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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Clouds of Sils Maria> Olivier Assayas (2014)





<Clouds of Sils Maria>


구름낀 날이 상대적으로 많은 리투아니아.  

시골 땡볕이 내리 쬐다가도 한무리의 구름에 어두컴컴해지는 날씨가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수십번이고 반복된다.

하지만 바람도 땡볕도 그 자체로 소중한, 한여름의 무더위도 초가을의 스산함도 없는 요즘이 일년 중 가장 이상적인 달임에는 틀림없다.

구름...그렇게 한참을 우리 머리위에 소리없이 머물다가 아 오늘은 흐린날이구나 비가 오려나 생각할때쯤 스르륵 밀려나가 숨겨놓았던 햇살을 보여주고 

아 비는 오지 않겠어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보란듯이 몰려들어와 비를 내리는 변덕의 결정체.

그런 구름은 내가 리투아니아 생활에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많은 것들 중의 하나이다.  

얼마전에 본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이 영화속에서 서로 다른 연령의 세 여성이 겪는 감정적 변화와 과도기도 그런 구름을 몹시 닮았다.

누군가에게는 겉히고 난 후의 햇살과 같은 존재로, 누군가에게는 비를 내리는 검고 두꺼운 구름층으로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는 자에겐 흐르는 시간과 함께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지만 겉잡을 수 없이 빨려들어갈 수도 있는 암흑 같은 존재말이다.

여주인공 줄리엣 비노쉬의 이름이겠지 하고 생각했던 Sils Maria 는 실제 영화의 배경인 스위스의 아름다운 알프스의 계곡 마을이었다.

시상식에 참여하기 위해 두 여인이 기차를 타고 통과하는 청명하고 아름다운 알프스 산맥.

정상적인 전화 통화가 불가능한, 모든 현실 속 고민에서 해방될 수 있을것만 같은, 단절된 세상의 어느 한 귀퉁이에서이지만

결국 그들이 맞서야하는 개인사는 팍팍하기만하다. 

그 알프스 산맥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강위에 마치 뱀의 모습으로 형성되어서 흘러가는 기이한 구름을 모티브로 한 연극과 원작자의 갑작스러운 죽음.

말로만 듣던 뱀의 모습으로 흘러가는 구름에 맞닥뜨렸을때, 모든것이 확실해지고 분명해질거라 생각했던 그 순간 갑자기 사라지는 젊은 매니져. 

대사는 대사일뿐이고 구름은 구름일뿐, 형체만 있고 실체는 없는 감정들임에도 우리는 항상 우리가 보려는것에 집착하며 방전되어간다.

열여덟살의 어린 나이에 그 연극에 출연해 여배우로써의 흠잡을데없는 경력을 쌓기 시작한 중년의 줄리엣 비노쉬와 그녀의 젊은 매니져 크리스틴 스튜어트.

 그리고 신인 여배우이자 스캔들 메이커인 클로에 모레츠가 합류하여 리메이크되는 새 연극을 둘러싼 세 여성들의 심리변화가 

영화속의 연극, 배우들의 배우 연기라는 이중적인 구조속에서 진행된다. 

 소설속에서 묘사되는 소설가들의 일상이라든가 영화속에서 보여지는 캐스팅 과정이나 영화 제작과정, 드라마속의 방송가 모습들은 별로 흥미롭지 않다.

최소한 지금까지 본 영화들만 대충 떠올려 봐도 자기가 몸담고 있는 직업군의 자기 밥그릇 지키기의 묘사는 대부분은 극단적으로 아주 감상적이거나 아주 냉소적인 경우가 많았으니깐.

하지만 극중에서 대본 연습을 하는 배우 줄리엣 비노쉬와 그녀의 상대역이 되어주는 매니져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는 몹시 인상적이었다. 

줄리엣 비노쉬는 영화속 현실에서 겪는 심리변화를 영화속 연극속의 주인공이 겪는 폭풍같은 감정속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면서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었고,

젊은 감성의 직설적인 매니져로 위기의 여배우를 컨트롤하면서도 본인 역시 연극속의 젊은 비서가 갈망하는 자유에 감정이입되어 방황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도 좋았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영화이고 영화속의 연극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속 배역은 연극속의 배역을 연상시키고 대사도 심리도 교묘하게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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