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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

Vilnius Restaurant 05_Ramenas ir Pagaliukai






길을 걷다가 빌니우스 대성당 근처 골목길에서 라멘집을 발견하고 놀랐다.  리투아니아인들에게 국물은 낯설다.  만두와 비슷한 음식을 먹지만 그 만두를 국물이 가득하게 끓여주면 생소해한다.  되직하지 않은 국물이 주가 되는 단독 메뉴가 성공하기는 힘들다.  여전히 수프는 헤비한 메인 요리를 먹기 직전에 몸을 데우고 입맛을 돋우는 용도이다.  심지어 일식집에서도 미소 수프를 스시전에 따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곧 스시를 가져오겠지 하고 국물을 떠먹으며 아무리 기다려도 스시를 가져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손님이 미소를 다 먹기를 기다리는것이다.  일식집에서 미소와 스시를 함께 주문했다면 혹시 모르니 동시에 가져다달라고 부탁하는것이 좋다. 나는 일본에 가본적도 없고 한국에서도 일본 라멘을 먹어 본 적이 없어서 라멘맛을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빌니우스에 라멘집이 생겼다는것은 일종의 혁명이라고 생각했다.  최고의 자릿세라고 할 수 있는 빌니우스 대성당 근처의 라멘집이라서 더욱 그랬다. 무슨 식당이든 생기면 꼭 가보는 이유는 그곳이 언제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인 경우가 많다.  장사가 안되서 어쩔 수 없이 현지인 입맛에 맛게 맛이 변형되거나 이상한 메뉴를 추가하기 전에 가봐야 하는 이유도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유지가 되면 좋지만 구시가지의 점포세가 워낙 비싸고 아시아 식재료 조달도 쉽지 않아 원가가 올라가므로 이런 식당들은 쉽게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많은 태국 음식점들이 그랬다.  





상호는 Ramen 에 리투아니아 남성명사의 어미를 붙인 Ramenas 와 젓가락을 뜻하는 Pagaliukai 를 합쳤다.  로고는 라멘이라는 명사를 모르는 사람이 흘끔보면 털실가게 같다.  젓가락을 추가했지만 젓가락도 약간 코바늘 같은 느낌을 주었다.  라멘집을 열었다면 주인은 아직은 생소한 국물 문화를 전파해보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리투아니아에도 wok 이라는 단어가 생소했던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웍에서 만드는 팟타이와 볶음 국수들은 wokas 보카스 라는 이름으로 아주 일반적인 메뉴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것은 아직 국물을 먹으면서 면을 건져먹는데 익숙치 않은 사람들을 위해 라멘을 내어오기 전에 가져다준 이 물건이었다. 일회용 턱받이 같은것이었다.  가게에 들어갔을때 적지 않은 손님들이 있었지만 이것을 사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도 이것을 그냥 아이에게 입혀주었다. 


 


국물이 아주 느끼할 수 있다고 주의사항으로 말해준 돈코츠라면과




매운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라멘이라고 써있었던 라멘을 먹었다.  생각만큼 맵지 않았지만 라멘맛은 나쁘지 않았고 밥 생각이났다.  실제 일본 라멘집에서 일반적으로 공기밥을 따로 주문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 라멘집에는 밥이 없었다.  면이라는 밀가루 음식을 먹고 그 국물에 밥이라는 또 다른 탄수화물을 투척하는것도 리투아니아인에게는 생소한 개념이다. 아마 밥을 찾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60센트를 내면 차슈와 구운 계란 시타케 버섯과 면사리등을 추가로 주문할 수 있다.  





제일 비싼 칵테일이 예거마이스터와 데킬라 레드불을 섞은 척 노리스였다.  라멘집에는 한달전쯤에 갔는데 지금 이 칵테일 이름을 보고 있으니 빌니우스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포켓몬고와 척노리스와 관련된 유머하나가 생각난다.  '무적'의 대명사로 통하는 척 노리스와 관련된 유머는 끊임없이 생산된다. 척 노리스가 구식 유선전화를 붙잡고 '나 전화로 포켓몬 벌써 다 잡았거든' 하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라멘집인데 일본 맥주가 없는것이 신기했다. 





3시부터 4시까지는 저녁 준비기간이어서 영업을 하지 않았다.  새로 막 문을 연 가게들이 풍기는 긴장감이 느껴졌다.  나에게는 양이 약간 적었다. 다음에 혹시 가게 된다면 면사리의 양을 물어보고 하나든 두개든 추가해서 국물을 좀 보충해서 달라고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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