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lin2017.06.05 09:00



거리 이름들을 잘 기억하는 편인데 돌아 온 지금 어떤 거리들을 돌아다녔는지 그곳이 베를린의 어디쯤이었는지 별로 감이 안온다.  환승을 자주 했던  Hermannplatz 나 Kottbusser tor 역 정도만이 선명하게 기억날뿐이다. 다행히 론리플래닛을 남겨놓고 오는 대신 데리고 온 베를린 지도를 가끔씩 들여다보니 내가 갔던곳들이 어디의 어디쯤이었는지 좌표를 가지기 시작했다. 여기 거기 저기를 가자고하면 친구는 아침에 루트를 만들고  R2D2 와 같은 헌신적인 자세로 모든 여행을 지휘했다. 그 덕에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Jabba 처럼 거리에 눕다시피한 무대뽀 마인드로 베를린을 부유할 수 있었다. 나는 단지 떠나왔기때문이 아니라 이곳에 존재하고 있었기에 해방된 느낌이 들었다. 구글맵스같은것을 켜면 지도위의 나와 목적지를 가리키는 마크에서부터 헷갈리기 시작하는 나로써는 우리가 어디쯤인지 어떤 버스를 타고 어디에서 내리고 가장 가까운 카페가 어디쯤인지를 척척 알려주는 친구가 신기하고 고맙기만 했다. 이 날은 친구가 처음으로 에스프레소를 맛본 날이었다. 여기저기 생각지도 못한 장소들을 짧게 짧게 들르면서 마음에 드는 카페 하나를 발견하고 예쁜 물건들로 가득했던 문방구와 옷가게를 지나서 걷다 브란덴부르그와 홀로코스트 메모리얼까지 지나와 밤에 문을 연 카페를 찾아 100번 버스를 탔다. 100번 버스는 베를린 중심의 많은 명소들을 지나치는 노선이라 내리고 타고 내리고 타는 투어버스 같다고 한다. 그리고 내리지 않았어도 굴러가는 버스의 차창밖으로 티비타워가 보였다. 티비타워를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시간대에 보았지만 이날 버스에서 본 이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세상의 모든 높은것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보일것처럼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할것이라 포장된 포스를 지닌다. 그것은 일견 아름답지만 그 존재는 더 많은 아름다운것들을 그 아래에 거느리고 있기때문에 가치있는것 같다. 창밖의 티비타워는 생각지도 못한 속도로 휙하고 사라졌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