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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샹으로


심심해서 아마존 탐험을 하다가 책 한권을 샀다. 서울에서 르 코르뷔지에 전시회를 보고 얼마지나지 않아 베를린에서 베를린 버전 위니테 다비따시옹을 마주하고 온 감동이 가시지 않는 와중에 그 여운을 무한으로 지속시켜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교보문고의 원서코너 땅바닥에서 시작된 밑도 끝도 없는 애정을 좀 더 학구적인 아마추어의 탐구 자세로 바꿔야겠다는 욕구도 생긴다.  사실 르 코르뷔지에를 기념하기 위한 모뉴먼트 하나를 보고 인도로 떠났기에 이 건축가에 대한 존경을 표현할 수 있는 더 이상의 방법을 모르겠지만 특별히 의도치 않았어도 계속해서 지속적으로 실재의 그를 맞닥뜨리는 기회가 생기는것 그 자체에 고무되는것 같다. 이 책은 르 코르뷔지에 말년의 역작 롱샹 성당에 관한 책인데 얼핏 한국의 살림지식총서와 비슷한 느낌의 얇은 책이다. 으례 영문이겠지 생각했기에 책을 받자마자 보인 불어를 보고 잘못산줄 알고 너무 놀랐다. 영어야 모르면 사전을 찾고 번역기를 돌리면 된다지만 불어는 방법이 없는것이다. 책에는 다행히 영어와 불어가 함께 들어가있었다. 서울에서 사온 두꺼운 도록에 수록된 첫 에세이의 작자, 다니엘 폴리라는 사람이 쓴 책이기도 해서 별 망설임없이 주문을 했다. 건축가가 세상에 헌신하는 경로는 여러가지일것이다.  그래도 크게 세가지 방법으로 나눈다면 관공서를 비롯한 공공건물을 짓는것,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주택을 짓는것, 그리고 특히나 서양 건축가에게 있어서는 교회와 같은 종교 건축일거다.  그는 인도의 챤디가르를 계획했고 오픈핸드 모뉴먼트는 그가 건설한 관공서가 들어찬 벌판에 그의 사후에 세워졌다. 위니테 다비따시옹은 전쟁후 집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지어진 아파트로써 평범한 사람들의 살곳에 대한 그의 철학이 그대로 담겨져있다. 그래서 내가 언젠가 롱샹에 이른다면 르 코르뷔지에의 나머지 건축물들을 다 보지 못하더라도 르 코르뷔지에 건축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세가지를 다 봤다는 느낌으로 충만해질거다.  그가 죽기직전까지 살았던 오두막집 카바농과 그가 아내와 함께 묻힌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무덤은 그 모든것을 마주하고 난 후의 대단원이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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