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타는것을 별로 안좋아하는데. 우선 멀미가 날것 같고. 항상 더 오래 걸리는것 같고. 덜컹거리니깐 잘 휘청거리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하철에 너무나 익숙해진탓이다. 지하철에 익숙해진 이유는 물론 앞의 세가지이유 때문에 버스를 피해다녔기 때문이지만. 빌니우스에는 지하철이 없다. 유동인구도 적고 한때 지하철 관련 이야기들이 떠돌아다니기도 했는데 조소로 가득찬 반응에 그 이야기는 쏙 들어가버렸다. 빌니우스에 살면서도 버스를 탈일은 거의 없다. 병원이든 우체국이든 역이든 관공서든 어디든 길어야 30분정도 걸으면 다 닿을 수 있다. 그래도 버스를 타야 할일이 간혹 생긴다. 꼬마 아이의 생일 잔치에 가느라 오랜만에 버스를 탔는데 역시나 먼 동네들이 짊어지고 있는 투박하고도 음울한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어 돌아왔다. 올드타운이 반질반질 광을 낸 구두라면 이런 동네들은 구두 뒷축이 비스듬히 닳아져나간 물수건으로 대충 쓱싹쓱싹 닦여진 낡은 구두같다. 그렇다고해서 구두에 대한 누군가의 애정을 저울질 할 수는 없는법이다. 생일 잔치에서 나와서 버스 역으로 가는 도중에 '장난감 왕국' 이라고 쓰여져 있는 흔한 색상의 단층 건물을 만났다. 내려진 셔터위로 마구 휘갈겨진 스프레이 낙서와 카센터 간판보다 더 미니멀한 간판에 사로잡혀 현존하는 왕국인지 고개를 들이밀고 들여다보게 된다. 그날 꼬마 아이들은 그렇게 행복했는데 이 장난감 왕국은 왜 그리 웃기고 슬퍼보이던지. 다음에 버스를 타고 왕국 견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국 Karalystė. (카랄리스테) 의 -ystė 는 명사형 어미이다. Vaikystė 어린시절 Jaunystė 젊은시절, 왕은 Karalius, 왕관은 Karūna (리투아니아의 초콜릿 브랜드이기도 함) 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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