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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in

리투아니아의 유로 동전





2015년 1월1일. 리투아니아에 유로가 처음 사용되던 그날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물론 신년 휴일이었고 화창한 날씨에 구시가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마음이 안놓여 정오가 지나 식당에 나가봤는데 생각보다 모든게 자연스러워보였다.  식당에서 일하고 있던 나에게는 이미 2014년 여름부터 유로화 도입 관련 메일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유로화 사용이 가능한 1월 1일부터 1월 한달간은 모든 공공 장소에서 리투아니아 자국 화폐 리타스의 사용이 가능했지만 거스름돈은 반드시 유로로 거슬러줘야했기에 식당으로써는 유로 화폐와 동전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11월 한달간 법인 고객에 한해서 유로 동전을 예약할 수 있는 기간이 주어졌지만 이른 여름부터 수신하기 시작했던 광고 메일들에 익숙해진 나머지 완전히 까맣게 잊고 있다가 12월 초가 되어서야 허겁지겁 부랴부랴 거래 은행의 담당자들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대부분은 이미 예약 신청을 마감한 상태였고 예약이 가능한 은행 하나를 겨우 찾아내고는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이 난다.  2002년 1월 1일 유로가 처음 사용되던 날, 독일의 구석진 시골 상점에서 조차 아무 문제없이 순조롭게 유로 거스름돈을 제공하는것을 보고 독일인의 철저함에 감탄했다는 어떤 기사를 읽은적이 있다. 누군의 손때도 묻지 않은 빳빳하고 반짝이는 유로를 거슬러 받을 생각을 하고 새해 첫 점심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에게 거슬러 줄 동전이 없어 직원들이 이 가게 저 가게 뛰어다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아찔하기도 했다. 그런데 유로와 리타스간의 화폐 가치 차이를 제대로 계산하지 못한채 절대 모자르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에만 사로 잡혀있던 나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유로를 환전하고 말았다. 거의 10000리타스에 해당하는 유로 였다. 사진의 동전의 일부일뿐이다. 저 동전 꾸러미의 무게도 정말 상당했다. 200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위치한 은행이었지만 혼자였으면 택시를 타야 할 판이었다. 내가 일하는 식당에서는 보통 18리타스 정도면 가장 인기있는 메뉴 한끼를 먹을 수 있는데 그러니깐 5유로가 약간 넘는 가격이다. 손님들은 보통 20리타스를 내고 잔돈을 거슬러 받곤 했는데 10유로 화폐가 35리타스, 20유로 화폐가 70리타스에 달하는 상황에서 5유로짜리 점심을 먹기 위해 20유로를 내는 손님은 예상보다 적었다. (유로대 리타스의 공식 환율은 3.4528 이다. 1유로는 3.4528 리타스) 가끔 50리타스나 100리타스를 내밀어서 많은 거스름돈이 필요했던 상황이 있었으나 100유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리투아니아에서 1000유로는 상당히 괜찮은 월급이다. 100유로짜리 10장이면 월급 지불이 끝나는 상황인데 거의 350리타스에 해당하는 100유로를 평소에 들고다니는 손님은 드물었다. 나는 식당 금고속에서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유로를 보며 울상이 되었다. 식당은 필요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고 1센트 2센트 짜리 동전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단위가 묵직한 돈들은 금고 속에서 미동도 없었다. 결국 2월 중순쯤이 지나면서 거래처 사람들에게 지폐 사이에 50유로 25유로짜리 동전 뭉치를 슬쩍 끼워주기 시작했다. 화폐가치가 3배로 뛰니 동전 한 뭉치면 계산이 끝나는 경우도 많았다. 





2014년 12월. 유로 사용 시작 한달 전에 식당이 직원들에게 선물한 크리스마스 선물. 냉동 오리 한 마리와 리투아니아 우체국에서 발행한 11.59유로짜리 유로 동전 모음이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어떤 선물을 준비해야할지 항상 고민했는데  나름 상징적이었고 실용적인 선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 동전 모음도 일인당 한번에 5봉지만 구입이 가능했다. 5봉지는 200리타스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그래서 동전 구입을 위해 3번정도 우체국을 들락거려야했다. 그때 우체국에 줄지어 서있던 사람들중에는 노년의 연금 생활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유로 시행부터 6개월간 시중 은행에서 리타스 유로 환전이 가능했지만 그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했거나 2015년이 오기전에 집에 있는 리타스를 없애버리지 않으면 유로 앞에서 무용지물이 될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보였다.  






<이미지 출처 - 구글>



리투아니아 유로 동전에는 리투아니아 국장이 새겨져있다.  보통은 빨간 바탕위에 칼과 방패를 쥔 기사로 불리워진다. 모든 동전에 같은 디자인을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소한 라트비아 유로 동전처럼 센트와 유로에 다른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리투아니아외에 모든 동전에 같은 디자인을 적용한 국가는 아일랜드와 벨기에.  아직 한번도 본 적 없는 동전들이다. 언젠가 초콜렛 한조각 사먹고 흑맥주 한잔 마시면 거슬러 받을 수 있으려나. 언제나처럼 금색 테두리는 1유로, 은색 테두리 2유로 그리고 동색의 얇은 동전들은 1센트, 2센트, 5센트 그리고 테두리의 색구분이 없는 왼쪽 하단의 동전 세개가 각각 10센트, 20센트, 50센트 동전이다. 그리고 테두리가 고른 원형이 아니라 유일하게 약간 울퉁불퉁한것이 20센트이다. 'Spanish flower'라고 불리워지는 모양이라고 함.  동전 뭉치의 종이를 찢어서 처음으로 반짝거리는 유로 동전을 금전 등록기에 단위별로 쏟아 붓던 때가 생각난다. 전부 너무 일관적으로 반들거려서 어떤게 어떤 돈인지 쉽게 구분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일부 돈들은 기존의 리타스와 크기와 중량 면에서 너무 유사해서 한동안은 헷갈렸던 기억.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제일 작은 단위 1센트의 중량은 2.3그람이라고 함.  

 


<이미지 출처-구글>


리투아니아의 모든 관공서 출입구에서 발견할 수 있는 리투아니아의 국장의 실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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