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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서울 03_오래된 서점


(Seoul_2016)


내가 살던 동네에는 오래된 헌책방이 하나 있다.  오랜만에 갔는데 예상했던대로 여전히 같은 위치에서 같은 모습으로 책방을 지키고 계시는 주인 아주머니. 책에 관해 여쭤보면 겸연쩍게 웃으시며 '아들들이 아는데...' 하시곤 하셨다.  도서 검색이 가능한 컴퓨터가 있다고 해도 이런 동네 헌책방은 불규칙하게 수집된 우연으로 가득한 곳이다.  이곳 어딘가엔 내가 싸들고 와서 무심하게 팔아버린 책들도 있겠지. 책방을 누비다 충동적으로 골라 집은 책 첫 페이지에 책 주인이 고심해서 적어 놓은 글귀를 보니 누가보면 피식 웃어버릴지 모르는 유치한 문구라도 책에 적어 놓는 습관이 있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주인을 찾으면 찾는대로 아직 책방에 남아있다면 그런대로 자신에게 적혀진 글귀에 담긴 애정을 베개삼아 좀 덜 외롭게 책장속에 기대어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조금 미안해졌다. 철제 원형 계단을 올라서 2층으로 가니 오래된 음반과 도록들 사이로 파란 하늘과 파란 지붕이 나타났다.  맞아 그랬지. 여긴 그랬었다.  그 지붕 너머 가득한 집들과 그 집들 너머로 펼쳐진 산.  오랜만에 느껴보는 오래된 책들의 체취와 시력 측정기 속에서만 흐릿하게 나타나던 푸른 동산이 펼쳐지는 곳.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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