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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

Vilnius Restaurant 02_Submarine





한국처럼, 여러 아시아 국가처럼 다양한 먹거리를 가진것은 참 행운이다. 한편으로는 정말 먹기 위해 살고 일한다는 느낌이 들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게다가 맛있는게 너무 많아서 항상 뭘 먹을지 고민해야 한다면. 그런데 오랫동안 한국을 떠나 멀리서 한국 생활을 관조하고 있자니 그렇게 많은 먹거리들중에 정작 먹던 음식은 항상 정해져있었던것 같다. 다음에 한국을 방문하면 많은것을 먹어보겠다 다짐하지만 아마도 결국은 또 엄마가 해준 집밥만 먹고 올게 뻔하다. 리투아니아에서는 뭘 먹을까. 특히 밖에나가서 먹을 수 있는 메뉴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그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매년 거리 분위기가 바뀌고 식당의 지형도가 바뀐다는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빌니우스가 좀 더 생기 가득찬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  많은 유럽 나라들이 그렇듯 리투아니아에서도 가장 일반적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피자이다.  리투아니아에 피자 붐을 몰고온 칠리 피자 cili pica 라는 리투아니아 토종 브랜드가 있고  그 체인의 성공덕에 캔캔 피자 can can 니 피자 재즈 pizza jazz 라는 다른 브랜드도 생겨났다.  아늑한 인테리어에 널찍한 공간,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외식을 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가장 무난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피자가 한창 유행하기 시작할때 동네 구석구석에 생겨나던 10000원에 피자 두판을 팔던 배달 위주의 피자집도 몇년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피자의 맛과 질의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 가격 경쟁에서도 지니 고객을 빼앗긴 저런 피자 체인들은 컨셉부터 인테리어까지 바꾸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요즘이다.








다른 피자 브랜드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고작 다섯개의 체인점을 빌니우스에 가진 '서브마린'이라는 이 피자집. 여타 피자 브랜드만큼 세련되지 않은 뭐랄까 주인의 신념이 느껴지는 그런 고집스러운 피자집이다. 6월의 빌니우스. 하지가 지났으니 낮은 점점 짧아지고 있지만 여전이 해가 길어서 오후 9시 10시에 집을 나서도 대낮같기만 한데, 정작 그 시간에 나가면 거의 모든 식당이 문을 닫기 직전이어서 먹을곳이 별로 없다.







역시나 게으름을 피우다 오후 10시가 다 되어서야 집을 나선 우리, 게다가 세군데 식당을 메뉴만 보고 전전하다가 결국오랜만에 서브마린에 가기로 했다. 서브마린은 구시가지에 중심에 trattoria 컨셉으로 아침 메뉴와 얇은 도우 피자를 굽는 지점이 하나 있고 여행객들이 거의 오지 않는 조금 벗어난 주택가에 두꺼운 도우 피자를 굽는 지점이 하나 더 있다.








한 식당에 두세번 간다고 치고 항상 뭘 먹을지 몰라 고민한다면 우선 가장 싼 메뉴와 가장 비싼 메뉴를 먹어보는게 가장 좋은것 같다. 특히나 식당 이름을 포함한 메뉴가 있다면 더더욱. 리투아니아 브랜드 칠리 피자 cili pica의 영향으로 리투아니아의 피자집 그리고 레스토랑이며 바에는 보통 멕시칸 수프인 칠리가 기본적으로 있다. 그래서 어떤 레스토랑 칠리가 더 맛있을지를 생각하며 항상 먹어 보지만 저 매운표시가 걸려서 그냥 '서브마린'수프를 먹기로 했다.







다른 피자집과 다른 점이라면 사분의 일 사이즈도 친절하게 판다는것. 







이 정도 규모의 식당에서 가장 비싼 메뉴는 역시나 비트 스테이크와 비프 스트로가노프.







이렇게 낮이 길고 바람이 산들산들 부는 저녁에 정말 맛있을것 같은 맥주.  맥주 종류는 어딜가나 비슷한것 같지만 영국식 펍도 적지 않게 생겨나는 요즘 그 종류도 다양해 진다.







대성당 근처에 피자집 주인이 하는 다른 맥주집이 있다는데 거기서 만드는거라면 직원이 추천해준 맥주. 






Katedra는 cathedral 에 적합한 리투아니아어.








맥주바에서 종업원이 이 먹음직스런 빵 위에 기름을 바르고 있길래 뭘까 맛있겠다 싶었는데 종업원이 우리 테이블에 이걸 놓고 간다. 얼핏보면 속에 치즈가 잔뜩 담긴 그루지야 전통음식인 하차푸리 (Khachapuri)를 닮았는데  뭐지. 난 첨가물이 칠리에 가까운 빨그스름 해야 할 서브마린 수프를 시켰고 남편은 피자를 시켰는데.








알고보니 서브마린 잠수함 컨셉으로 저 속에 수프가 담긴 그릇이 있었던것이다.  속에 수프가 있으니 조심해서 열라는말에 그릇도 없이 그냥 밀가루 반죽위에 담긴 줄 알고 조심스레 칼로 가르지 시작했는데 속에 그라탕 접시가 숨겨져 있었던것.









맛있는 식빵 쭉쭉 찢어 먹는걸로도 행복한것처럼 화덕의 불맛이 고스란히 베인 맛있는 밀가루 반죽이 이 빵 역시 그냥 그 자체로 맛있었다. 아직 굳기 전의 치즈를 허겁지겁 먹느라 약간 입속을 데었지만. 너무 늦은시간에 배부르게 먹기 싫어서 수프를 시킨거고 그래서 남편이 일부러 사분의 일 피자대신 피자 한판을 시킨건데 또 늦은 밤에 과식을 하게 생겼다.








리투아니아에 물론 고구마 피자 같은것은 절대 없는데 이 피자는 겉보기에 노르스름한게 고구마 피자와 몹시 닮았다. 속에 든 양배추며 오이며 케챱이 뭔가 원시적이고 꼭 옛날에 동네에서 팔던 불량식품 햄버거속 양념같지만 그래서 다른 피자집에는 없는 맛이다.  도우가 두꺼워서 먹을것도 많고 아무튼 비슷한 맛의 다른 피자에 질리면 꼭 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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