪼롬한 아무 종류의 햄을 얹고 깻잎을 얹고 버터든 마가린이든 청주든 와인이든 붓고 구우면 정말 맛있을 것 같다. 그게 로마식 살팀보차는 아니겠지만.  손으로 만져본 세이지의 촉감이 깻잎과 비슷하다. 둘의 향은 너무 다르지만 그 향이 품은 개성은 같은 종류이다. 나는 보통 고기쌈에 고기와 밥 고추와 쌈장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는데 깻잎과 쑥갓 마늘을 잔뜩 넣은 밥을 넣지 않은 엄마의 고기쌈을 떠올리게 하는 요리이다. 엄마는 항상 어떻게 고기쌈을 밥과 함께 먹냐고 핀잔을 주시곤 했었는데. 난 이 요리를 먹으면서도 역시나 밥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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